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 탓, 맞다

우리 한국교회가 쇠퇴하게 된 주된 원인은 먼저 목사들에게서 찾는 것이 바른 수순일 것이다. 교회의 세습, 교회 안에서의 비자금 조성 같은 것은 억장이 무너질 일이나 극히 일부의 교회에서 일어난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리고 성장을 위한답시고 돈을 벌기 위한 회사나 기업의 운영 방법을 교회에 도입하는 목사 역시 극소수에 불과하니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목사들의 과오가 교회의 쇠퇴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의 성장은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같은 맥락의 영혼 구원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인 우리에게 주신 가장 숭엄한 사명이다. 그러므로 목사들은 당연히 이에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인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교회성장을 목회성공이라는 데로 초점을 맞추어, 그러니까 목회성공조차도 자기성공을 가리는 가면으로 써 탐욕의 민낯을 덮는다는 사실이다(羊頭狗肉).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교회성장을 빙자하여 자기성공을 이루려 하는 부류의 목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개척 초기에는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며 교인 하나를 얻기 위해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셔 가며 동분서주 하던 목사가, 그래서 모여진 소수의 교인을 애지중지 하던 그런 목사가, 그 수가 늘어나 교회가 커지면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드는 예가 얼마나 많은가. 교인 수는 교회 안팎에 있어 담임 목사의 위상이 되고, 들어온 헌금의 다과는 사례금이라는 명목의 수입과 직결된다. 그러니 기를 쓰며 자기성공을 교회성장이라는 탈로 가리고 그를 위해 땀을 흘리는 목사가 많다는 데에 교회들의 난맥상이 있는 것이다.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의 교회들은 교인들 모셔 가기로 분주해진다. 입주로 가뜩이나 혼잡해진 단지의 입구에 텐트로 진을 치고 분주히 서두르는 사람들이 싫다는데도 일회용 커피 잔을 들이대며 전도라는 것을 한다. 심할 경우에는 이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세대까지 찾아가 같은 짓을 한다. 전도가 아니라 좋게 말하면 교인 모셔 가기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의 교인 빼내 가기이다.

그런가 하면 실명의 개인별 그래프를 벽에 붙여 놓고 헌금 거두에게 안간힘을 쓰는 교회도 있다. 헌금을 강조하는 설교 횟수가 도를 넘어 교인들이 염증을 느끼는 교회도 있고, 교회를 헌금 거두는 수입원으로 추락시키는 목사도 있다.

일반사회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고차원의 도덕과 윤리가 요구되는 기독교인이, 그것도 교인들의 선봉에 서야 할 목사가 간음, 사기 등의 범죄행위로 기독교의 위상에 오물을 껴 얹는 일도 비일비재하니 교회가 어떻게 쇠퇴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교인들의 탓도 크다

그렇다고 한국 기독교의 쇠퇴 원인 모두를 목사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성도들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목사들이 잘못 가르친 책임이 크지만, 그렇다고 교인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인들은 흔히 목사들이 잘못하고 잘못 가르쳐 한국 교회가 이지경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분별력이 자기에게도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또 자기의 과오가 목사의 잘못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옳고 그름의 분별력이 있는데도 막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인간은 어렸을 땐 오로지 부모의 양육에 의해 자라지만, 자라감에 따라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며 자라 간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목사 탓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직 미숙아임을 자인하는 것이 된다. 남의 탓만 하는 사람은 인격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성한 자식이 부모의 바르지 못한 판단을 일깨워 주는 사례도 없지 않듯 성도들이 교역자나 교계 지도자들의 잘못을 알려 깨닫게 하거나 제동을 걸어 과오를 막게 하는 것이라면 기독교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단 비난을 위한 비난은 교회발전에 도움이 아니라 독약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한다. 비난까지는 아닐지라도 일부의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한국 교회 다대수가 그런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가뜩이나 나쁜 개신교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있는 것까지 덮자는 것은 아니다. 목사 욕을 하기 위해 목사가 되었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는 필자이지만, 교회나 목사들의 과오를 말할 때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개선의 길로 들도록 자기 나름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독교 쇠퇴의 이유에 대해 구구하게 말들을 하지만, 그 본질적인 것은 기독교인이 기독교인답지 못하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고, 믿는 사람이 믿는 사람답지 못하여 악취를 풍기기 때문에 기독교가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현존의 세 사람에게 눈길을 돌려 보고자 한다.

필자가 잘 아는 목사 한 분은 스캔들을 일으켜 교회에서 쫓겨났다. 그런 뒤에도 그런 버릇 개 못 주고 가는 곳마다에서 여자를 건드려 결국 현숙하고 헌신적인 사모와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서 언젠가 필자에게 메일이 왔다. “향기 주는 OOO 목사 드림”으로 끝을 맺은 메일이었다.

얼마 전에는 모르는 장로님 한 분으로부터 “당당뉴스를 읽고...”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왔다. ‘목사님... 처음과 마지막 부분만 읽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실례라 생각은 드나..(중략) 스스로 악취 나시는 분이... 악취는 안 나는 정OO 장로 드림’이라는 메일이었다.

