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고난주간은 “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할까?”라는 질문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욥기서의 저자가 물었던 질문일 뿐 아니라 복음서의 저자들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질문은 고난주간 중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한 필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욥의 친구들처럼 고통당하는 자에게 반드시 죄가 있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어리석은 대답이다. 하지만 필자가 더욱 화나는 대답은 따로 있다. 우리가 당하는 고통에는 분명 하늘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욥의 고난과 예수님의 수난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 학살에 어떤 하나님의 뜻이 있을까? 말라리아나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수학여행의 들뜬 마음으로 제주행 배에 승선하여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에 어떤 하늘의 뜻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늘의 뜻이라고 치부하기엔 참으로 너무나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비극이 존재한다.

하늘의 뜻을 찾는 것은 자식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희생자 가족과 함께 슬퍼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애굽의 고통과 억압에서 고난 받던 히브리인들과 함께 하셨다.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물었을 때, 하나님은 “나는 곧 나다” (출애굽기 3:14, 표준새번역)라고 대답하신다. “나는 곧 나다”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필자는 중세기 프랑스 랍비 라쉬(Rashi)의 설명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은 고난 받는 히브리인들과 함께 계신다는 의미에서 “나는 그들의 고난 속에 있는 자”라고 자신의 이름을 모세에게 알리셨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히브리인들과 함께 고난을 받으셨고 함께 해방의 은혜를 누리신 것이다.

예수님의 수난에 함께 동참했던 여인들과 빈 무덤에서 슬퍼하며 비통하게 흐느낀 막달라 마리아는 부활을 경험하는 첫 번째 증인이 되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막달라 마리아에게 “여인아! 울지 마라!”(요한복음 20:13)라는 위로와 축복의 말씀을 해 주신다. 실로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부활로 바꾸시는 하늘의 위로와 은혜가 알 수 없는 이유와 사고로 고난 받고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