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며 부활하신 주께 영광을 돌리는 주일을 보내면서 국가적으로 당한 아픔을 나누는 중에 몇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믿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기적도 믿고, 부활도 믿고, 말씀도 믿고.... 왜 그리 믿는 것이 많은지....

‘믿는다’는 용어가 단순히 신앙적인 숭배의 개념이 아니라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의 수준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믿는다”는 표현의 맥락과 동등한 수준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생각이 될 경우에는 상황을 잘 골라서 ‘믿는다’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인간언어가 불완전한데 개념을 나타낼 때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해서야 되겠습니까?


예수님도 믿고, 부활도 믿고, 기적도 믿고, 말씀도 믿고?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믿기 때문에 그에 근거하여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 예수의 기적을 믿는다. 예수의 말씀을 믿는다’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바로 “우상숭배적이며 다신교적인 믿음”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믿는 것이 많아야 안심이 되는지....’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은 그 표현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대개의 경우 그런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중에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과 동일시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지적을 하면 얼굴을 붉히며 그 알량한 믿음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어쩔 줄을 모릅니다.

생각 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할 때 믿음의 대상은 예수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를 믿는다”고 말할 때 예수는 경배와 찬양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고 할 때 믿음의 대상이 예수입니까? 부활입니까? 기적을 믿는다고 말할 때 믿음의 대상이 기적입니까? 말씀을 믿는다고 할 때 믿음의 대상이 말씀입니까?

부활을 믿는 부활교 교인?
예수를 믿는다는 표현 놔두고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고 한다면 좋은 믿음이고 성서본문에 충실한 믿음일 것 같으나 그것은 “예수를 믿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해서 예수의 부활도 믿는다”는 부활교 교인임을 내세우는 꼴이 됩니다.

기적을 믿는다면 예수만으로는 모자라서 예수의 기적을 믿는다는 ‘기적교 교인’인 되는 셈입니다. 말씀을 믿는다면 그것은 예수만으로는 불충분해서 ‘말씀교 교인’임을 자청하는 모양새가 되는 겁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입에서 나오는 ‘믿음’ 관련 표현은 오직 예수만 믿는 예수교 교인의 언어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면 이때 ‘님은 부활을 부인하고 기적을 부인하고 말씀을 부인하는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재반문하게 됩니다. 그러는 님은 예수를 믿는 예수교 교인입니까? 아니면 부활을 믿는 부활교 교인입니까? 또는 기적을 믿는 기적교 교인입니까? 말씀을 믿는 말씀교 교인입니까?....

오직 “예수를 믿는다”가 되도록 표현하시오.
이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고 말하지 말고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시오. ‘예수의 기적을 믿는다’고 표현하지 말고, “기적을 행하신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시오. 믿음의 대상은 오직 예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믿는다’고 말하지 말고, “예수의 말씀에 순종한다”고 표현하시오. 말씀이란 것은 듣고 순종하라고 있는 것이지 믿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믿는다”는 동사가 상대하는 목적어는 “예수”로만 나타나야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교인의 신앙언어가 되는 겁니다. 더구나 부활이란 것은 부활하신 주께서 예수 믿는 신앙인들을 위해 준비해 놓으신 선물이지 믿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기적 역시 예수께서 믿는 자들을 향해 예비하신 여러 복 중의 한 영역일 뿐이지 믿음의 대상일 수 없기에 가능한대로 표현을 정확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언어생활에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러므로 부정확한 인간언어....가능한 한 정확성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국어사랑 그리스도인’의 모습도 좀 보이는 신앙생활이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야 ‘커피 나가십니다, 여기 동전 나오셨습니다’라는 허접한 존칭표현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부정확한 인간언어,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시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체계, 혹은 그 사람의 사유방식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유일신 신앙의 차원에서 표현할 때에는 더욱 더 자신의 예수 믿는 믿음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주의 깊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도 지적한 대로 ‘믿는 것도 많은 우상숭배적인 다신교 신앙’을 예수의 이름으로 포장해서 유일신 신앙인 것처럼 드러낼 뿐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와 같은 언어표현의 맥락에서, ‘풍랑을 잔잔케 하신 이적사건’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받기 위해 비평적 성서연구의 한 방법으로서의 문학적 읽기 방법과 그 결과에 따른 말씀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저자는 사건의 목격자?

