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의 기도 / 정연복

사람들은 저를 보면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해요

뭔가를 찌를 듯한
공격적인 인상을 풍긴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그라미는 좋아하면서도
저는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오, 주님!

왜 당신께서는 저를
이런 모양으로 만드셨나요?

저도 동그라미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의 미움을 받지 않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주님!

동그라미에게는 없는
독특한 재능과 능력이 제게 있어요

사물의 핵심을 파고드는
예리한 관찰력과 분별력 말이에요

세상에 만연한 불의에 대드는
의롭고 용감한 정신도 그렇고요

동그라미가
사랑과 화합과 평화를 뜻한다면

저는
정의와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잖아요.

주님!

당신께서 저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감사히 여기겠어요 
저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