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오랜만에 꾸보 앞을 지나가는데
조안의 시어머니가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손짓을 한다.
며느리에겐 쌀쌀맞지만 그에게도 한 구석 정이 있다.
오랜만에 보니 무척이나 반가운가보다.
누구나 선한마음과 악한마음을 동시에 품고 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푸근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사람들에게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나쁜 것이 아니고
생활고에 찌들던지 병고에 시달리다보니
자연히 마음도 완악해 지는 것이다.
환경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은 나무랄 것이 아니라,
잘 돌보아 주고 사랑으로 품어야 할 대상이다.
예수께서는 가난하고 병들어 마음까지 완악해진 이들을
특별히 더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들의 영혼을 긍휼히 여기셨다.

목요일은 장이 서는 날이고
주중에 환자가 가장 많이 오는 날이다.
한 젊은 시골 청년이 나를 찾아와 빙그레 웃는다.
가만히 보니 에밀리의 남편 무감각이다.
무감각이 나를 찾아오기까지 하고 웃으며 아는 척까지 하다니!
그러지 않아도 에밀리네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누가 아파서 보건소에 왔다고!
일층에 내려가 보니 에밀리가 어린 딸을 데리고 와
환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나를 보고 반가워 인사를 한다.
딸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빙그레 웃으며 임신하였다고!
아니, 이제 겨우 15세 된 딸이 임신하였다고?
속으론 많이 놀랐지만, 겉으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에밀리의 딸은 부끄러워 엄마 등허리로 얼굴을 감추고
에밀리는 뭐가 부끄러우냐는 듯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지난 3개월 전만 해도 남자 친구가 있다는 말을 못 들었는데
잠시 내가 방문하지 못한 사이에 남자가 생겨 임신까지 하였다.

그래,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왕생긴 생명이니 잘 키워라.
부끄러워 엄마의 등 뒤로 얼굴을 감춘 아이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니,
엄마가 “거봐 축하한다잖아 부끄러워하지 마!” 하며 딸을 격려한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엄마들이 부끄러워
몰래 낙태시키든가 감추려고 할 텐데!
이곳에선 잉태된 생명을 감히 낙태시키려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낙태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므로 어느 의사도 낙태시킬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의 생명존중 사상이
도시의 사람들보다 더 휴머니즘적이기도 하다.

에밀리 딸처럼 고만고만한 어린 여자들이
아기를 하나씩 안고 보건소에 예방접종 하러 와 앉아있다.
도시에선 이 나이면 공부하느라고 열중일 텐데
이곳의 젊은 여자들은 출산하고 생육하고 번성하느라 바쁘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산골마다 즐비하고
그 바람에 미혼모들도 많고 고아들도 많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서 대책을 세우지만
재정이 부족하여 계획만 세우고 실천은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간혹 외국의 NGO 단체들이 와서 돕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왕아버지네 가족이 두 명이 더 늘었다.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한꺼번에 몇 아이가 더 출산될 예정이다.
머지않아 곧 50명의 대가족을 거느리게 될 것이다.