또 한 분은 당당뉴스에 실린 필자의 글에 이런 댓글을 다셨다. 필자와 당당뉴스 필진의 다른 두 분의 실명을 들어 “이분들은 정말 예수쟁이가 맞냐 할 정도록 극단적인 신앙관과 오히려 이사람들이 건방진 이야기지만 나를 보고 배워야 하는게 아닐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로 보면 세 분 다 자신을 무척이나 의로운 사람이라 여기어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수님께선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가로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라고 기도 했는데,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고 기도했다. (눅18:9-13 참조)

바울은 학문으로 보나 신앙으로 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크리스천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감옥 밖의 사람들을 걱정할 정도로 복음이 체질화된 그는 자신을 가리켜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엡3:8)라 했다.

그런데 하물며 필자와 같은 허접한 사람이야 무슨 말로 자기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무는 열매로 아는 것이다.(눅6:44 참조) 사과가 열리면 사과나무이고 배가 열리면 배나무인 것이다.

악취를 내는 필자

물론 필자도 크리스천이요 목사이니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욕심과 미움과 불신 같은 악의 덩어리를 줄여 보려고 기도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를 내고 소금으로 녹아져 다름 사람들의 삶이 맛을 내게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실제로는 항상 빛을 가리고 향기 아닌 악취를 내며 다른 사람의 삶에 방해가 되는 자신을 본다.

그래도 필자는 절망하지 않고 기도하며 노력하기를 그치지 않는 가운데 기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절망은 불신앙이라는 것을 알기에 항상 희망의 끈만은 놓는 일 없이 붙잡고 있다. 끊임없는 기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이라고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기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절망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선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해 주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은혜인 것이다. 되어진 것을 되어졌다 하면 그게 무슨 은혜이겠는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목표를 행해 달려가는 과정까지도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해 주시니 은혜이다.

필자는 앞에서 자신을 가리켜 허접한 사람이라 했다. 그래, 맞다. 허접한 사람 맞다. 그러나 그런데도, 악취를 풍기는 존재인데도, 왕중왕이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이제 왕자이다. 안에 성삼위 하나님을 모시고 있으니 성전이고, 안에 새 생명이 있으니 존귀한 존재이다. 필자와 같은 허접한 사람조차도 믿음 하나로 이 같은 신분이 되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에 있겠는가. 가슴 벅차도록 기쁘고 목청껏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감사한 일이다.

죄짓지 않으려 기도하며 노력하다가 힘이 모라라 죄를 짓는 것과, 그냥 짓는 것은 가은 죄라도 운니(雲泥)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하나님께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하면 과정만이 사람의 몫이고 결과는 하나님의 영역이다. 결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이 저질러지고 있는가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결과를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신다면 무슨 일이 됐건 전능하신 당신께서 일거에 직접 해 치우고 마실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통하여 당신을 의지하며 당신과의 관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을 기뻐하시기에 우리에게 일을 하라 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수가의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요4:21)라고 말씀하신다. 예배의 장소와 의식을 초월할 때가 온다는 놀라운 의미의 말씀이다. 어느 곳 어느 때가 됐건 모두가 예배의 장소와 시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말씀이다.

바울은 믿는 우리를 향하여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라고 말하는데, 앞에 든 예수님의 말씀과 무관치 않은 내용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날마다 이어지는 일상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어야 하고 산제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큰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운전이나 주차 하나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요 제사이며, 길가에 떨어진 휴지조각 하나를 줍는 것도 그러하다. 좁은 인도를 걸을 때 남에게 하는 배려 하나도 예배가 되고,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어 주는 일 또한 산제사가 된다. 그 할머니의 손에 말없이 천 원짜리 몇 장을 쥐어 드린다면 예수님을 대접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를 내는 것이며 소금으로 녹아져 다른 사람의 삶이 맛을 내게 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는 나무에 열린 좋은 열매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남의 마음을 송곳으로 찔러 상대방이 아파 우는 것을 보고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뭐라 하시겠는가. 무엇인가의 일로 아파하는 사람을 보듬어 주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예배로, 산제사로 받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령 그렇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리 하려고 노력만이라도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해야 할 하나님의 가장 큰 일은 나의 인격을 믿음의 것으로 바꿔 가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예배요 산제사라는 말이다.

믿는 사람 모두가, 아니 모두는 아닐지라도 다대수가 그리한다면 기독교의 부흥은 저절로 될 것이다. 그러니 목사들 탓만 하지 말고(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말이야 필요하지만) 나 자신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제사의 산 제물로 드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 한국교회가 쇠퇴의 일로를 걷게 된 것은 내가 그런 생활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말이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네가 잘못해서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 순간 너보다 나의 잘못이 더 커지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나를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다. 자기 성찰이나 반성 없이 하는 남의 탓은 너와 나, 그리고 모두를 망하게 한다.

▲ 임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