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마을 오정근 이사장님

          정리: 조중경 목사 (정애교회)

온양에서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선장방면으로 가노라면 군데군데 전형적인 시골 동네를 지나 야산언덕에 정애마을의 표지판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언덕 넘어에는 5천평의 대지위에 1천여평의 건물 정애 어린이집, 정애마을, 아산요양원, 정애교회가 청명한 공기와 푸르른 수목에 어우러져 마냥 평화로운 모습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아니 이 산중에 이런 마을이! 필자가 처음 정애교회를 찾았던 소감이다. 이 네 기관을 통틀어 사회복지법인 정애마을로 부르며 이 것을 설립하여 70평생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오정근 이사장님(정애교회 집사)을 찾아본다.

▶ 이사장님, 정애마을을 언제 무슨 동기로 설립하셨는지요?

■ 1950년 11월 14일 온양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6.25사변후 저의 가정은 실향민이 되어서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너무나 고생을 했지요. 사실 전 저의 어머님을 생각해서 이 마을을 설립했습니다. 그 때에 저의 가정은 얼마나 어려웠던지 저의 어머님은 석탄기관차에서 떨어지는 조개탄을 주어다가 팔아서 끼니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어머님은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이 세상을 떠나셨지요. 그후 저는 불우한 노인들만 보면 어머님 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님을 위해서 효도도 못해드리고 그래서 결국 내가 이분들을 어머님을 대신해서 모셔야겠다고 노력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이 볼품없는 나무그릇이 무슨 그릇인지 모르시죠. 바로 이 그릇이 저의 어머님이 조개탄을 주어다가 팔고 여기에 또 우리가 먹을 것을 이어 날랐던 밥 그릇입니다. 저는 이 나무그릇을 평생 간직하고 있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 그릇을 모며 제 마음을 굳게 했습니다. 이 볼품없는 나무그릇이 우리 가정에서 가장 귀중한 유품이랍니다.

▶ 이 기관의 시설은 어느 정도입니까?

■ 직원이 31명, 정애마을(실비)은 50분, 아산요양원(무료)은 70여분정도 모시고 있고 정애어린이집은 60명, 정애교회는 70명정도 출석합니다.

▶ 연세가 많이 드셔서 관리가 어려우실텐데 어떻게 운영하고 계십니까?

■ 그동안 사회사업을 하다보니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도저히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운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마침 교회에 나가게 되어서 저도 신앙에 눈을 뜨게 되어 다시 일어나 믿음으로 이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신앙안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은혜지요.

▶ 그래서 교회까지 세우셨군요?

■ 그렇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핵이 바로 교회입니다. 저의 평생에 꼭 한번 교회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 이 기관외에 또다른 사회봉사를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소개해 주시지요?

■ 밝히기 부끄럽습니다만 한미합동 경제 위원회의 후원으로  * 서울 천호동 무주택자들을 위해 주택 250동 건립 * 천안에 실향민을 위해 50세대 건립 * 온양 모종동에 실향민을 위해 80세대 건립 * 선장에 실향민을 위해 91세대 건립 * 온양천(우완좌완) 4.3Km 자비로 구축(영세구호사업) * 온양 모종동 대지 420평 헌납(청소년 시설)했습니다.

▶ 예, 정말 훌륭하시군요. 이 기관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 앞으로 이 기관을 더욱 더 확충할 생각이며 특별히 정신 수양관을 설립추진중에 있습니다.

▶ 지금까지 70평생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일해오셨는데 지금의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것같습니다. 이제 오직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이 모든 사업을 다 맡기고 오직 청지기적인 삶을 살려고 합니다. 너무나 많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문을 박차고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시는 그의 모습속에는 바쁜 농부의 손길이, 인자한 아버지의 사랑이, 아니 그리스도의 모습이 어려있다.                                     푸른언덕

             국화 교회 

                                                          이수기 전도사(국화교회)

우리 교회를 소개하라는 말에 무엇을 소

개할까 하는 생각보다 소개할 게 있는가라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글로 쓰자면 과장되거나 미화되거나 또는 자랑거리 되기가 쉽상인데 하며 걱정하던 차에 박흥규목사님께서 방문해 주셔서 오히려 거절함이 무례함 같아 몇자 글로 적어본다.

