편집된 이적 이야기를 읽을 때

마9:18~26↔막5:21~42; 눅8:40~56

예수와 야이로의 딸

마태복음이 다른 복음서들보다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데에는 학술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마가복음이 다른 복음서들보다 먼저 기록되었다고 보아야 설명이 자연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신약학계에서는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된 복음서라고 봅니다.

마태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보는 시각에 따르면 마가복음이 마태복음에 비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마가복음 저자가 마태복음을 축소시켰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보다는 마태복음 저자와 누가복음 저자가 마가복음의 이야기 순서를 따라가면서 마가복음에 없는 내용을 추가, 첨가, 보충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마가복음을 확대시켰고 본문단위로는 마가복음 본문을 축소, 혹은 삭제 생략시켜 짧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그런 시각으로 볼 때 이번에 다루게 되는 내용도 마태복음이 마가복음의 내용을 뼈대만 남기고 절반 이상 축소시켰다고 보게 됩니다. 그러나 눈에 띄도록 축소시키면서도 내용 자체를 삭제하지 않은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마태복음의 독자들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가복음이 전하는 내용을 마태복음이 현격하게 축소시키면서 많은 내용을 삭제했다는 것은, 마태복음의 입장에서 볼 때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조리 지웠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남겼으며 그러는 중에 자신의 입장에서 강조해야 하겠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변경, 혹은 수정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마태복음 저자의 편집 작업을 눈여겨보면서 마태복음 저자의 의도, 혹은 강조하고 싶어 하는 신학적 입장이 무엇이길래 마가복음의 본문내용을 변형시켜 전하는 것인지, 그 신앙적 이유, 혹은 신학적 강조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 복음서에 나타나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두 이적사건이 모두 마치 햄버거식, 혹은 샌드위치식, 다른 말로 하면 사이끼우기 식으로 되어 있는 공통점을 볼 수 있습니다. 여자 아이를 살리러 가는 도중에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는 여인이 치유되었다는 이야기가 사이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한 여자는 아직 소녀이고 다른 여자는 12년 동안이나 혈루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가 예수와 접촉하여 치유 받았다는 내용이 공통입니다. 더 지적할 수 있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차이점들이 나타납니다.

세 복음서를 대조하면서 읽으면 상당히 많은 차이점들이 쉽게 발견됩니다. 바로 이 차이점들을 소홀히 여기고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면서 대충 넘어가면 안 됩니다. 그런 차이점들이 발생한 데에는 중요한 ‘입장, 관점, 의도, 강조점, 시각의 차이’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가 다르고 독자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겠지만 마태복음 저자와 누가복음 저자가 마가복음을 원본 삼아 자신들의 복음서를 기록하였으므로 ‘문자로 기록된 마가복음’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문자로 된 문서인 마가복음을 갖고 있으면서, 마가복음에 없는 어휘들, 마가복음에 있지만 내용들이 생략되었다는 것은 마태복음 저자의 ‘의도적 변형, 고의적인 수정 등에 따른 편집 결과’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마태복음 저자의 독특한 신학적 입장, 혹은 강조하고 싶어 하는 신앙적 관점이나 전달하길 원하는 독특한 시각이 무엇이겠는지를 살펴보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차이점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본문의 장소, 혹은 이야기의 배경으로 나타나는 지리적 위치와 이야기가 놓여 있는 문맥입니다. 마태복음의 경우 본문의 장소를 굳이 따진다면 이렇습니다. 예수께서는 가다라 지방 건너편에 있는 가버나움에 이르셨다가 거기서 어디론가 가시는 중에 세관에 앉아 있던 마태를 부르셨습니다. 그 후 본문의 이적이 행해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8:28; 9;1,9,18 참조).

