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권과 유병언의 숨바꼭질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정부는 유병언을 잡자고 군까지 동원을 했다. 세상에! 국가 위기가 닥쳤나? 공비가 나타났나? 도대체 민간인 한 사람 잡자고 군까지 동원하다니 대한민국은 헌법이 살아 있는 나라인가? 유병언 하나 잡자고 헌법 정신까지 위배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은 유병언만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유병언이 계열사 자금을 무리하게 빼돌려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의 경영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것이 단초가 돼 세월호 안전관리에 이상이 생겨 결국 이번 참사를 초래했다는 논리를 펴는 검찰에 따르면 유병언만 잡히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비록 유병언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것은 여러 원인 중에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정작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원파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왜 정부는 유병언을 상대로 마녀 사냥 게임을 하는 것일까? 세월호 사건에서 유병언은 깃털일 뿐이고 몸통은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인 것이다. 유병언 사냥은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눈속임일 뿐이다.

지난 3월에 한국에 갔다가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이 1986년도 출판해서 사회과학에 유성의 충돌 같은 충격을 주었다는 ‘위험사회’를 사왔지만 막상 읽어보려하다 너무 재미가 없어 책장에 꽂아두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서 어느 날에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우리가 박근혜를 원망하고 있지만 만일에 지난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랐겠느냐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대통령의 눈물은 진짜였을 것이고 조금 더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 것은 정권의 문제 이 전에 사회 구조의 문제이고 사회구조 이전에 근대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가는 것이 개선, 개량, 발달이요 그 속도가 빠르면 혁명이 되는 것이다.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불안이라는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오늘날 모험적인 서구가 정태적인 동양 보다 우위를 점한 까닭은 수 많은 불안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탐험을 나선 것은 위험을 감수한 행위였다.

지난해 남아공에 갔을 때 “왜 흑인들은 가난을 벋어나지 못하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대해 나를 초청한 사람은 "흑인들은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즉 흑인들은 모험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불안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포하고 시작한다. 예를 들면 유전자 변형식품, 원자력 발전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유병언은 불안을 가지고 사업을 했고 그 불안은 고스란히 배를 타는 승객들이 져야 했다.

이것이 바로 부는 상층으로 몰리고 위험은 하층으로 몰리는 것이 “위험사회‘의 특징이라고 지적한 울리히 백이 내린 진단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어디나 위험을 강조하는 싸인이 있지만 후진국에서는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도 사람 목숨 값이 싼 후진국이다. 300명이 실질적 과실치사를 당하고도 정권이 끄떡 없는 나라.

한국 사회 완전 총정리! 마치 어느 시험 문제집 선전 문구 같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뽕빨 사건!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그런 것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성찰적 근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위험사회는 글로벌화 되어 가고 있다. 세월호의 여파는 국내에서로 그쳤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전 세계 안방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그 전 해에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원전의 수명연장을 결정해 정치적 논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는데 후쿠시마 사고 직후 탈핵 결정을 했다. 성찰적 근대화의 길을 걷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후쿠시마 사고를 목도하고도 독일은 탈핵 선언을 했고, 한국은 오히려 원전 수출을 추진했다.

‘위험사회’에서 울리히 백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