우리 섬은 행정구역은 경기도 화성군에 속해있으나 당진 문화권에 속해있는 작은 섬이다. 섬둘레를 걸어서 1시간이면 다 돌 수 있고, 30여 주민들이 모두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낙도인 셈이다. 굴, 낙지, 바지락, 김 그리고 술이 삶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섬이다.

하나님께서는 타인들의 무관심으로 오히려 평화롭고 고요한 이곳에 나를 보내시고 훈련받게 하셨다. 1990년 약 1년간 천막에 기거하며 교회를 세우기 위해 삽과 곡괭이로 언덕땅을 파헤치기를 수개월 하던 차에 신앙보다는 인간적인 동정심으로 터닦는 일에 주민 모두가 협조하게 되었다. 교회가 지어지고 열심이 있던 몇몇 사람이 교회에 나오고 한 사람 두 사람 선교가 되어갔다. 미신이 많은 섬이라 때로 어려움도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나를 핍박하던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섭리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제 섬 주민의 80%이상이 신자가 되었고 미신의 탈을, 무지와 게으름의 습성을 벗고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어선을 건조하고주택을 개량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등 일에 대한 희망이 생겨났다. 나는 이 일에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함게 일하며 좋은 대접을 받기보다 동고동락 하며 아픔을 나누는 일에 노력해 왔다. 전도사가 되기보다 어쩌면 어부가 되는 일에 더욱 힘써 왔는지도 모른다. 고기잡는 어부의 모습을 통해 사람낚는 어부의 삶을 체험하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목회자의 모습보다 비린내나는 어부의 모습으로, 때로는 목수나 보일러공과같은 모습으로 더 많이 비쳐졌을 것이다.

지난 4년간 내가 한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바다와 바람과 싸우고 적막함과 고독속에 고민하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고요한 시간 자가발전기가 꺼지고 흔들거리는  촛불  앞에서 삶을 돌이켜 본다.

처음 국화도에 왔을 때살아갈 생각을 하며 며칠간 잠을 못잤던 일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15cm 가량의 큰 지네가 머

리위 천장에 있어 촛불밝혀 잡고서 그 밤을 새웠던 일이 생각난다. 제일 잊을 수 없는 것은 교회터를 닦던 당시, 얼굴은 아프리카 사람처럼 그을리고 몸무게는 10Kg가량 빠지고 해골만 남은 몰골로 일할 기운도 없어 이제는 포기해야 되겠다 생각할 때의 일이다. 이 때 주님은 놀라운 힘을 보여주셨다.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회의에서 “우리가 교회는 안다녀도 전도사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공동작업을 결의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동네 스피커로 새마을 노래를 틀고서 마을 사람 모두가 나와서 아침 저녁으로 땅파는 것을 도와주고 자재를 날라주며 공동작업을 했다. 혼자 하던 일을 여럿이 하니 힘도 덜들고 작업진행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힘을 공급받기 시작했고 그 후 몇번이나 보따리를 쌌을 때에도 주님께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새힘을 주셨다.

근래 나는 고통과 단련의 시간이 지나고 교회가 모습을 갖추며 찾아온 나태와 안일함이라는 적과 싸운다. 며칠씩 잠을 못자던 그 밤들을 생각하며 또 많은 감격을 주셨던 주님을 생각하며 새로운 각오로 부끄러운 몇마디 고백을 마친다.푸른언덕 

편지1.

박목사님께!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시간속에서 살아갈 우리들의 역사를 함께 묶어서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모습은 달라지셨지만 여전한 시대의 반항아적인 기질과 시대의 밝은 면보다 그늘속에서 자신의 현주소를 찾으시는 목사님의 마음자리를 볼수 있어서 정겨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다가오는 변화에 두려움을 표시함에 혹시 ‘나이드신 탓이 아닌가?’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돌아오니 산더미같이 쌓인 우편물속에 언제나 반가운 파란색의 우편엽서를 제일 먼저 뜯어보았죠.

