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열린 '[연속포럼]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성찰과 과제' 두번 째 시간 모습

사고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났어도 아직도 12명이 실종 상태이고, 진상규명조차 되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그토록 뜨겁게 ‘잊지 않겠노라’고 외쳤건만 세월호 참사는 선거와 그에 이은 월드컵 열기에 묻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잊지 않겠노라’고 한 자신들의 발언에 책임지려는 교계 일부 단체들의 성실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연속포럼]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성찰과 과제’가 그것이다.

성서한국과 학원복음화협의회,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이 공동 주관하고 이들 회원단체들이 참여한 포럼 두 번째 시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16일 저녁 서울 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탐욕ㆍ야만ㆍ거짓으로 가득 찬 사회구조를 변혁해야 한다!’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신학적 이유

박득훈 목사는 특별히 창세기 4장에 기록된 가인과 아벨의 사건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해야 할 과제가 한국교회에 던져져 있음을 주장했다. 성경해석학적으로 볼 때 세월호 참사는 아벨의 죽음에 비견할 만한 사회적 타살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천재가 아니고 인재라는 점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이는 바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면에서 타살이라는 점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그들을 죽게 만든 가장 중요한 주체 즉 ‘가인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특히 박 목사는 “가인과 아벨의 사건과는 달리 매우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기에 가인들로 의심받는 이들이 저마다 책임에서 비껴나기 위해 가인처럼 ‘모릅니다. 제가 세월호 승객을 지키는 자 입니까?’ 반문한다”며 개탄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하나님은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피가 바다에서 나에게 울부짖는다’고 가인들에게 말씀하신다”면서 우리들 역시 하나님의 마음과 귀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목사는 “그 소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죽게 만든 가인들을 찾아내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 점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신학적 이유”라고 말했다.

‘적당한 차원에서의 정치적 마무리’ 경계해야 하는 이유

진상규명과 관련 박득훈 목사는 ‘적당한 차원에서의 정치적 마무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가해자 곧 가인들의 진실하고 철저한 회개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룰 때마다 범하는 치명적 오류는, 가해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전혀 사과할 의사가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섣불리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와 화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런 식의 용서와 화해가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온갖 불의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박 목사는 “친일지배세력이 진정으로 참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쉽게 용서받고 국가적 리더십을 장악하게 된 데서부터 한국근대사는 굴절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실질적이고 급진적이며 혁명적 성격을 지닌 성경적 화해에 대한 철저한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박 목사는 “하나님은 우리가 죄인임을 깨닫기도 전에 우리를 용서하신 것이 사실이지만, 그 용서가 죄인에게 경험되고 하나님과 죄인 사이에 실질적 화해가 이뤄지려면 죄인이 진실하게 회개하고 돌이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회개와 실천적 돌이킴 없이 하나님나라를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므로 박 목사는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도 가해자가 진실로 회개하고 돌이킬 때 비로소 피해자의 용서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며 그에 따른 화해가 성립될 수 있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적당한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마무리되면 안 되는 신학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