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찬양대에서는 이번 부활절 칸타타 곡으로 박지훈 선생이 작곡한 ‘예수’를 연습하고 있다. 그 네 번째 곡은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을 마친 후 그날 밤 제자들이 모두 당신을 버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내용을 담은 ‘버리리라’이다. 그 노랫말 일부는 이렇다. “내 몸과 나의 피를 너희에게 주리니, 너희는 나를 통해 죄 사함을 입으라. 그러나 너희들은 모두 나를 버릴 것이라. 오늘밤 너희들은 나를 버리리라. 오늘밤에 모두 버리리라.”

우리 지휘자가 선곡한 박지훈 씨의 부활절 칸타타는 참 감동적이다. 나는 이 칸타타에 나오는 곡들 중에서 ‘버리리라’에서 나를 본다. 그리고 우리를 본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십자가에 달리는 예수님을 버린 것은 그들의 세상적 욕심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얼마나 여러 번 주님을 버리고 주님을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가 되돌아본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나의 나라와 나의 의를 구하는 데에 몰두해 왔다. 그 곡을 연습하는 도중에 나는 목이 메어서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주여! 그렇게도 여러 번 당신을 버린,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이번 고난주간 동안 우리 모두가 십자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3년 동안 고락을 같이 하면서 가르친 제자들이 당신이 재판을 받게 될 때 모두 버리고 도망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던 예수님은 얼마다 실망하셨을까? 결단코 버리지 않겠다고 장담한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셨을 때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예수님은 온 힘을 다해서 천국복음을 전하셨고, 때로는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기도 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고 역정을 내셨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역정을 내셨을까?

베드로가 주님을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지만, 베드로는 이 그리스도가 무력으로 로마의 압제로부터 그들을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시자 베드로는 주님을 붙들고 항변했다. 그때 예수님은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막 8:33) 하시면서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꾸짖으셨다. 얼마나 크게 실망하셨으면 수제자를 사탄이라고 하셨을까?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세 번째 예고하셨을 때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엉뚱하게도 주님의 나라에서 그들을 주님의 우편과 좌편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수님은 그들을 책망하지 않고, 담담하게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권면하셨다. 그때 예수님이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책망조차 하시지 않았을까? 얼마나 큰 좌절감을 느끼셨을까?

예수님이 그렇게 죽을 분이라면, 무력으로 유대를 구할 분이 아니라면, 주님을 팔아서 은 30이라도 챙겨야겠다고 유다가 마음먹은 것을 알았을 때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는 골고다에 당신이 뽑아서 훈련시킨 열두 제자 중에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을 때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했을까?

예수님은 3년 동안 제자들을 열심히 가르치셨지만,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안위와 영달만을 생각했다. 주님의 십자가가 그들의 인간적인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자 그들은 모두 주님을 버렸다.

“내 몸과 나의 피를 너희에게 주리니, 너희는 나를 통해 죄 사함을 입으라. 그러나 너희들은 모두 나를 버릴 것이라. 오늘밤 너희들은 나를 버리리라. 오늘밤에 모두 버리리라.” 나는 얼마나 여러 번 주님을 버렸는가? 주님을 실망시켰는가?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가? 얼마나 여러 번 주님의 십자가를 외면했는가?

주여! 당신의 십자가 앞에 엎드렸습니다. 주님을 버린 우리를 용서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