그러나 마가복음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거라사에서 맞은편으로 건너가셨을 때에 일어난 이적사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5:1,21; 눅8:26,40 비교 참조). 마가복음에는 세리마태를 부르시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당시에 세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는 가버나움이 지리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한 관리가 예수께 나와서 자신의 딸이 ‘방금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마가복음에 의하면 그는 회당장 야이로라는 사람으로 나타나며 아직 그의 딸은 죽지 않았습니다(5:22~23; 눅8:41,42). 마가복음이 먼저 기록되었다고 보는 경우 마태복음 저자가 ‘죽어가고 있는 상태’를 ‘방금 죽었다’로 수정하여 변경시켰다고 보게 됩니다.  그 결과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은 ‘아직 죽지 않은 회당장의 딸 아이’를 치료하신 치유이적 사건이 됩니다. 그렇지만 마태복음의 경우 이야기의 상황이 현격하게 다릅니다. 여자 아이가 죽었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태복음 저자는 여자 아이의 아빠가 회당장이었다는 표현을 삭제했습니다. 사실 마태복음 공동체는 유대회당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대회당과 갈등관계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입장에서 ‘회당장’이라는 용어는 탐탁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저자는 회당장이란 구체적인 표현을 생략했다고 생각됩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방금 죽은 어떤 관리의 딸 아이’를 다시 살리신 사건은 ‘부활의 이야기’가 됩니다. ‘방금 죽은 아이’를 살아나게 하신 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가복음과 누가복음과는 달리 마태복음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예수의 권능을 더 크게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부활의 은총을 받은 아빠가 회당장이 아니라 관리라는 어휘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유대회당은 이런 엄청난 부활의 은총으로부터 제외된다는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아빠의 간청내용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각 복음서 저자들의 차이점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딸은 ‘방금’ 죽었으나 그 몸에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누가복음은 딸을 위해 구체적으로 아빠가 뭐라고 청했는지 그 내용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가복음의 경우 조금 깁니다. 특히 ‘구원을 받아 살게 하소서’라는 대목이 부각됩니다(5:23). 분명하게도 마가복음에서 여자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로, 중간에 끼어들어 병 고침을 받은 혈루증 여인의 치유내용을 보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는 ‘무능력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퉁명스런 태도가 매우 방자하게 생각될 정도로 무례하게 느껴집니다. 마가복음에 의하면 여인이 예수의 뒤로 와서 예수께 손을 대자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묻습니다(5:30).

여기서 ‘전능하신 분이 그것도 모르시다니....... 그런 것도 모르시는 예수.......’라는 인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에 더하여 제자들의 태도가 매우 방자하게 그려졌습니다.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는 제자들의 인상이 매우 버릇없는 자들로 그려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에 비해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에서 그려지는 부정적인 인상을 변경하였습니다. 베드로가 제자들을 대표하여 예수께 나와 매우 겸손한 모습으로 ‘주여 무리가 밀려들어 미나이다’라고 말함으로 마가복음의 시건방진 제자들이 한결 부드럽게 그려졌습니다(눅8:45).

그런데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누가 자기에게 손을 댔는지를 단 번에 알아보시고 그녀에게 치유선언을 하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인간적인 차원의 묘사들을 모조리 삭제함으로서 상대적으로 권능의 예수가 부각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선언이 있자 ‘그 즉시’ 구원을 받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은 치유선언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게 묘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여자 아이를 일으키시는 내용도 세 복음서가 다릅니다. 특히 ‘달리다 굼’이라는 아람어와 그에 대한 헬라어로의 해석은 마가복음에만 나타납니다(5:41).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그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여자 아이의 집에 도착하여 아이를 살리실 때 함께 있었던 제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마태복음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9:25).

그러나 마가복음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 세 명과 부모만 여자 아이를 치유할 때 같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다른 제자들은 따라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막5:37,40). 누가복음도 세 명의 제자들과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치유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다고 말하지만 세 명의 제자들이 베드로 요한 야고보의 순서로 바뀌었습니다(8:51).

