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파파’를 외치는 소리가 한국 땅을 진동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겸손하였다. 작은차를 타고, 낮은 자리에 서서, 사회에서 소외된자, 고통받는자, 약자들을 만나고 보듬어 주었다.

그의 그런 행보를 보면서, 21세기의 시대에 ‘교황’이라는 호칭이 합당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벌서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는 ‘교종’(敎宗)이라는 호칭을 쓰고도 있다. ‘교황’이라는 칭호에는 ‘황제’같은 권위주의적 의미가 풍기기기 때문이다.

교황의 공식 칭호는 ‘pope'(라틴어,papa)이다. 그 유래는 그릭어 ’아버지‘란 뜻인 ’papa'에서 왔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에 보면 처음에는 사제, 주교등도 ‘pope'라고 불렸었다. 그리스, 러시아 등의 동방정통교회에서는 지금도 교구 사제를 ’pope'라고 부른다. 서방교회에서 ‘로마의 주교’(The Bishop of Rome) 만을 ‘교황(pope)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공식화된 것은 그레고리오 7세(1073- 1085)교황때 이후부터다.

중국에서는 교황을 ‘교종’(敎宗), 일본에서는 불교적 용어인 ‘법왕’으로 불렀다. 일부 보수적 일본 언론매체들은 아직도 ‘법왕’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천황에게만 ’황제‘ 칭호를 사용해야 된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교황‘이란 칭호 사용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교종‘ 또는 ’법왕‘이란 용어를 썼었다. 그러나 천주교 측의 노력과 홍보로 지금은 ‘교황’ 호칭이 정착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오히려 천주교측 일부에서 ‘교황’ 호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경축 미사가 명동성당에서 개최되었을 때 그는 강론에서 ‘교황’이라는 어휘 대신 ‘교종’이라는 칭호를 사용했었다. 과거 ‘전례위원장’ 직 시절에도 그는 ‘교종’ 호칭을 쓰자고 주장한바 있었다.

세계 역사에서 ‘교황’이라는 호칭이 아주 걸맞는 시대가 있었다. 중세 시대 때다. 그때 교황은 각국의 왕보다 상위적 위치에 있는 막강한 권력자였다. 각나라의 왕들도 교황의 인준을 받아야 즉위할수 있었으며 또 왕 폐위 권력도 가지고 있었다. 가히 세계를 지배하는‘황제’급이었다.

그렇지만, 현대의 교황의 위치는 어떤가? ‘서방교회’ 즉 로마캐톨릭교회라는 한 종단의 수장일 뿐이다. 물론 바티칸 시(市)국의 수반이라고는 하지만, 바티칸시는 명칭만 ‘시국(市國)’이지 사실상의 국가라고 볼수 없는, 0.44 제곱km의, 인구 8백여 명 정도의, 한국의 한 동(洞)보다 못한 작은 규모다. 유엔 회원도 아니고 소수의 교황 근위대외에는 군사력도 없다. ‘황제’를 의미하는 ‘교황’이란 ‘타이틀’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칭호다. 캐톨릭 신학자 한스 큉은 그의 ‘교회론’ 책에서 “교황도 ’섬기는자‘(servant)의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캐톨릭교회에서는 최초의 제1대 교황을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라고 하며, 모든 교황은 바로 베드로의 후계자(Successor of St. Peter)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베드로는 ‘교황’(pope)이란 호칭으로 불린적도 없고, ‘Supreme Pontiff'(최고의 제사장)으로 높임받은적도 없다. 당시 초대 교회에서는 성직자나 평신도의 구별도 없었고, 따라서 교회의 ‘수장’같은 직책같은것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한 예루살렘의 교회의 대표적 인물은 베드로가 아니고, 예수의 동생 ‘야고보’였었다.

이런 여러 가지 전후관계를 살펴볼때 ‘pope'를 교황이라고 번역, 호칭하는 것은 전혀 적합한 것이 아니다. ’pope'라는 어휘의 ‘아버지’라는 뜻을 살린다면, (초기교회의 ‘교부’(敎父)와 혼동이 될수 있지만) 차라리 ‘교부’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할지도 모른다. 물론 ‘교종’도 의미있는 칭호다. 구시대적 호칭을 버리고, 시대에 맞는 바른 ‘명칭’으로 바뀌어지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