언어를 가르치면서 그 언어를 통하여 문화와 문화가 마음과 마음이 맺어지기를 바라며 살아온 것이 평생의 저의 업이었습니다. 간단한 인사의 말과 색깔이나 사물을 지적하는 말 속에서, 우리는 한 민족이 살아온 문화와 역사와 그들의 생각하는 모습들을 유리창처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알 때 적대감보다는 이해가, 폭탄을 터뜨리기 보다는 대화를 시도해 주길 바라면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갈 수록 우리가 쓰는 언어가 인간의 마음을 맺어주고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얼마나 불편한 도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두 개의 다른 언어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같은 언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저마다의 단어의 개념이나 쓰는 방법이 달라서 오히려 이해보다는 오해를 유발할 때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말씀이 어떻게 하여 아랍국가에서는 남을 죽여야만 천국에 간다는 말로 해석되고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용서하고 섬겨야 한다는 말로 해석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간은 우리의 문화와 언어가 형성해준 개인마다 다른 작은 이해의 창으로 밖의 세상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언어야말로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유일한 도구로 인류를 만물의 여장으로 승격시킨 장본인입니다. 언어로 우리는 남의 지식을 받아 들였고 죽어간 사람들의 생각들도 알 수 있었고 언어로 차츰 차츰 이해의 창을 넓혀가서 물질문명사회와 인간인지의 진화를 경험해 왔습니다. 많이 부족한 도구이지만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축복된 선물입니다.

언어로 인하여 생기는 오해와 갈등속에서 우리는 많이 번민하며 괴로워하지만 다시금 언어의 무거운 돌을 굴려 높은 시지프스의 언덕으로 밀고 나가야 하지 않을지요. 올려 놓으면 다시 굴러내려올 운명적인 돌이지만 우리는 그 돌이 그렇게 오해의 번민 속에 있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돌을 굴리는데 책임감을 가지시고 평생 올려놓고 떨어지는 아픔의 경험을 마다 않으시니 목사님의 노력에 갈채를 보냅니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다시 한번 굴려 보시지요. 저뿐만 아니라 푸른언덕을 보는 많은 지원자들이 그것을 목사님에게서 강하게 소망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목사님같이 의식있는 분이 같이 계셔주심에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극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풍요한 사회, 선택의 여지와 자유가 마음껏 주어진 나라에서 나는 나 자신만의 삶에 드리운 그늘들을 많이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제거할 수 없는 그늘이나 아픔은 차라리 가끔 들여다 보는 고향같은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푸른언덕’이 좋습니다. 그 책장사이에서 흙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주름진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웃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논두렁마다 콩들이 심어있었고 그 사이의 작은 개울에 물방게가 헤엄치고 논둑길에는 경운기가 한낮의 정적을 깨고 밭으로 달리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십자가를 뾰족하게 내민 토담벽의 교회, 그러한 정서들을 나는 ‘푸른언덕’을 통하여 받고 있습니다. 이 미국사회 어디에서도 볼 수도 살 수도 없는 것입니다.

부디 힘드시나마 다시 그 돌을 올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김은영

(소식을 주신 분은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에 사시는 푸른언덕 가족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어린이를 입양한 부모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해 주는 일을 하시는 분으로 지난 여름 대전 엑스포에 모녀가 자원봉사로 고국을 다녀갔습니다.)

편지2,3.

김흥진 권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곧 불어닥칠 겨울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군 입대한 지 어느덧 2년이 넘어 제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그동안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무척 죄송합니다.

입대 전에 권사님이 빌려주셨던 책을, 약간은 거부감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군에서 여러 사람의 얘기도 듣고 생각도 했는데, 내가 아는 하나님은 너무나 작고, 극히 일부만 느껴진 듯 싶습니다.