이 외에도 다양한 차이점들을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태복음의 입장에서 볼 때 마가복음의 긴 내용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왜 마태복음 저자는 마가복음의 내용을 대폭 삭제하여 다이어트 시켰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비슷한 내용이 서로 다르게 기록되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신앙적으로 강조하는 바가 같지 않으므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마태복음이 문서로 된 마가복음을 알고 있었고 마태복음 저자가 그것을 적극 활용했다고 볼 경우 본문의 내용은 마태복음 저자의 필요에 의해 삭제, 축소, 변경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편집 작업은 무슨 필요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과연 마태복음은 어떤 필요, 무슨 의도에 의해 지금과 같은 본문형태로 기록한 것일까요?

마태복음은 다른 복음서들과는 다르게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는 여인이 어떻게 심한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습니다. 마태복음 저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인이 어떻게, 어느 정도의 고생을 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인이 어떤 방법으로 치유를 받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마태복음 저자는 실천행 믿음을 강조합니다. 그에 따라 마태복음 저자는 여인의 ‘믿음행위’를 부각시켜 강조함으로 믿음과 행함의 균형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 저자에 의하면 세상을 살면서 갖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여인처럼 복을 받기 위해서는 여인의 실천행 믿음을 본받아야만 합니다. 마음의 생각만 갖고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볼 때 마태복음 저자에 의하면 기적이란 것은....... 마음으로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절대로 나타나는 결과일 수 없습니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여인은 마음의 생각을(21절) 실천했습니다(20절). 그런 믿음이 결과를 내는 믿음으로서 칭찬받기에 합당한 믿음이라는 것을 마태복음 저자가 주장합니다. 그런 믿음만이 구원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22절). 따라서 실천이 없는 믿음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믿음은 실천에 의해서만이 열매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은 야고보서와 비슷합니다. 야고보서에 의하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아무리 큰 믿음을 갖고 있어도 예수께 접촉하는 실천행이 없으면 어떤 결과도 없다는 것이 마태복음의 신학적 입장입니다.

한편 결과를 가져오는 믿음의 결과는 당사자와 예수와의 일대일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마태복음이 강조합니다. 마가복음이나 누가복음의 영향을 받아 생긴 인상에 의하면 여인은 수많은 무리들이 밀려드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무리들을 뚫고 예수께 나와 예수의 옷에 접촉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만 마태복음 본문을 냉정하게 읽으면 그런 “군중 속” 모습은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저 예수께서 앞장서서 가실 때 제자들이 뒤따랐는데(9:19) 그때 혈루증을 앓던 여인이 예수의 뒤로 와서 그 겉옷 가를 만졌습니다.(20절). 따라서 마태복음에 의하면 마가복음이나 누가복음에서 보는 ‘복잡한 군중 속’ 인상은 깔끔하게 다이어트 된 상황 속에서 병으로 고생하던 여인과 예수와의 단독대면 장면이 부각됩니다. 마음의 믿음을 실천행으로 나타낸 여인과 돌이켜 그 여인 보시며 치유선언을 하신 예수만이 그려질 뿐입니다. 제자들은 주변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배경 정도일 뿐입니다.

‘방금 죽은 딸 아이’를 살린 어떤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보아도 다른 복음서들에 비해 상당히 다이어트 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본문이 매우 간결하게 축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마태복음이 마가복음의 다른 내용들을 삭제하면서 강조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믿음의 결과’는 당사자와 예수와의 단독대면을 통해 나타난다는 교훈이 강조됩니다. 예수와의 단독대면....... 믿음의 결과를 이루는 것이 바로 예수와 당사자와의 단독대면이라는 것을 마태복음 본문이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한편, 예수와 당사자와의 단독대면과 아울러 예수와의 단독대면을 중개한 중보자의 믿음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다른 본문들과 비교해 볼 때 마태복음을 통해서 볼 때 ‘방금 죽은 여자 아이(9:18)’는 ‘열두 살 여자 아이’였다는 점을 알 수 없습니다. 다른 복음서들은 여자 아이가 열두 살이었음을 밝히므로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과 어떤 접촉점을 시사하고 있는데 마태복음에는 여자 아이의 나이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소녀’라는 단어를 통해(24절, 25절) 어린 여자 아이라는 인상을 갖게 될 뿐입니다.

