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녀가 보여준 행동을 보면서 그녀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을 해보았다.

알다시피 그녀는 1974년 갑작스런 어머니 사망 사건 때문에 프랑스 유학 중에 귀국하여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함으로써 공적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역할을 대리하는 형식적인 자리였기에 진심으로 남을 대하지 못했고 형식으로 대하는 습관을 익힌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기 보다는 겉으로 예의 바르고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몸에 베이게 되었을 것이다.

1979년 아버지 사망 이후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삶 전부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부정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삶에서 본보기(롤모델)는 어머니 육영수이다. ‘독선의 화신’과 ‘자애로운 여성상’이라는 이 두 역할의 차이가 그녀의 내면적 삶에서 서로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왜냐하면 ‘자애로운 독선’은 형용모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엄마처럼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겠지만 ‘나를 믿고 따르라’는 아빠 방식의 독선적 리더십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를 하다보면 본인은 늘 말하는대로 약속을 철저히 지키려고 하지만, 자주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본의 아니게 온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부정적인 삶의 문제들이 발생할 때 외부의 통제할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돌리려다 보니 외부의 자극에 아주 예민해 까다롭게 처신하는 편이다.

그녀는 외형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 가능해서 신뢰 있는 존재로 비쳐 보이지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해 본 일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매우 책임감이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모든 활동은 대체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 하에 움직이지만 중요 사안에서 모호한 의견을 제시하며 원론적인 명분과 원칙을 내세우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체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명분과 원칙이라는 말만 주로 앞세우다 보니 정작 다른 사람들과 타협하기가 어렵다.

박근혜가 공격을 받을 때 ‘발끈해’하는 모습은 자신은 지금까지 흠이 잡히지 않는 남다른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거룩한 확신’이 무의식적으로 발동되기 때문이다. 남의 단점이 잘 보이는 그녀는 남이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반사적으로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신화적 아버지와 실제의 아버지를 구분을 못하는 ‘영원한 소녀’로는 ‘공주’까지 적합할지 모르지만, ‘여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대 국민사과 독백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상한 것은 보통 사람은 공중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 더욱이 여성은 화장이 지워질까보아서라도 닦는 것이 정상인데 마치 카메라에 보이기 위해서인 것처럼 눈물을 닦지 않고 계속 눈물을 흘렸다.

사람이 눈물을 흘릴 때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어 감동, 원통, 비탄, 웃음, 반성, 후회, 서러움, 수치, 원한 등등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 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처럼 어렵게 흘린 박 대통령의 눈물은 어떤 눈물일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애곡하여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다.

사고가 난지 한 달이 지난 이 시각에 흘리는 눈물이 슬픔이나 애도의 눈물이라면 너무 늦은 지각 눈물일 것이고 만약에 뉘우침과 변화의 눈물이었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치가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창조적 눈물일 것이다.

눈물의 효과로는 자신을 정화하는 것도 있고 타인을 감동 시킬 수 있는 것도 있다. 제 3의 울음으로 “내가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전시 효과용 울음도 있다. 박근혜의 울음은 전자 후자도 아닌 제 3의 울음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