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세월호에 수장된 아이들에게 이 시대 어른 된 자로서 말이다. 누굴 탓 할까. 아이들과 동 시대를 살면서 책임지지 않고 어영부영 살아온 내가 사죄한다. 책임지지 않은 문화를 대한민국에 만드는데 일역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너희들에게 죄송하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선장만 몰아 세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그런데 언론에선 계속 떠들더라. 선장 그놈이 죽일 놈이라고. 선장과 선원들이 책임을 지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노라고. 맞다. 그 사람들이 책임 안 져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다. 나도 그 사람들은 책임지고 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만 더 생각해보라.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그들이 별 세계 사람인가.  그들이 타고난 악마이자 살인마인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은 평소 책임지지 않은 사회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며 평생 학습 받으며 살아온 대한민국의 산물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병신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머리 좋은 사람이라는 걸 평생 배워온 사람들이다.  

왜? 그동안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보여준 행태다. 지금도 정작 한나라의 시스템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은 머리 깊숙이 사과하기는 커녕 선장 등을 살인마라고 규정하면서 그들만을 책임지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세월호 선장만의 잘못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의 시스템의 문제임을 삼척동자도 아는데 말이다. 상식적으로 팀원이 잘못하면 최고 수장은 무조건 책임지고 행동하는 게 맞다. 그런 거 하라고 수장으로 세운 거다.

세월호 참사,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산물. 

이런 사고가 터지면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사노라면 누구라도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잘못했을 때, 책임지지 않는 것이 정말 문제다. 책임진다는 것은 발생된 문제를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그러고 나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는 용기다.  

일본의 문화 중 최고 훌륭한 문화는 할복문화라고 생각 한다. 좀 끔찍한 문화라고 생각되지만, 거기엔 잘못한 것에 대해 책임진다는 정신이 살아 있다. 자신이 잘 못한 것에 대해선 자신의 배를 갈라 죽음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죄한다는 거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바로 책임지는 문화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만날 그랬다. 자녀들에게도 좋은 대학가서 판사, 검사, 변호사, 대통령등 남들보다 위에 올라가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그 자리가 책임이 막중한 자리니까 함부로 되지 말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을 가르치기보다 누리는 것만을 가르치니 어찌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으랴.

개그맨은 개그하고 가수는 노래해야.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다. 나 또한 사고 이후 몇몇일 동안 우울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이렇게 우울해 하고 슬퍼만 하는 것이 과연 물속에 수장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일까. 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얼까. 지금처럼 온 나라가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우울해 하는 것을 그 아이들도 원할까.  

그렇게 몇몇일 아파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하던 대로 열심히 사는 거라는 것을. 개그맨은 최선을 다해 웃기고, 가수는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친목회를 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노는 거라는 것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온 나라를 초상집 분위기로 만들어 침울하게 하는 것은 결코 그 아이들도 원하지 않으리라.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빚을 갚으려면 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놀고 웃는 것이리라. 그리고 세월호의 아픈 교훈을 평생 잊지 않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