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방한 반대 서명운동 사이트 화면 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4일 방한한다. 1984년과 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에 이어 역대 3번째인 교황 방한이 확정된 후 가톨릭을 비롯해서 정치권과 경제계 등은 환영 일색이다.

이와는 달리 교황 방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기독교(개신교)계다. 교황의 방한으로 개신교의 교세가 위축되고 위상이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식적으로 교황방문 반대를 표방한 단체로는 지난 2일 출범한 로마교황방한저지행동연대(약칭 교행연)가 있다. 이 단체는 2일 긴급 모임을 갖고 5일부터 시복식 현장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이순신 동상 건너편)에서 진리수호구국기도회 예배를 갖기로 했다.

교황방문 반대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교황방문을 계기로 지난 5월 창립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한국신앙직제)’를 비판하며 ‘개신교‧가톨릭 일치’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는 곳도 있다.

‘로마가톨릭&교황정체알리기운동연대’(조직위원장 송춘길 목사)가 그곳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광주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의 일치운동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데 이어, 교황방문을 이틀 앞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한국교회를 지키자’를 주제로 같은 성격의 집회를 연다.

이들은 교황이 방문하는 14~18일에는 반대집회를 개최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톨릭의 실체를 알릴뿐, 마찰은 피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교황방문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식행사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 뜻을 8월 10일 ‘시복식(諡福式), 성스러운 예식이면 성당 안에서 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서 피력했다.

교황의 방문으로 기독교 교세가 위축되고 위상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마련된 대규모 집회도 있다.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전 총회장들이 오는 10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여는 ‘한국교회 회복과 치유를 위한 연합 기도회’가 그것이다.

이러한 교계 일부 분위기와 달리 교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교황 방한을 한국 개신교회의 자성과 갱신의 계기로 삼는 한편, 가톨릭과 기독교(개신교)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주류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일부에서는 교황 방문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이것은 우리 스스로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안 그래도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종교로 이미지가 왜곡돼 있는데 이것을 부추기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정 교수는 “이제 한국 교회는 올바른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신교도들이 위대한 종교인으로서 바로 서고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신앙을 실천할 때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회는 비종교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신대 연규홍 교수는 “교황의 방한과 교세 문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서 “개신교가 사회로부터 공신력을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열광하는 것은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가난한 자와 약자들의 편에 섰기 때문이므로 개신교 지도자들 스스로가 돌이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창원 교순(총신대)는 “교회의 사도권 계승자가 교황이라는 것은 명백히 성경에 없는 가르침”이라면서 “개신교가 가톨릭을 공격할 이유는 없지만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갖는 허구성은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성빈 교수(장신대 신대원장)는 “개신교에는 가톨릭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교황 방한을 계기로 종교개혁 이전 가톨릭의 모습, 현재 가톨릭의 교리 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