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의 기도 / 정연복

개울에 누워
저는 하루하루 살아가요

가만히 누워 있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어요

이렇게 살아간 지가
참 오래 되었어요

참 단순하고
한가로운 삶이지요.

그래도 주님!

이따금 사람들이 저를 밟으면
정신이 번쩍 나요

사실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해요

밟히는 데는
이제 이력이 났거든요.

주님!

제가 하는 일이
비록 작고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무척
보람있고 자랑스러워요

잇는 다리 역할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중요한 거잖아요

하지만 주님!

저도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해봐요

훗날 다시 태어난다면
징검돌을 디뎌보았으면 좋겠어요

밟히는 기분은 알겠는데
징검돌을 딛는 기분은 어떤 건지

한번 입장을 바꿔
느껴보고 싶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