그것은 앞부분에 있는 중풍병자 치유사건과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인간세상의 모든 불행, 특히 극한 질병과 죽음은 반드시 죄의 결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바탕에 있습니다. ‘어린애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불행한 일을 당하는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누구든지 예수를 향한 믿음을 실천할 때 죄와 질병과 죽음의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다는 신앙적 입장이 바탕에 포진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와 당사자를 연결시키는 중보자의 믿음도 상당히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두드러지게 부각시켜 강조하기 위해 다른 내용들을 모두 생략하고 ‘믿음’을 강조한 마태복음의 손길을 볼 수 있습니다. 18절에 나타나는 여자 아이의 아버지는 다른 복음서들과 다르게 간단명료한 자신의 입장을 확신 있게 말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걷지 못하는 중풍병자를 예수께 데리고 왔던 친구들의 모습과 그림이 겹쳐집니다.

‘내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오셔서 그 몸에 손을 얹으소서. 그러면 살아날 것입니다.’

이 문장을 마가복음과 비교하면 매우 확신에 찬 아빠의 말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예수와 당사자의 일대일 대면이 강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5절을 보면 제자들도 부모도 모두 동행하지 않고 예수와 죽은 여자 아이와 단 둘만 있는 상황에서 여자 아이를 일으키신 것으로 읽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자 아이를 살렸다는 소문이 ‘그 온 땅에 퍼졌다’는 결론적인 표현은 마태복음에만 있습니다. 마가복음은 ‘사람들이 너무너무 놀랐다’는 그림만 그리게 해줍니다. 예수께서 아무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라며 입단속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막5:42~43). 이에 대해서는 누가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8:56). 하지만 마태복음 저자가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마태복음 저자는 다른 복음서들과는 다르게 ‘그 소문이 그 온 땅에 퍼졌다’고 적었습니다. 마태복음 저자가 이 표현을 기록한 것은 유대회당이 마태공동체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아무리 큰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할지라도 마태공동체가 믿는 예수에 대한 소문은 도무지 잦아들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차이는 복음서 저자들의 신앙의 차이, 신학의 차이, 자신들의 상황과 처지에서 갖게 된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의 차이들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을 읽고 마태복음에는 없는 마가복음의 내용을 이야기한다든가 혹은 마가복음을 읽고 누가복음에 나와 있는 표현으로 내용을 설명하거나 이해를 하면 하나님께서 각 복음서 저자들에게 주신 독특한 영감과 계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저자들이 받은 영감, 계시 받은 말씀을 문자로 적을 때 그들은 결코 받아쓰기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성서 각 저자들의 독자성, 개체성, 독립성, 개별성을 인정하고, 비슷한 내용이지만 서로 다른 차이점들을 보이는 각 본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교훈의 말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경말씀 전체를 통으로 꿴다는 식으로 성경을 분해 조립하면서 특정의 주제 아래 묶어 놓으려고 한다거나 특정의 주제 아래 성경구절을 여기저기서 따다가 한 군데 모아 놓는 식으로 성경을 공부하면서 말씀에 능통하기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꿔서는 안 됩니다. 복음서들뿐만이 아니라 성경전체를 그런 관점으로 보겠다는 것은 다양한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의 통일된 생각이나 주제, 혹은 제목에 맞춰 획일화시킬 수 있다는 무모한 욕심에 지나지 않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의 말씀을 대할 때마다 마태복음 저자는 항상 “실천행 믿음”을 강조한다는 점을 전제하시면서 믿음과 행함이 반드시 병행하는 신앙생활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실천행 믿음에서 오는 놀라운 결과들, 풍성한 이적의 은총을 경험하시는 기쁨을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