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부활이다!

한 신실한 저널리스트가 그의 지인으로부터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보고 지금 많이 아파하십니다.” 그의 글을 읽던 나 역시 하나님의 아픈 마음이 느껴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가슴을 찢는 일들이 어디 한 두 가지랴.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교회요, 한 형제자매라고 말하는 이들이 정작 하나 되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걸핏하면 세상의 법정에다 그리스도의 몸, 교회를 내어놓고 심판해 달라하니 정말 통탄할 일이다. 주님이 오늘도 세상 법정에 세워진다.

교계나 교회에서 하나 되지 못하고 추하게 다투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잘 안다는 교회 리더들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인생과 구원의 척도인 하나님의 말씀을 잘 안다는 이들이 어떻게 그토록 집요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것은 말씀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서로 달라 상대방에게 서로 다른 기준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분명 한 성경이요, 한 하나님 말씀인데 자신의 생각과 탐욕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들이대며 굴복을 강요하니 함께 파멸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기준이 있다. 바로 십자가이다. 주님께서는 엄중하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 십자가는 예수의 대속적 죽음인 동시에 오늘 내가 십자가와 함께 죽는 실존적 사건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속상함과 억울함이 있을지라도 거기에 매이지 아니하고 얼른 예수대속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십자가와 함께 죽는 것이다. 내가 십자가와 함께 죽었다고 여기고 고백할 때에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갈2:20)이 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른 신앙이요, 참된 영성의 시작이다.

얼마 전 필자는 교회의 중요한 회의를 주재한 적이 있었다. 서로의 의견이 너무나 달라 토론의 과정에서 그만 한 사람이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일단 결정을 유보하고 기도하면서 다음 회의 때까지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회의 후에 상처 입은 분으로부터 ‘더 이상 교회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문자가 왔다. 나는 곰곰이 묵상한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랑하는 000님, 당신의 십자가는 어디에 있나요? 십자가를 붙잡으세요!” 그러자 이틀 후에 그분으로부터 답신이 왔다. “목사님, 죄송했어요. 그동안 제가 십자가를 잃어버렸어요. 이제야 다시 십자가를 붙들었습니다. 저 다시 잘 할 수 있어요.” 이후 우리는 십자가로 서로 용납하고, 마침내 한 마음이 되어 푸르고 푸른 희망공동체를 이룰 수가 있었다.

부활절이다! 부활절이 단지 역사적 사건이 아닌 오늘 나와 우리의 부활이 되려면 먼저 십자가와 함께 죽어야 한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이렇듯 내가 죽어야 비로소 눈이 뜨여 내 안에 계시는 부활의 주님을 보며 서로를 한 교회 한 형제자매로 용납하고 더욱 힘써 사랑하게 될 것이다.
“부활 주님 우리와 함께 계시니 모든 일은 잘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