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왔다. 천주교는 지금 대목을 보고 있다. 그러나 교황이 보여주고 있는 가난한 자, 약한 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행동에서 충격을 받는 것은 천주교나 개신교나 공통이다. 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상식에 충격을 받다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이런 참에 호주 SBS TV에서 바티칸의 부정, 부패, 사제들의 성추문 은폐 등을 폭로하는 극단적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옛날 같았으면 가톨릭 측에서 목숨 걸고 막았을 만한 내용이었지만 그마나 지금은 시대가 좋아져서 공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울 것은 없고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막상 영상으로 보니 좀 더 충격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바티칸도 인간 세상이므로 그 안에도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악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티칸 안에서도 밥그릇 싸움이 있고 밥을 보다 찰지고 맛있게 먹으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역대 교황들이 고쳐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번에 스타플레이어로 등장해서 화려한 연기를 펼치는 교황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새 교황은 비교적 야심찬 개혁을 시도 하고 있지만 금융 문제는 신 보다는 돈이 훨씬 높은 자본주의 사회니까 교황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이 안될 것 같고 성적인 것은 위선 때문에 안될 것 같고 이래 저래 그냥 저냥 가다가 종교의 종말을 맞이 할 것 같이 생각된다. 그래도 1000년은 가겠지만.

그러나 사제들의 성추행이 어제 오늘 일이겠나? 10 세기 부터 시작된 독신 사제라는 페쇄집단에서 그동안 성추행 행위는 일상적으로 있어왔을 것이다. 성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사회에서도 더 좀 즐겨 보겠다고 온갖 노력을 기울리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인데 애초부터 남자들에게 많은 특권을 주면서 성적인 권리만 빼앗은 제도가 억지 아닌가?

아마 언젠가는 수녀들에 의해서 성추행 당한 남자 아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2000 년 교회역사 안에서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제의 성추행 문제는 카톨릭 뿐만 아니라 성공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성공회 사제는 결혼을 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독신 생활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몇 해 전에 호주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연방 총독이 끈질기게 버티다가 끝내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일이 있었다. 총독이 성공회 대주교 시절 자기 교구의 신부 한 사람이 성추행을 해서 고소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체면 때문에 그 사건을 신부 편에 서서 적당히 압력과 회유를 통해서 피해자를 무마를 시킨 것이 총독이 되고 나서 여성운동가들에 의하여 여론의 쟁점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문제는 왜 20 세기에 들어와서 사제의 성추행 문제가 대거 불거졌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성추행으로 인해 생긴 정신적 트라우마나 인권 문제 이면에 돈이 걸렸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미에서는 실제로 피해자들이 연달아 세속 법원에 성추행 사제들을 고소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한 보상금 때문에 미국에서만도 2004~2011년에 8개 교구들이 파산을 선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한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던 교구장들이 줄줄이 사퇴하였고, 2008년의 경우 미국 주교회의가 발표한 보상금액이 26억 달러(한화 2조 7천억 원)에 이르렀다.

전 세계 410,000명이나 되는 가톨릭 사제 총수에 비하면 1950~2002년 사이에 고발된 5,000여 명의 성추행 사제들의 숫자는 실제로 전체 사제 수의 1% 내외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극소수의 사제들이 수십 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행을 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데 있다. 이상하게 전세계에 보고된 아동 성추행 고발 사건 중 압도적 다수인 약 80%의 케이스가 미국의 사제(5,000명 중 4,392명이 미국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성추행의 대상이 13세 미만의 소아나 십대 후반(15-19세)의 청소년들에게 중첩되어 있고, 같은 범죄라도 미성년자들에 관련된 범죄는 그 배상액이 막대하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고소천국'인 미국에서 영악한 변호사들에게 거대한 부동산과 튼튼한 재정 지불 능력을 가진 가톨릭교회는 그야말로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가톨릭 사제보다 훈련이 덜 철저해서 오합지졸인 개신교 목사의 성추행이 가톨릭 보다 더 귀할수는 없겠지만 목회자의 성추행이 있다고 해보았자 교회가 물어 줄 것도 아니어서 뜯어 먹을 것이 없지만 가톨릭 사제의 경우 배상금의 최종 책임이 교구에 있고 교구는 대대로 전해온 토지, 교회 건물, 병원, 학교 등 막강한 부동산과 튼튼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섬인 타스마니아주의 주교가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돈이 없어서 천주교의 재산을 처분해서 피해를 보상했다는 뉴스를 들은 바가 있었다. 만일에 바티칸이 그 동안 있었던 사제들의 성추행을 돈으로 모두 보상하려면 베드로 성당을 팔아도 모자랄 것이다.

오늘 서구 사회 풍조는 어쩌다 신부를 고소해서 돈이 생기는 뉴스를 보자 “가만히 있어 보자? 나도 옛날에 아무개 주교가 신학생 때 여름 캠프에서 나를 껴안은 일이 있었는데? 심심한데 고소나 한 번 해 볼까?” 이렇게 해서 고소하는 거다.

사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나도 고소당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도사 때 학생들 데리고 여름수양회 가서 기도원에 방이 부족해서 여학생들과 한 방에서 잔 것, 게임 하다 끌어안은 것 등등 따지면 모두 고소거리가 된다.

한국에서는 설령 사건이 있었어도 아직 신부들 상대로 돈 뜯어내는 것에 익숙지 못하기 때문에 표면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마나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한국 목사들이 미국 와서 대우가 좋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구세군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도 한 번 미국 구세군으로 전향(?)하려고 했던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만일에 목회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교단이 배상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잘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태고 이래. 인간들은 밥그릇 때문에 싸워 왔고 모든 싸움에는 밥그릇이 걸려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밥그릇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300여 명의 목숨 줄을 끊은 사건이 시끄러운데 한쪽에서는 조용히 묻으려고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들은 밥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목숨이 끊어져야 했는지를 밝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침몰로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들이 지금 밥을 끊고 단식을 한다.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상식에 맞는 일인가? 교황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