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소유의 늪에 빠지다 (1)

알렉산더는 자신이 죽을 때 손을 관 밖으로 내놓게 했다. 징기스칸 이전에 가장 큰 대륙을 호령했었던 그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신과 그의 심복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정복 전쟁을 했지만 결국 자신이 죽은 이후에는 부하들에 의해 4개의 나라로 나눠지고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렇게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그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우리에게 ‘소유’는 분명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인류 역사를 자신의 소유를 지키고, 소유하고 더 소유하려는 탐욕이 가져온 결과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언젠가 삼성그룹 고 이병철회장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그의 말대로 종교인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인데, 왜 사회는 아직 변화가 없고,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인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는 118종단에 약 칠만 팔 천개의 교회가 있다고 한다. 2012년 매일경제의 기사에 의하면 전국에 편의점이 2만개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그 숫자가 많아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비교한다면 교회가 얼마나 많은 지 충분히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개신교, 천주교인의 숫자를 합하면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은 그래도 아직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지금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전 세계적인 빈부의 차, 부정부패, 환경오염, 식량, 민족과 지역간 분쟁, 종교적 갈등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곳곳에 널려 있다. 문제는 그 시한폭탄의 시계바늘이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할 시점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분명하게 문제는 보이는데, 쾌도난마의 답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과연 답이 없는 것일까? 각 종교와 사상가들마다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지만 성경만큼 분명하게 그 이유와 해결방법을 제시한 곳이 있을까? 그렇다면 성경에는 이 모든 문제들의 근원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기록하고 있는가?
구약성경 1장부터 3장까지는 우주창조와 인간의 타락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은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자평하셨다. 그것만큼 정확한 평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3장은 기록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유혹에 빠져서 하나님이 금지하신 선악과를 먹고 말았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한 선악과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인류를 범죄하게 한 사탄이 유혹한 내용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의 충격적인 것이었다. 금지된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되고, 하나님처럼 선악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 유혹은 곧 하와가 먼저 선악과를 먹고 아담까지 먹음으로써 성공하게 되었다. 참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이 인류의 비극과 절망의 출발이었다. 그래서 성경의 이 부분은 수많은 훌륭한 분들에 의해 해석되고, 재해석되어 왔다. 필자는 신학을 논할 만큼 뛰어난 신학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신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범죄한 현장을 묵상하면서 ‘눈이 밝아져서 벗은 몸이 두려워서 숨었다’라는 부분이 새삼 너무 강렬해서 느낀 바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그것은 눈이 밝아졌다는 것과 소유가 정말 묘하게 연결되어지면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눈이 밝아지다.’와 ‘벗은 것이 두렵다.’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눈이 밝아지니 수치를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벗은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무난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사탄은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되고 선악을 알게 된다고 분명하게 유혹하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사탄이 없는 말을 지어서 낸 것일까? 물론 결과론적으로 하나님이 된다는 것은 거짓임이 판명났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가지, ‘눈이 밝아지다.’와 ‘선악을 알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보통 눈이 밝아지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를 대부분 가진다. 그래서 자칫 오해하면 하나님에 의해 무지몽매로 눈이 가려져 있다가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석하면 안 될 것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3장 5절은 분명 하나의 가정으로부터 출발한 논리적인 순서를 보여준다. 그 하나의 가정은 ‘선악과를 먹는다.’이다. 먹게 되면 먼저 눈이 밝아지고, 이어서 하나님이 되고, 선악을 알게 된다는 순서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먼저 ‘눈이 밝아지다’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이후에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 그러면 아담은 눈이 밝아져서 무엇을 느끼고, 깨닫고, 알게 되었다는 것일까? 단순히 수치를 느꼈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된다는 것은 우주 역사상 사탄의 성공한 최대의 사기극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소유’라는 단어로 3장 5절을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얼핏 보면 맞지 않는 도구같아 보인다. 그러나 일단 ‘소유’라는 도구로 해석해 가면 사탄이 인류를 유혹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단어임을 알게 된다. 사탄의 유혹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말은 무엇일까? 하나님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아담과 하와에게는 아마 ‘하나님처럼 된다.’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에서 국가이든지, 개인이든지 수많은 사건들의 부침과 희로애락 속에서 ‘소유’하기 위해 달려온 지나한 발자국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류가 겪은 수많은 전쟁 속에서 외형적으로는 그럴싸한 이유들을 대지만 결국 자신들의 소유를 지키고, 더 확보하기 위한 역사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진 죄의 결과라는 것에 아마 크게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후에 눈이 밝아졌다는 것을 소유의식에 눈을 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눈의 밝아짐이 바로 ‘소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소유’하려면 어떤 신분이어야 할까? 진정한 소유주는 우주만물을 있게 한 창조주요, 자존자여야 한다. 출애굽기 3장 14절에는 모세와의 대화중에 하나님께서 직접 자신의 이름을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스스로 존재하시는 아도나이(소유주) 하나님이시다. 다시 말해서 자존자만이 진정한 소유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처럼 되겠다는 것은 우주만물의 주인이요, 소유주가 된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것만큼 강력한 유혹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눈이 밝아져 소유의식이 생기자 비로소 ‘나’와 ‘너’가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나아닌 상대방이 보인 바로 그 순간 수치와 두려움과 함께 벗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혼자 있을 때는 벗었든지, 입었든지 아무런 문제가 안 되지만 타인이 있게 되면 바로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타락 전, 아담과 하와는 나와 너의 구분이 없었다. 그냥 하나였다. 하나님 안에서 완전한 하나됨을 이루었다. 그래서 창세기 2장 24절에는 부부란 결혼하여 하나되는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완전한 하나됨이 선악과를 먹은 타락으로 일그러졌다. ‘소유’가 눈을 뜨자 ‘나’와 ‘너’가 보였고, ‘나’와 ‘너’가 보이자 ‘나’라는 정체성이 자각되었다. 자신이 보이자 자신의 것을 지키고, 더 가지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타인은 내가 밟고 넘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인류는 절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내 것을 지키고, 더 소유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과 전쟁이 없다면 악이 존재할 자리가 과연 가능할까? 사탄의 말대로 소유가 눈을 뜨자 바로 선과 악이 다가왔고, 인류는 그 늪에 풍덩 빠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소유의 늪은 탐욕스럽게 끊임없이 자라서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이 인류를 끌고 들어갔다. 이 깊고 음흉한 ‘소유’에 대한 인간적인 방법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에 의한 수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인간이 저지른 것을 인간이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께서 손을 놓고 계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인류에게는 소망이 있다. 타락이후 무화과나무 잎으로 벗은 몸을 가리기 급급한 인류를 위하여 가족 옷을 해 입혀주셨다. 하나님께서 인류가 다시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인류를 끝까지 놓지 않으신 것은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 사랑의 역사가 성경의 기록이다. 하나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그 사랑을 짝사랑으로 애써 무시하며 여전히 스스로 신이 되는 길을 가려고 하고, 또 가고 있다. 그 길은 살리는 좁은 길이 아니라 죽는 넓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가고 있다. 손을 내밀기만 하면 소유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데 인류는 끝까지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런데 그 늪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깊이 빠지는 수렁인 것을 어떻게 하랴!

그래서 ‘소유’의 또 다른 이름은 ‘절망’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내미신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인류에게 소망이 있다.

(다음에서는 이 소유의 늪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이루리 - "인류 소유의 늪에 빠지다(예영출판)" 저자의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