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세월호' 참사에서 계시를 듣다 / 정연복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남 진도 앞 바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325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했다

하필 꽃 피는 봄날
꽃다운 젊음의 남녀 학생들의
어처구니없는 몰사 소식에
온 국민이 놀라고 가슴 아파한다.

침몰이 시작된 직후
몸을 가눌 수 없이 흔들리는 선실에서
한 여학생은 자신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이제 겨우 열 여덟 살
짧은 생의 최후 순간에 그녀가 남긴
"사랑해." 

이 한마디는 가족들의
심장을 쪼개는 아픈 칼날 될 것이다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기막힌 위로가 될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사랑해."

이것은 한 어린 여학생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가슴 섬뜩한 계시다.     

세월은 바람같이 흐르고
죽음이 손짓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할 시간마저 아쉬운
그런 최후의 순간이 올 것이다

이것은 운명
모든 인간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삶의 매 순간 기억하라!

인생은 짧은 것   
망망대해 작은 배 한 척 같은 것

지금 네가 타고 있는 배
죽음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머잖아 죽음의 바다 속으로
배는 삼키어질 것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