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예수

내 나이 30이 넘도록 나는 예수님을 하나님으로만 생각했다. 주일학교 때부터 모두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내게 가르쳐 주었고, 아무도 예수님이 인간이라고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인간이 아니고 하나님이니까 나는 예수님을 하나님이라고 믿었다. 성경에는 다윗의 자손이라고, 목수 요셉의 아들이라고 나와 있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결혼하기 전에 이미 성령으로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예수님의 아버지는 요셉이 아니고 하나님이다. 요셉은 예수님을 키워준 양아버지이기는 하지만, 진짜 아버지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분명히 하나님이다. 사도신경에 보면 “하나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하나님이 낳은 하나님이다.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도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등한 분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때 같이 주일학교를 다니던 동무들에게 “너희들 예수님의 성이 무엇인 줄 아냐?”라고 물어본 일이 있다. 아무도 몰라서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나는 자신 만만하게 말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하나님의 성대로 하 씨야. 하예수란 말이야.” 그 말을 듣더니 동무들은 그렇게 쉬운 것을 미처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예수!”

그런 후에 왜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예수라고 부르지 않고 예수라고만 부르는지 궁금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 집에서 식구들이나 내 주변의 동무들은 모두 나를 재석이라고 부르지 최재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학교에 가야 선생님이 나를 최재석이라고 불렀다. “그러면 그렇지! 예수님도 학교에 갔을 때는 선생님이 하예수라고 불렀을 거야.” 나는 한동안 예수님의 성이 하 씨라고 굳게 믿었다.

침 한 번 놓지 않고, 약 한 첩 먹이지 않고 병자를 말로 고치시는 분.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5,000명을 먹이시는 분, 죽은 사람들을 살리시는 분, 물 위로 걸으시는 분은 분명히 인간이 아니고 하나님이다. 베드로도 물 위를 걸어보려고 했지만, 그는 인간이기 때문에 물에 빠지고 말았다. 십자가에 달렸을 때도 아파하는 것 같지 않았고, 더구나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고, 마지막에는 하늘로 올라가셨다. 예수님은 분명이 하나님, 즉 신이지 인간일 수 없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교회에서 모두들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가끔 예수님이 자신을 인자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예수님 자신이 인간인척 하는 말일 뿐, 사람들은 그렇게 믿지 않는다.

그 후 20대에 교회사를 읽으면서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에 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현설이나 영지주의가 있었는가 하면, 성육신을 인정하는 교부들 사이에서도 상반되는 견해들이 있었고 정치적인 바람까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이단으로 정죄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렉산드리아와 안디옥이 신학의 두 거점이었는데, 모두 성육신을 받아들이면서도 알렉산드리아의 교부들은 신성 쪽에 기울었고 안디옥에서는 인성 쪽에 기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예수님은 진정한 하나님이며 진정한 인간이라는 교리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나는 하예수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가현설이나 영지주의도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이 완전히 이단이라면 알렉산드리아 쪽의 주장에 찬동하고 싶었다. 예수님의 아버지는 하나님이지만 인간인 마리아가 낳았으니까. 다시 말하면, 예수님은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아버지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인간 예수

그런데 어느 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신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예수님이 겟세마네에 이르러서 세 제자를 데리고 가실 때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라고 말씀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막 14:33-36)라고 기도하셨다.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나가서 간절히 기도하셨다. 누가복음에는 “예수께서 힘쓰고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22:44)고 기록되어 있었다.

죽음을 앞에 놓은 예수님의 고뇌에 찬 이 간절한 기도를 읽으면서 나는 예수님은 나와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지워진 짐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나는 얼마나 여러 번 몸부림치면서 그 짐을 벗을 수 있기를 원했던가.

