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 선거는 새누리당의 압승,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는데, 그 원인으로 새정치연합의 무리한 전략공천과 선거전략 부재를 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필자도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 원인이라는 것이 집권여당의 과오보다 더 큰 것이었냐 하면 필자로선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그만두고라도 그 후로 그에 대해 정부와 당국이 보인 행태를 보면 무정부 상태를 연상케 할만 했다. 해경은 배가 심하게 기울어 전복되어 가고 있는데도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손을 놓은 채 강 건너 불 보듯 했고, 청와대의 관심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들이 수장되어 가고 있는데, 거기에는 관심이 없고 대통령에 대한 보고만을 걱정했다. 그것도 대면보고가 아닌 24차례의 유선과 서면보고 뿐이었다. 첫 보고 뒤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은 당일 오후 5시15분이 돼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를 가장 먼저 알고 대처했어야 할 진도 VTS직원들의 도를 넘는 관행적 근무태만은 골든타임 18분을 허공에 날려 버리게 했다.

당국의, 정부의 그 같은 무책임은 304명의 소중한 생명들을 수장시키고 말았다. 저들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304명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희생자를 그 몇 분의 일로 줄였을 것이다. 말을 하려 들면 한이 없지만, 하여튼 그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임을 했고, 그 후속으로 지명한 후보자가 두 명이나 계속해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정홍원 씨를 다시 총리자리에 앉히는 웃지 못할 희극까지 연출되었다. 그러고도 또다시 장관후보가 두 명이나 낙마하는 인사의 난맥상을 보였다.

그러는 한편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선 가운데 실로 많은 수사력을 유병헌의 검거에 집중시켰다. 그가 검거되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엄청난 인원을 동원했다. 그러나 체포에 나선 검경은 계속해서 뒷북만 치고 헛발질을 하는 것으로 시간만 보냈다. 오죽하면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거라는 소문이 온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다 퍼졌겠는가.

이 같은 상황에서 7.30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새누리당엔 빨간불이 켜졌다. 15석 중 3,4석을 차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1,2석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 문제가 터졌다. 새누리당은 당연히 이를 놓치지 않고 그것이 새 정치냐며 몰아붙였다. 그로 전세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유병헌의 시체가 발견되고, 야권이 연대하는 호재가 있었으나 새정치연합은 그조차 살리지 못하고 참패하였다.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은 누가 뭐래도 무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부도덕에 무책임과 무능보다 더 큰 잘못인가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정부의 일이니 집권여당에는 책임이 없다 한다면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방해하는 것이 무리한 전략공천보다 가벼운 과실인가도 따져 볼만 하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이 세월호 사고를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 하여 물의를 빚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친박의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일종의 해상 교통사고”라 발언하여 논란이 일었는데, 이 하나만으로도 그 허물이 새정치연합의 야권연대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야권을 누르고 압승했으니 역시 새누리당은 ‘선거의 달인’이라는 면에서 추종을 불허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전략부재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선거’에 서툴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새정치연합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호남의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그것도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지역갈등의 벽을 허무는 데에 공헌했다는 면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정부가 지역편중인사로 더욱 굳힌 지역감정을 한 지역구에서 허물었으니 역사적인 일로 기록될만하다.

그러나 이정현 후보가 내건 공약 ‘예산폭탄’이 득표요인으로 작용한 면이 없지 않았다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작용했건 안 했건 문제는 결코 작은 것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그가 그것을 무기로 하여 예산을 몰아오겠다는 것인데, 그것과 영일대군이라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씨가 3년 동안에 자신의 지역구로 1조원이라는 예산을 끌어갔던 것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여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걸핏하면 힘 있는 여당 운운하며 예산을 들먹이는데, 그것은 달리 말하면 여당의 힘으로 야당 의원의 지역구로 갈 예산까지 몰아가겠다는 것이 된다.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개표가 끝나자 언론이고 여론이고 가릴 것 없이 승자인 새누리당을 향해선 옳고 그름의 가림도 없이 무엇 때문에 이겼다며 찬사 일색인 반면, 패자인 새정치연합에 대해선 패인의 부정적인 면만을 들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나빠도 좋은 것이 되고, 결과가 나쁘면 조금 나빠도 많이 나쁜 것이 된다. 그러나 과정이 옳지 않아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과정이 옳아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어떠한 일이 됐건 과정의 바르고 그렇지 않음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본다면 우선은 좋을지 몰라도 종국에는 그것이 해악이 된다. 선거에서의 과정은 그것을 치르는 방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후보와 그가 속한 정당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과정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난의 몰매는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잘하라는 채찍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찬사는 무엇인가. 필자로선 그에 대해 동의할 수가 없다. 반바지에 빨간 모자와 빨간 운동화 같은 것을 들어 야당이 해야 할 변화와 혁신을 새누리당이 이뤘다며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은 분명 선거운동의 측면에서 볼 때 참신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보고 그들의 변화와 혁신을 말한다면 옳은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병폐는 그처럼 본질을 비켜 가는 데에 있다.

새누리당의 진정한 변화를 보려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여당의 과오와 실책으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봐야 한다. 그런데 선거가 그들의 압승으로 끝나자마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물을 건너가고 있는 소리가 요란하지 않는가. 병의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듯,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적 중병의 치료는 그 진상의 정확한 규명이 필요한데, 이제 그게 그들의 승리로 물을 건너가고 말았다. 이제 아예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유족들을 가리켜 공공연하게 ‘노숙자’란다.
새정치연합이 몰매를 맞아야 한다면, 정부여당은 멍석말이를 당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