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어떻게  할 것인가?

       홍기석(한국기독교토착화연구소)

1. 들어가는 말

한 해를 은혜 가운데 인도해 주시고 온갖 오곡백과를 풍성히 맺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추수감사절기가 돌아왔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의 추수감사절이 원래의 성서적 의미를 벗어나 점차 형식화 되어가고 있다. 도시교회는 물론이거니와 농촌교회에서조차도 추수감사절을 연례 행사로서 헌금을 내는 절기로서 교회 예산의 커다란 몫을 충당하는 역할로만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진정한 추수감사는 어떤 것인가? 그 근거로서 성서를 찾아 보도록 하자.

2. 추수감사절의 성서적 근거

성서에서 추수감사절은 출 23:16의 맥추절과 수장절에서부터 기원한다. 맥추절은 밭에서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두고 지키는 절기이며, 한국교회에서는 6월말에서 7월초에 맥추절을 지킨다. 이 맥추절은 말 그대로 보리를 거두어 들이며 감사를 드리는 절기이다. 다음 연말에 추수를 다 거두어 들이며 감사를 드리는 절기가 수장절이다. 이 수장절은 장막절, 혹은 초막절(레 24:34-43)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초막절은 이스라엘이 큰 기쁨을 갖고 지키던 세 절기 가운데 하나로, 농사력이 끝나고 가을에 지켰으며, 40년간의 광야에서의 유랑을 상기하면서 계약을 갱신하는 절기이다. 이것은 추수감사제인 동시에 신년제이기도 했던 것이다(레 24:34-43).

추수감사절기와 관련된 최초의 본문은 출 23:16과 이와 관련된 출 34:22에서 언급된 수장절이다. 여기에서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밭에서부터 거두어 들일 때” 즉 추수기와 관련되어 있다. 신명기 16:13-15에서 수

장절은 초막절로 되어 있다. 이 신명기에서는 “하나님이 농사를 축복하사 온전히 즐거워하게 되리라”(14)고 말한다. 그러나 레위기에 와서는 이 절기는 광야에서의 장막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지켜졌음을 알 수 있다(레 24:34-43). 농사절기로서의 감사절이 어떻게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념하는 절기로서의 기능을 갖기 시작했는가? 아우어바하는 바벨론 포로기 때에는 지켜야 할 과수원이 없었기 때문에 초막절이 처음으로 제의적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바벨론에서 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벨하우젠은 초막절이 바벨론 포로 이전에 단순히 가나안의 풍습을 본떠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행한 농사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처음부터 이스라엘이 가졌던 계약신앙의 뚜렷한 양상들을 보여주는 매체였다는 주장이 받아 들여지고 있다.

어쨌든 초막절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의 유다교에서 지극히 인기있는 절기가 되었다. 본 절기는 특히 디아스포라의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순례하는 기회로 이용되었다. 순례자들은 바빌로니아나 그 밖의 먼 지역에서, 성전과 예루살렘성을 위해 모은 봉헌물들을 가지고 왔다.

초막절의 의미는 농사절기로서의 감사절기의 의미와 40년 광야 생활을 상기하면서 계약을 갱신하는 의미 두 가지 이다.

그러면 한국교회에서 현재 드리는 추수감사절은 어디에다 그 근거를 두고 있는가?

3. 한국교회가 지키는 추수감사절의 근거

우리는 추수감사절하면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에서의 최초의 추수감사절은 첫번째 수확기였던 1621년 가을에 플리머드 정착지에서 미국 이주자들에 의하여 지켜졌다. 미국 이주자들과 그들의 인디언 손님들은 야외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일주일간 이 추수감사절을 지켰다. 한국교회에서는 1904년부터 이 날을 지켰다.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서경조 장로의 제의로 한국교회에서도 감사절을 정해 지키기로 하였다. 우선 다른 교파 선교부와 협의하여 그 날짜를 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11월 10일을 추수감사절로 선정하여 장로교 단독으로라도 지키기로 하였다. 그후 1914년 각 교파 선교의 회의를 거쳐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으로 조선에 입국한 날을 기념한 매년 11월 제3주일후 3일(수요일)을 감사일로 정하여 예배를 드리고 감사헌금을 모아 총회 전도국에 보내 전도 사업에 쓰기로 하였다. 그후 수요일을 일요일로 변경하여 매년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켜 오늘에 이른다.

