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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실종자 10여명이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70여일이 지나고 월드컵이 진행되고 우리는 점차 그것들을 잊어가고 있다. 일상의 바쁨과 지금의 열락과 즐거움에 빠지고 더 가까운 가족, 친지의 취업, 결혼, 잔치에 여념이 없다. ‘세월호 참사 무사귀환 염원, 희생자 애도, 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촛불’ 등 관련 행사나, 팽목항 현장이나 안산 합동분향소, 단원고 현장이나 이제 점차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시신을 못 찾자 한 엄마는 “아이를 못 찾으면 난 여기서 우리 애와 함께 죽을 것”이라고 통곡한다. 다른 엄마의 절규는 내가 팽목에서 가장 깊게 심장을 베인 말이다. “○○를 못 찾으면 나를 팽목에 묻어줘요. ○○가 누워 있는 이곳에서 내 넋이라도 애를 보며 지내게.” 란 부모의 오열과 단말마도 인간의 절대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근원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과 인간애의 결여에 있다. 구체적으로 나와 다른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심지어 적대에 있다. 그리고 그 근저에 우리의 탐욕과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선박의 운항과 안전에 대한 당국의 인허가, 감시, 통제 등 행정기능의 부재와 무감각에 있으며, 그 행위자로서 관련기업의 몰상식한 기업운영과 인명경시와 금전만능 철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월호 현장을 운항하던 선장과 승무원의 범죄행위와 책임회피 그리고 해경 등 구조단체와 기능의 무책임과 무능에 직접적 원인이 있다.
세월호의 불행한 상황은, 사고의 근원적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생명이 현재 계속 죽어가는데 누구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무관심과 국가기강 붕괴 그리고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총체적 무능의 귀결이었다. 당시 한 아빠의 외침이 정답이었다. “대통령이라도 오라고 외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는 나랍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대통령이 다녀가도 생명구조·기강확립·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명피해의 규모에서도 4·19 혁명 및 5·18 민주화운동보다 크며, 우리의 가슴이 메어지는 것은 어린 학생들이 우리가 보는 현장에서 죽어가는 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라”란 말밖에 하지 못한 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장과 전국적인 많은 크리스천의 기도가 이어졌고, 배안에서 젊은 영혼들의 간절한 기도가 넘쳐났을 것은 자명하다. 부모와 친지의 오열과 타는 가슴에도 배는 가라안고 아무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고난주간에 이 땅에 하나님은 어찌 이리 큰 아픔과 시련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일까? 이 땅 모든 성도들의 기도에도, 전 국민의 기도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아우슈비츠의 살육현장에서도 침묵하셨다. 아니 그 현장에 하나님이 계셨다. 침몰하는 세월호 갇힌 학생들과 함께 거기 하나님이 계셨고, 아우슈비츠 현장에도 그 절대 고독, 절대 절망의 현장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그 간절한 생명에의 갈구가 좌절되는 현장에 거기 하나님이 계셨다. 침묵하시며 아픔과 고통을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러나 고통과 아픔의 현장에 하나님이 거기 계셨다고 우리의 책임과 신앙적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원천적으로 그런 고통과 아픔의 원인을 해소하고, 역사의 현장에 하나님 주권을 확립하고 그 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하나님과 함께 그 현장에 우리도 함께 하는 것이 우리 참 신앙의 표증이다.
몰트만(Jürgen Moltmann,1926~)은 그의 ‘희망의 신학’에서 절망의 극한에서, 죽음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발견하며 죽음의 절벽에서 부활과 참 생명을 말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몰트만 박사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사건이라 지적했다. 선장이 배에 규정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짐을 실은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해결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불신이 싹텄다”며 “피해자들은 진실한 고백과 정직한 사건 해결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처럼 진실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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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루살렘의 야드 바쉠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관. '야드바셈‘이란 이사 56,5-6에 따라 히브리어로 기억, 기념을 의미하는 야드와 이름을 의미하는 셈의 합성어 |
예루살렘에 ‘야드 바쉠 뮤지움(yad vashem-museum)’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각 지역에서 독일군에게 희생당한 650만명의 동족을 추모하며 그 고난의 역사와 참상을 생생한 사진과 기록으로 가지런히 전시해 놓았다. 마지막 출구에는 “망각은 포로생활로 이끈다. 이를 기억하는 것만이 구원의 비결이다(Forgetfulness is to exile, while remembrance is the secret of Redemption)”라 쓰여 있다.
세월호 참사 70여일이 지나고 이제 점차 잊혀지고 있으며, 기억하는 것이 불편해지기까지 한다.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총리는 다시 돌아와 그의 반성과 사퇴의 변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야드바쉠의 기록처럼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근본 원인과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제의 정확한 원인과 바른 팩트(facts)을 모르고 대안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근원적이고 구조적 제도와 틀을 만들어 향후 다시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참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있는 조직과 사람은 엄정한 책임을 져야한다. 반성과 철저한 개선 없는 불행은 반드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초대교회의 바른 신앙전통과 성경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신자유주의적 발전과 성공주의의 탐욕을 종교적으로 지원하며 정당화해 왔다. 한국 사회에서 발전지상주의가 제도화되는 데 교회의 책임이 있으며, "교회는 성공에 미친 사회를 추동하는 역사적 세력"이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국면에서 몇 명의 개신교목사들의 발언은 국민을 좌절케 하며, 개신교의 이미지와 선교의 기회를 퇴락시켰다. 교회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절망을 풀어 주는 '사랑의 사제'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탐욕을 축복해 주는 '탐욕의 사제'가 아니었는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시간은 우리를 망각하게하고, 우리는 아픈 것은 기억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사건을 잊지 말고 근본과 진실과 정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利己)에서 남을 생각하는 이타(利他)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야드 바쉠을 회복해야한다. 이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하여 같은 일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사건의 완성일 것이다.
(본고는 인천YMCA에도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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