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기도 / 정연복

저는 행동이 매우 굼떠요
아무리 빨리 해봐도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느려 터진 사람들을 가리켜
'느림보 거북이'라고 하나봐요.

하지만 주님!

세상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아요

매사에 서두르는 일이 없다 보니
저는 늘 마음이 편해요

안달을 떨 까닭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어요

그래서 백년은 거뜬히 살고
잘하면 수백 년을 살 수도 있어요.

주님!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사람들이
제게서 삶의 여유를 배우게 해주세요

제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느림의 미학'에 눈뜨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