앞으로 계속 내 안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넓혀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동기가 한 명 있었는데 며칠 전에 제대했습니다. 서울대 화공과를 6년만에 졸업하고 온 저보다 네살 위인 사람이었습니다. 그 애 - 기홍이는 밖에서 승리교에 몸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를 조금 혼란스럽게 한 그 교리는 지면상 적지 않습니다만 그에게 크게 배운 점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얘기부터 서울대에서 반데모 운동을 주도해 총학생회 학생들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가는 모습이 T.V 뉴스에까지 보도된 얘기 등 그의 결단력과 의지력이 놀랄만 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계속 승리제단에 헌신할 계획인 그는 벌써 고참병 하나를 그 쪽으로 마음이 굳어지도록 설득해 놓았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그의 성품과 언행에 의해 저절로 끌리는 것입니다. 교리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를 보고 그가 믿는 승리교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일종의 패배감까지 맛보며 전도의 방법에 대해 배운 느낌입니다. 저는 거기까지 입니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권사님께 직접 얘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권사님은 저보다 훨씬 포용력이 크리라 생각됩니다.

저에게 덮여있는 껍질을 깨는 것은 참으로 무서움을 느끼게 합니다.

권사님, 저번에 저녁예배 갔더니 권사님이 찬양을 인도하고 계시더군요. 한편으로는 참 보기가 좋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부가 얼마나 침체되었으면 권사님께서 저렇게 직접 나와 하실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권사님은 교회 내에서 ‘보여 주기’를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 파동이 모여 크게 만들어질 때 더욱 많은 사람이 같이 그 잔치에 참여할 수 있겠지요.

권사님! 두서없는 편지라 죄송스럽습니다. 그냥 안부 편지를 드리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말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70여일 남았습니다. 그전에 말년 휴가 때나 나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환절기에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993.9.18. 김현철 드림.

현철君.

자네의 편지를 받고도 한 달이 가까와 오는 지금껏 회신을 못한 것 용서하게나.

이제 제대가 한달여 남은 것 같은데 실로 만감이 교차되는 시기일 것이네. 나도 제대한 지 이십오년이 넘지만 3년간의 군대생활이 깊은 자국으로 남아 있다네.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부정적인 면이 섞여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나 할까?

하여튼 남자 일생중 가장 민감하고 귀중한 시기에 겪게되는 경험이라서 그런지 그만큼 깊고 긴 여운을 남긴다네.

이런 표현을 쓰다보니 ‘김영현’ 이라는 작가의 소설집 제목에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라는 것이 생각나는데 곰씹어 볼 제목이지. 모든 것이 다 같겠지만 신앙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깊이있는 신앙, 관념과 주관을 넘어선 속 깊은 신앙을 소유한 사람의 믿음살이(信仰生活)만이 올곧게 오래 지속되면서 주위의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오게 하지 않을까?

현철이 편지에 있는 기호이라는 친구. 나는 그 친구가 관계하는 승리교라는 것에 생소하지만 그 친구는 그 삶속에 나름대로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러기에 주위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갖게 된 것이지.

현철君

내가 알고 있는 전도란 설득이 아니라 동행(同行)이지. 우리의 전도가 번번히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 그들과 같이 살겠다는 각오와 결단없이 입으로만 떠드는 외침만 있기에 나중에는 그들의 귀까지 막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해.

전도란 무엇이지?

결국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것이 전도이고, ‘하나님 나라’란 ‘하나님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나라“가 아니겠어?

그런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는 전도는 결국 “같이 사는 연습”일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나는 전도도 동행(同行)이라고 하는 거지.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같이 살아 갈 것이냐”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명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네.

이제 흔한 충고 한마디로 이 편지를 마치겠네. 다른 사람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지 말게. 내가 파랗다고 상대편도 파랗키를 바란다면 이 세상은 온통 파랑색으로 변해버리고 말걸세. 그런 세상은 얼마나 멋대가리 없는 세상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현철이. 남은 동안 건강하게 지내고 즐겁게 만나기를 바라네.

                                                            93.10.18. 김 흥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