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침몰 사고 전날 군에 입대한 아들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바다 속에 갇힌 아이들 생각에 납덩이같은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쏟아지는 참사 보도 가운데 몇몇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후진국 형 시스템 때문에 생긴 인재라는 보도였지요. 그 기사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와 같은 재난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통해서 알지 못했던 수치를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OECD국가 가운데 최고라는 수치였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21명입니다. OECD국가 평균이 4.5명이니까 무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 수치에 숨겨진 우리나라 기업들의 본심은 무엇일까요. ‘안전사고 수습비용이 안전 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 아마 이런 생각 아닐까요. 경비 절감의 차원에서 안전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월호 선원들을 보면 항해의 안전을 책임질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선원 29명 가운데 선장부터 여객선 안전 항해를 책임지고 있는 갑판부 선원까지 전체 승무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하의 계약직 선원입니다. 청해진해운이 이런 사람들을 고용한 것은 ‘우리는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는 선언인 셈이지요. 어디 청해진해운 뿐이겠습니까. 모든 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이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자본의 속성은 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빠지지 않는 기도가 있습니다. 경제 성장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우리 사회를 위한 적극적이고 훌륭한 기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구하는 경제 성장은 어떤 내용일까요. 이제까지 우리는 생명 존중, 혹은 안전의 가치와 자본의 이익이라는 가치가 부딪칠 때면 경제 이익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과다 지출이라고 여겨온 것입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언론 매체들은 으레 개별 기업의 부실 운영 탓을 합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실 운영을 막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하면 정반대의 입장을 보입니다. 그것은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과다지출이라는 것이지요. 한국 교회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침묵으로 동조해 왔거나, 그와 같은 분위기에 적극 편승해 왔습니다.

승객의 안전과 구조에는 전혀 마음을 두지 않고, 오직 자신만 살려고 했던 세월호 선장은 세월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세월호 선장은 안전 시스템을 무시한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기독교교회협의회는 ‘어설픈 위로보다 회개와 탄식의 기도로 함께 해 달라’는 반성을 한국교회에 요청했습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과 행복보다 앞서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생명존중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일은 사회적 비용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대참사 앞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언제 잦아들게 될지 모릅니다. 누군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럴 때에만 비로소 우리의 기도는 그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