‘풍랑을 잔잔케 하신 이적사건’은 마태복음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 복음서에 다 나오는 이적 이야기입니다. (마8:23~27; 막4:35~41; 눅8:22~25). 세 개의 본문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복음서 저자가 마치 가까이에서 현장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기록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배를 탄 사람들은 예수와 제자들뿐이었다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복음서 저자가 동승하여 본문을 기록했을 리가 없지요. 이렇게 ‘저자가 마치 현장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기록하는 방식’을 문학용어로 ‘삼인칭 작가시점, 혹은 삼인칭 저자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세 복음서의 내용을 그림을 그리듯이 장면을 연상하면서 읽으면 복음서 저자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는 주무시고 계시고 제자들은 배를 저어갑니다. 그러던 중에 감당할 수 없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때 제자들이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를 깨웁니다.

삼인칭 저자(작가) 시점
이렇게 저자가 사건현장을 눈으로 관찰하면서 내용을 기록한 것처럼 되어 있는 형태를 문학용어로 ‘관찰자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을 합쳐서 말하면 ‘풍랑을 잔잔케 하신 이적사건’은 문학적으로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찰자는 곧 저자를 가리키지요.

한편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의 본문에 의하면 풍랑이 잔잔해진 뒤에 제자들은 ‘심히 두려워하여’라고 되어 있습니다(막4:41; 눅8:25). 이것은 제자들의 심리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저자가 간파하고 제자들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기록한 내용입니다.

삼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이와 같이 본문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심리상태, 속생각, 정서적 상황, 속으로 하는 말 등을 꿰뚫어 보고 기록하는 방식을 가리켜 ‘전지적 작가(저자)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눈으로 보고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는 관찰자로서의 기록일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가 어떠한지도 아는 저자의 입장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본문을 기록한 방식을 문학비평학적으로 말하면 본문은 ‘삼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기록되었다고 말하게 됩니다.

기적을 믿으라고?
이렇기 때문에 본문에 나타나는 이적사건은 ‘예수를 증거하는 방편’이지 “기적을 믿으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절대로 이적이란 것은 믿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이적사건을 통해 제대로 알라고 저자가 기록해 놓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다시 말하지만 부활이란 것도 믿으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제대로 알고 부활승천하신 후 재림하실 예수를 제대로 믿으라고 기록된 내용입니다. 더구나 성서 저자들은 ‘부활’을 이미 전제하고 본문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부활은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와는 달리 부활이란 것은 앞으로 믿는 자들이 마지막 날에 받게 될 진정한 영생을 위한 선물입니다. 심지어 요한계시록에 따르면 믿지 않는 자들도 심판받기 위해 일단 부활합니다(계20:12이하 참조).

따라서 알량한 믿음 고결한 척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님은 부활을 믿지 않느냐’고 표현하지 말고 “부활하신 예수를 믿으라”고 표현하는 것이 신앙고백적 언어로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부활은 예수만 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죽으시던 순간에도 발생(마27:50~53)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부활교 교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다시 묻지만,,, 장차 믿는 자들에게 영생을 위해 선물로 주어질 부활을 믿는다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의 초대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가 부활 승천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들에 의해 아우구스투스를 신으로 섬기는 신전도 건립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활은 믿음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른 것 제외하고 오직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 믿음만이 참다운 유일신교적 언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삼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기록된 ‘풍랑을 잔잔케 하신 이적사건’을 통해 우리는 어떤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마태복음을 저술한 저자, 예수 따르미가 전하는 말씀이 무엇일지에 대해 함께 숙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