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의 개혁은 우상숭배에 빠진 교회가 구원받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가장 큰 우상 숭배는 목회자들의 교권욕입니다. 이 교권욕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어떤 제도개혁을 해도 차단할 수 없어 보입니다. 지금껏 논의되어 온 제도개혁의 틀과 내용을 살펴보면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영적 풍토는 개혁이란 명분 앞에 잠시 주춤하겠지만, 예전과 똑같은 모습을 띨 것입니다. 결국 교권을 쟁취하려는 우상숭배의 아우성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권 우상숭배를 차단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평생감독제가 그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 감독제라니,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압니다. 저도 지금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한 논의과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게다가 감리교 개혁을 논하면서 아예 감독제도나 감독회장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감독, 그것도 평생 감독제를 이야기하니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리교회를 진정으로 개혁하는 가장 유용한 길은 평생 감독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평생 감독제가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는 대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평생감독제는 거칠지만 우선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갖습니다.

첫째, 감독은 감리교회를 대표하는 1인을 둔다. 이 감독이 평생 감독이다. 둘째, 연회 감독을 폐지하고 연회장 제도로 전환한다. 연회장은 제비뽑기로 선출한다. 셋째, 평생 감독의 임기는 감독으로 선출된 후 70세 은퇴할 때까지로 한다.

평생 감독의 선출, 지위, 권한, 의무, 대우 등의 문제는 보다 섬세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 감독을 제안하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평생 감독은 감리교회의 영적 권위자이며, 지도자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감독회장이 갖고 있는 강한 권력은 완전히 분산하고 배분해야 합니다. 경제적 대우는 감리교 평균 목회자의 평균 생활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선에서 합의된 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큰 명예를 소박한 삶의 수준을 통해서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그럴 때 영적 권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의 평생 감독제가 제도화 된다면 세속적인 관점에서 감독의 메리트는 크게 사라질 것입니다.

감리교회가 ‘평생감독제’를 받아들인다면 다음과 같은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첫째, 교회는 급속히 안정되고 건강해질 것입니다. 목사들이 감독직에 대한 미련에서 해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도하게 정치 진영으로 세력화 되어 있는 감리교회가 해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회원 20년 이상 된 이로 평생감독의 자격을 규정한다면 50대 감독이 등장하여 최소 10년, 혹은 20년까지도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목회자들, 특히 건강한 지도력을 발휘할 중진 목회자들은 건강한 교회, 세상을 섬기는 교회를 위해 진력할 것입니다. 평신도 지도자들 역시 교회 본연의 임무인 전도와 선교, 봉사와 사랑의 나눔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를 위해 사용되던 막대한 교회 재정이 선교와 봉사를 위해 제대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건강한 교회의 회복,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입니다.

둘째, 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 추락의 뿌리에는 성장주의로 상징되는 개 교회주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형제교회, 우주적 교회의 일치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오직 내 교회만이 최고입니다. 그나마 감리교회만이 공교회성의 희미한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감독제의 그림자 덕분입니다. 평생감독제는 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시키는 양약이 될 수 있습니다. 평생감독제는 감리교회를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서도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셋째, 감리교회는 한국 개신교회를 통합하고 선도하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회의 대사회적인 영향력은 땅바닥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한국교회의 대표성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누가 한국 개신교회를 추스르고 이끌어가 갈 수 있겠습니까. 감리교회의 감독이 10년, 20년 감독직을 수행한다면 감리교회의 감독은 자연스레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위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감독은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평생 감독직은 감리교회뿐 아니라 한국 개신교회에도 복음이 될 것입니다.

넷째, 교회에 영적 권위와 질서가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권위주의는 배격해야하지만 진정한 권위는 필요합니다. 감독직을 꿈꾸는 고만고만한 목회자들과 고만고만한 교회들의 감독 세우기 프로젝트가 멈추는 날, 비로소 감리교회는 교회다워질 것입니다. 그래야 교회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대화하는 진정한 복음의 능력을 갖는 교회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감독제는 감독직에 대한 세속적 욕망을 한껏 부추키는 제도입니다. 목회자의 욕망을 비전이란 이름으로 교묘하게 내재화시켜 왔습니다. 이와 같은 욕망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논의 되어 온 제도개혁으로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미 감리교회 목회자들이 품고 있는 욕망의 크기는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침몰 직전입니다. 그래서 저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평생감독제로 감리교회를 구원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