내가 전에 이 장면을 읽을 때는 예수님의 고통이 실감 나지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기보다는 이 장면은 없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없는 요한복음을 더 좋아했다. 요한복음에서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님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은 이미 제자들에게 당신이 고난 받으실 것과 사흘 만에 다시 사실 것을 세 번이나 예고하셨다. 당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셨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바로 앞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고난당하실 것을 말씀하시면서 함께 드는 빵이 당신의 살이며 포도주가 당신의 피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에 십자가의 고통이 무서워서 심히 놀라고 슬퍼한다든지, 십자가에 달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닌가.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피하려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자들에게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고 하신 말씀을 읽으면서 그 말씀은 마치 나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당신의 분부대로 깨어서 기도하지 않은 제자들을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약한 육신을 이해하는 데에 놀랐다. 당신이 고민하여 죽게 된 지경에서 제자들에게 깨어서 기도하라고 한 선생의 당부를 잊고 잠에 취한 제자들에게 역정이 날 만도 하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을 책망하시기는커녕 그들이 육신이 약해서 선생의 분부를 외면한 것이라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신다.

제자들에 대한 이러한 인간적인 이해는 예수님 자신이 당신의 사명을 잘 알면서도 연약한 육신으로 인해서 그 사명을 피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겟세마네에서 기도하는 예수님에게서 연약한 육신을 지닌 한 인간을 보았다.

겟세마네에서 기도하는 예수님을 대하면서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권능과 영광』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그 주인공은 공산주의자들이 교회를 박해하는 멕시코에서 신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10여 년 동안 박해자들을 피해 다닌다. 그는 그 긴 기간 동안 겪은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서 그리고 시시각각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로 인해서 겁쟁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가끔 실수하기도 하지만 육체의 연약함을 이겨내면서 자기의 사명을 완수하다가 결국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순교 당한다.

당신의 사명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예수님은 자기의 책임을 감당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육체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그 소설의 주인공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예수님이 슬퍼서 죽게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땅에 얼굴을 대고 비지땀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이, 예수님의 겁에 질린 표정이 내 눈 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예수님도 육체를 지닌 인간이었다. 당신의 사명을 잘 알고 계셨지만 연약한 육체 때문에 십자가의 고통 앞에서 두려워한 인간이었다. 이제는 예수님의 고민을, 예수님의 피땀 흘리며 하신 그 기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의 고난 앞에서 고민한 것은 비겁해서라기보다는 육체를 지닌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겟세마네에서 육체를 지닌 인간 예수를 만났다.

나는 전에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 하나님이 왜 인간처럼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인간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수님이 신앙으로 무장한, 인간적인 감각이 없는 분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실상 예수님은 가시에 찔리고 채찍을 맞으면 움츠릴 수밖에 없는 육체를 지닌 분이었다.

겟세마네에서 인간 예수를 만난 후 복음서를 읽어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예수님에게도 인간적인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겟세마네에서도 슬퍼하시고 고통스러워하셨지만, 유랑하는 무리를 보시고 안타까워하셨고, 병자들을 불쌍히 보시고 그들을 고쳐주셨다. 그리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강조한 요한복음에서도 나사로가 죽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 그런가 하면 화를 내시기도 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비난하고 바알세불이 지폈다고, 미쳤다고 당신을 공격할 때는 화가 나서 그들을 저주하셨고, 당신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라신, 벳새다, 가버나움 사람들을 “화 있을진저”라고 저주하셨다.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찾지 못했을 때도 그 나무를 저주하셨고, 외식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에 대해서도 “화 있을 진저”라고 그들을 저주하셨다. 예수님이 이렇게 여러 번 사람들을 저주하셨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예수님을 하나님으로만 믿던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예수님이 안식일보다 인간을 중시하신 일이었다. 공관복음서에서 보면 안식일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를 지나가실 때, 배고픈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었다. 이것을 본 바리새인들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고 예수님을 공격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다윗이 배고플 때 제사장 외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진설병을 먹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막 2:27)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회당에 들어가셔서 안식일에 손 마른 사람을 고치셨다. 여기서도 회당에 모인 사람들이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예수님에게 항의했다. 그 항의를 듣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안식일에 양이 우물에 빠졌으면 끌어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시면서 “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마 12:12)고 말씀하셨다.

