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댓글이 흉년이 들어 웬일인가 했더니 선거 기간 인터넷 실명제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달린 댓글에 대한 인상을 밝혀 보려고 한다. 달린 댓글들을 보면 가끔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종류는 영적 허세가 가득한 사람들이다. 덩치로 건들거리는 것이나 영적으로 건들거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당당의 독자들이 대부분 기독교인들일 터이니 이 점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음은 대부분이 잘 느끼지 못하는 부류로 ‘순진해서 좋은(?)’ 사람들이다.

대학 때 어머니가 술집을 했었다. 당시에는 대학가의 술집에도 여자가 있던 때라서 요즘의 직업소개소의 원형인 인간시장을 통해서 여자를 구해왔는데 한 번은 예쁘고 키가 큰 나보다 어린 여자가 들어왔다. ‘동백 아가씨’를 불렀던 문주란처럼 되고 싶어서 철 없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갈 곳이 없어서 인간시장에 갔다가 우리 집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대숙이는 노래도 잘하고 활달해서 요즘 말로 인기가 짱이었다.

어느 날은 일찍 자고 있는데 대숙이가 술이 취해 내 방에 들어와서 자고 있는 나에게 볼을 비벼대며 울면서 “오빠! 오빠!”하면서 “남자들은 다 도둑놈이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주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이 놈의 계집애가 어디서 주정을 해?”하고 소리를 질러서 내쫓았다. 그것이 내가 대숙이에게 했던 단 한 마디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대숙이는 어머니에게 혼이 나고 우리 집을 나가버렸다. 1년 후에 대숙이가 다시 동네에 나타나 여관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여관방에서 손님을 받는다면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몸을 파는 단계로 전락한 셈인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대숙이를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었다. 내가 대숙이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해주었다면 그 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자책감이 그 후부터 늘 따라다녔다. 이 사건은 나중에야 예수가 창녀의 친구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 영화 '어둠의 자식들(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