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교회는 ‘이단’이라는 말을 시한부 종말론이나 종말론적 그리스도임을 사칭하는 자에 한해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주제 발표 후 질문자의 질문에 응답 중인 김영재 박사(우)

개혁신학회(회장 김길성)는 12일 경기도 죽전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한국교회의 이단 문제와 종말론’을 주제로 ‘2014년 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원로 신학자 김영재 박사(전 합동신학대학원 교수)는 주제 발제에서 130년 역사의 한국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로 ‘분열된 교회와 교단들의 틈새에서 일고 있는, 이단들의 준동과 발호’를 꼽았다.

김 박사는 “1920년대에는 한국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다 같이 이단들의 운동을 정죄했으나, 오늘에는 분열로 인해 교회의 권위가 현저하게 약화돼 이단들도 교단을 형성, 전통적인 교회나 교단들과 대등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이단 정죄는 거의가 시한부 종말론이나 종말론적 그리스도임을 사칭하는 자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의 시대적 배경과 종교적 배경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박사는 “오늘의 교회는 ‘이단’이라는 말을, 잘못된 신론과 기독론을 말하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시한부 종말론자나 종말론적 그리스도임을 사칭하는 자에 한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삼위일체를 잘못 설명하는 양태론이 보수적 신앙을 가진 대다수의 교회에도 만연해 있고,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는 자유주의 사상과 기독교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종교다원주의 사상조차도 ‘이단’으로 정죄하지 않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추종자들 삶의 윤리성과 비윤리성이 ‘운명’ 갈라

이와 관련 김영재 박사는, 해당 추종자들 삶의 윤리성과 비윤리성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윤리적인 기독교를 지향하는, 신학적 자유주의를 따르는 교회들이 기독교 내에 주류(main stream)를 형성해 윤리성과 사회성을 유지하며 문화에 적응한 반면, 잘못된 종말론을 말하거나 재림한 그리스도라고 사칭하는 교주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은 흔히 비윤리적이며 반문화적인 ‘반사회적 집단’을 형성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에 의하면, ‘잘못된 종말론’은 한국의 불운한 국가적,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비운에 처한 나라에서 태동한 한국교회는 내세지향적인 신앙과 민족의 자주와 구원을 바라는 대망에서 일찍부터 역사적 종말론에 관심을 가졌고, 이러한 가운데서 시한부 종말론과 같이 잘못된 종말론이 횡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재림한 그리스도’라고 사칭하는 교주들이 출현과 그들의 비윤리적이며 반문화적인 모습은 1920년대에 나타나 ‘피가름’의 교리를 주장한 황국주에게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김 박사는 “자신이 육신을 입은 예수라고 사칭하며 성적인 교접을 통해 ‘피가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황국주는 문선명과 박태선 이단들의 원조”라면서 “오늘에 준동하고 있는 일부 이단들이 이들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렇지 않은 이단들의 주장과 처신도 이들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박사는 “예수님의 가라지 비유에서 보듯이 이단들이 서식하는 것을 미리 막거나 제거할 방법은 없지만 교회는 성도들이 이단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