당시 유대사회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일보다 인간을 앞세우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선언이다. 그래서 이 일 직후에 바리새인들이 모여서 예수님을 죽이려고 모의했다.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면서 인간을 앞세우는 예수님은 이단적인 사람이었다. 예수님은 분명히 당신의 언행이 당시 사회에서 얼마나 파격적인 것인지를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이러한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예수님이 안식일보다 인간이 더 중요하다고 선언하신 것은 당신의 목숨을 건 큰 사건이었다.

이 외에도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충격을 줄 만한 말씀을 하셨다. 예수님은 당시 유대인들이 이방인으로 취급해서 상종하지 않았던, 달리 말해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사마리아인들을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사람을 구해 주었을 때 그 사마리아인이 바로 유대인의 이웃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그녀에게 복음을 전하시고, 유대인들이 들어가지 않는 사마리아인들의 마을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룻밤을 머물기도 하셨다. 예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은 하나님은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사마리아인들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그들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이라는 것을 믿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사마리아인들 외에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소외된 사람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시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 사회에서 격리된 나환자들을 불쌍히 여기셨을 뿐 아니라 예수님은 사람들이 멸시하는 세리의 집을 방문하여 그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 그리고 사람의 수에 들지 못하는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을 귀히 여기셨다. 여기서 예수님의 인간 사랑을 보게 된다.

예수님의 복음은 낮은 데로 나아가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이웃이 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특별히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독교 신학은 예수님이 죄인들을 위해 오셨고 죄인들을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예수님은 죄인들, 다시 말해서 인간을 사랑하셨다.

예수님은 귀천과 선악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셨을 뿐 아니라 “모든 족속”(눅 24:47)이 구원받을 대상이라고 선포하셨다. 당시 유대인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인간을 귀하게 여기신 예수님이 유대인에게 뿐 아니라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고 말씀하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마디로, 예수님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셨고 우리에게 인간은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복음은 인간을 위한 복음이라고 말해서 좋을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복음을 선포하셨다.

천국복음보다 우선하는 인간복음

인간을 귀하게 여기신 예수님의 인간 사랑을 묵상하면서 내가 놀란 것은 예수님이 우리의 인간에 대한 관계를 하나님과의 관계와 연관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먼저 주기도문에서 보면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여기서 내 주목을 끈 것은 우리 이웃을 용서해 주어야만 하나님께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이웃을 용서해 주지 않고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태복음에서는 주기도문에 바로 이어서 이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마 6:14-15).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관계가 바로 서지 못할 때, 하나님과의 관계도 바로 서지 못한다.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마태복음 5장에서는 형제에게 노하면 심판을 받고, 형제에게 욕하면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고 하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이만큼 이웃과의 관계를 중시하셨다. 바로 다음 구절에서는 예물을 제단에 드리러 가다가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생각나면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 5:24)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인간과의 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의 전제조건이다.

마태복음 25장에 가면 심판날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서 예수님은 우리의 인간관계가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놀라운 복음을 선포하셨다. 임금이 모든 민족을 앞에 모으고 그들을 오른 편과 왼 편에 갈라놓는다. 오른 편의 의인들에게 임금님은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고 하면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왼 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불에 들어가라고 명하면서,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고 말한다. 왼 편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임금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했다고 항변하지만 그 노력은 인정받지 못한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이유

이 비유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열심히 주일을 지키고, 예배에 힘쓰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등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내 기도를 들어주시고, 나에게 복을 주실 것으로 믿었다. 그렇게 하나님 사랑에 몰두하면서 인간관계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은 하면 더 좋지만 하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위해서 한 나의 모든 수고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내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서 충성하고, 열심히 기도를 했는데, 왜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내 기도의 내용이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가 이르지 않은 것이니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이 내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은 것은 내가 이웃의 아픔을 같이 하지 못하고, 이웃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웃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이웃을 외면할 때, 하나님을 위한 나의 모든 헌신은 무의미해진다. 그럴 때, 나의 예배, 나의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도하기 전에 먼저 이웃을 용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

이사야서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힘쓸 때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압제 당하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며, 의지할 데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라고 명하셨다. 그리하면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사 58:9)고 말씀하셨다.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이 인간복음을 선포하셨고,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그 복음을 강조하셨다.

▲ 최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