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한 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고, 또 한 분은 전덕기 목사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찬사가 뜨겁습니다. 교황에 대한 찬사는 소박하고, 검소한 서민의 삶을 가치 있는 삶으로 복원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시절 호화스런 추기경 관저가 아닌 서민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파격이지요. 그 파격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봅니다. 그런데 그는 교황이 된 후에 더 큰 파격의 행보를 이어갑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사악함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온 지구를 덮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체제가 인류가 걸어야 할 바른 길인가를 성찰하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덕기 목사가 있습니다. 그의 삶 또한 파격의 전형입니다. 전덕기 목사는 1907년 남대문 시장통에 있는 상동교회에서 목회를 했습니다. 당시 남대문 시장통에는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로 넘쳐 났습니다. 그의 목회가 어떠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항상 마른 쑥과 나막신, 그리고 의지, 이 세 가지를 준비하고 다녔답니다. 연고가 없는 가난한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방치되어 방안에는 시체 썩는 물이 흥건했습니다. 그 때 준비하고 있던 나막신을 신고 방안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시체 썩는 냄새가 얼마나 역했겠습니까. 그러면 늘 갖고 다니던 마른 쑥을 꺼내 코를 틀어막고는 시체를 수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이로 만든 약식 관(棺)인 의지로 장례를 치러주었던 것입니다.

전덕기 목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도만난 민족의 독립을 찾는 일에 자신을 바쳤습니다.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모여 민족 독립운동을 벌인 사람들을 상동파라고 합니다. 민족 독립운동사에서 상동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헤이그로 파견된 이준열사는 상동교회 집사였습니다. 신민회는 상동파와 황성기독교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대한제국의 숨통을 끊으려는 일제에 저항한 운동이었습니다. 이 운동의 중심에 전덕기 목사가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길을 애써 찾았습니다. 전덕기 목사 역시 어렵고 힘든 남대문 민중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런 삶 자체가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딛습니다. 교황은 시장 자본주의 체제가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꿈인지를 심각하게 묻고 있습니다. 전덕기 목사는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이면에는 무너지는 민족의 삶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삶의 현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보았던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슬픔과 한을 남기고 있습니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과 진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현상 너머 더 깊이 보아야 할 것을 끝까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도 영락없이 그랬을지 모르는 그 시스템의 끝, 그 본질을 보아야 합니다. 그건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미봉책에 속아 넘어갈지 모릅니다. 끝까지 볼 때에만 미봉하지 않도록 서로를 격려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전덕기나 교황 같은 지도자가 안 보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는 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