생명체의 번식은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이다.
지금 도시국가는 거의 출산율이 저조한 상태다.
도시국가의 인구감소로 인한 세계 인류의 감소에 대한 위기상황을
저개발국가의 젊은이들이 해결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가면 약 5층 빌딩 되는 ‘럭키 플라자’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매주 휴일이나 공휴일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각 층계와 에스컬레이터를 메우며 각 매장으로 쇼핑 가느라 바쁘다.
매 시간 오백여명 정도의 많은 쇼핑객이 몰려드는
그 대형 쇼핑센터에 놀라운 사실이 있다.
쇼핑객의 거의 90가 필리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주변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이며
원주민 싱가포올 사람은 고작 가게 주인이나 점원들뿐이다.
가난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도시국가 국민들의 후진 일들을
도맡아하여 주고 돈벌이를 하려고 몰려든 모습이다.
그들은 휴일을 맞이하여 고향에 돈을 붙이든가 선물을 보내려고
앞 다투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는 본국(필리핀)에서 왕성하게 생산된 사람(인력)들이
도시국가의 필요한 곳에 투입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의 현실을 보여준다.
도시국가는 기계적인 제품생산에만 바쁘고 아이들 출산을 거부하는 때에
이곳 필리핀 시골 사람들은 공장에서 제품생산을 하는 대신
각 가정에서 아이 생산에 바쁘다.
이는 아마 지구촌 전체의 인구균형을 맞추기 위한
위에 계신분의 경륜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엔 경제와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고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였다면
이제 미래세계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생육하고 번성하기에 열심을 낸
저개발 국가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어가는
도시국가의 인구를 채우며 세상을 차지할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생육하고 번성(전도와 선교)하는 교회만 존속될 것이고
그러지 않는 교회는 서서히 도태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창세기에서 선포한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고 실천해야 되리라 생각된다.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이른 아침
조안의 시어머니가 양손에 두꺼비만한 큰 떡개구리를
줄에 엮어 매어 들고
팔려고 보건소 앞을 지나가다 나를 만나다.
줄에 매달려 있는 개구리의 불룩한 크고 흰 배가 너무 크고 징그러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하고 소리를 지르다.
그녀는 팔려고 정성껏 들고 온 상품인데
나도 모르게 실수 하였다.
그녀가 괜한 것 가지고 놀란다는 듯
나에게 인사를 한 후
경찰서를 지나 공설시장 쪽으로 가다.
어제 심하게 쏟아진 장맛비를 걱정하여
논가에 나와 구슬피 울던 개구리들이 무자비하게 체포되어
인간의 식용으로 팔리기 위해 장터에 나가고 있다.

모든 생물은 각자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하여
약육강식하며 생존한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우주의 질서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강한 자는 중심에 우뚝 서고, 약한 자는 주변인물이 된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그렇게 세상을 판단하거나 사시지 않았다.
헐벗고 굶주리고 연약한 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으셨다.
때로는 안식일 날임에도 불구하고 성전을 박차고 나가 불쌍한 이들과 함께 하셨다.
주님은 참으로 인간적인 인간(The Son of Man)의 삶을 사셨다.
주님은 형식화된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셨고
살아있는 생명체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여기셨다.
이런 행위는 율법적 종교지도자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혁명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힘없는 자들에게는 굿 뉴스(복음)였다.

저녁 시간에 조안네 집 근처를 지나치니
조안의 세 살 된 아들이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좋아하며 소리치며 손짓한다.
어린아이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조안네 꾸보에 잠시 들리다.
아침에 개구리 장사 나왔던 시어머니가 왕아버지와 작은 딸의 움막에
걸터앉아 가족들과 한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두 부부가 다정히 앉아 있는 모습이
매우 흐뭇하고 정다워 보인다.
행복은 물질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평소에 안보이던 한 젊은 여자도 있어 누구냐 물으니
조안의 친정어머니라고.
먼젓번 아기를 상관하러 왔을 때 한 번 본적이 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정엄마의 나이는 이제 겨우 39세였다.
그 젊은 나이에 자녀를 벌써 여섯 명이나 두었고
그 중 맏딸이 조안이었다.
내가 조안의 3개월 된 아기를 받아 안아주니
아기가 자기 엄마를 바라보며 방실 거리며 웃는다.
참 세월은 빠르다.
얼마 전 배불러 있더니, 어느 새 세상에 나왔고
난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더니 벌써 재롱을 떤다.

우리의 인생시계도 그 아이의 빠른 성장 못지않게 빠르게 지나고 있다.
머지않아 이곳의 일들이 먼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때가 올 것이다.
가는 세월 살같이 빨리 지나는 것 모르고
너무 세상일에 집착하면 인생의 참 재미와 의미를 모른다.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재미있게 살다 가야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