그러니까 한국에서의 추수감사는 원래 미국 선교사가 들어온 것을 감사하는 절기였던 셈이다. 이는 성서의 본뜻과도 어긋나고 한국교회가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지키는 추수감사의 의미와도 다른 것이다. 이제는 추수감사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첫 열매를 거두어 하나님께 드리고 우리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감사축제가 아니라 헌금에만 치중한 연례행사로 정착된 것 같다.

이제 세계 제일의 기독교 국각가 되어버린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을 계속 이렇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삶의 현장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릴 것인가? 진정한 이 땅의 은총에 대한 감사제가 되기 위하여 선조들이 지켜온 추수감사의 기원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4.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감사제

우리나라에서는 고대로부터 추수때 하늘에 감사제를 드려왔다. ‘삼국지위지’의 동이전에 보면 우리 민족은 추수때가 되면 남녀노소 모두 모여 연일 주야 음식을 차려놓고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 함께 모여 발을 구르며 손을 잡고 앉았다 일어섰다 춤을 추며 잔치를 벌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그후 이른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해의 무천 등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영고나 동맹, 무천은 한 해의 농사를 끝내는 시기에 추수의 기쁨과 은총을 하늘에 감사를 드린 감사제였다. 이 감사제는 하늘에만 제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며칠씩 잔치를 베풀어 어렵게 살아왔던 모든 이웃들이 함께 베불리 먹으며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사랑의 잔치이기도 했다.

즉 우리 선조들이 지낸 추수감사제는 그야말로 하늘에 감사하는 그래서 하늘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해방의 축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축제의 전형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에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해방이 되어 그들의 땅에서 추수한 곡식을 거두어 들이면서 농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그들을 노예에서 이끌어 내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제의였던 수장절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 한국 땅에서의 추수감사제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거의 윤곽이 잡힌 셈이다.

5. 바람직한 추수감사절

바로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은 위로는 일년 동안 우리를 보살펴 주신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아래로는 이웃을 사랑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추수감사제가 되기 위해서 다음의 몇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예배의 갱신이다. 예배의 순서와 모든 의식도 해방된 자의 감사, 그리고 눌린 자에 대한 해방의 결단 등이 예배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찬양과 형식을 우리 국악으로 드린다면 더욱 은혜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국악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예배의 토착화를 말하면서 찬송을 민요나 국악으로 바꾸고, 악기도 피아노에서 장구로 바꾸는 것만을 토착화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민요를 부르건 서양에서 전래된 찬송을 부르건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진정한 감사와 결단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국악찬송과 장고를 반주하면서도 진정한 감사와 사랑이 실현되지 않는 예배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껍데기 형식적인 예배가 될 것이다.

둘째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동제로 감사제를 지킨다. 교회 안에서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수의 기쁨을 온 지역민이 함께 나누며, 감사와 사랑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전남 장성의 백운교회에서는 추수감때에 전지역 농민이 전부 참석해 전날 밤의 풍물굿으로부터 시작해서 각 단위 부락별로 특산품을 가지고 나와 하나님 앞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농촌 현실을 함께 나눈다. 그리고 마당극과 강연회, 마을 대항 풍물굿, 연날리기, 재기차기, 새끼꼬기, 북춤, 고전무용,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와 함게 700여 주민들이 밥상공동체를 나누며 풍물에 어울려 추수감사제를 드린다. 이런 감사제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지낸 감사제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바로 성서의 감사제가 아닐까? 이러한 모습은 충북 청원의 중신교회에서도 볼 수 있다. 중신교회(담임 강진국 목사)는 추수감사준비위원회를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구성해 준비부터 교회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교회와 마을이 하나가 되는 작업을 시작한다. 덕촌교회(이도형 목사)는 추수감사제를 아예 <마을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전 주민과 함께하는 감사제를 드리고 있다.

도시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특별헌금만 내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위하여 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추수감사절에 나온 헌금의 일정부분을 장애인, 빈민,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그들을 위하여 쓴다면 감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절기가 될 것이다.

셋째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시기의 문제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우리가 지키는 현재의 시기는 미국인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기념하여 날자를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복음을 가지고 들어온 것도 분명히 감사해야 할 일이고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추수감사절에 드려야 할 감사의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수감사의 원래의 뜻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지키는 추석을 즈음한 절기가 아주 제격일 것 같다. 추석에 온 가족이 고향에 모여 조상들께 감사하고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 절기에 감사제를 드린다면 바로 내용, 방법, 시기에 있어서 오히려 성서적인 절기가 될 것이다. 예수교공의회에서는 추석 지난 첫주를 추수감사절로 지키기로 공식적으로 의결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모든 교회들도 추석 지난 첫주를 공식적으로 추수감사주일로 지키면 좋겠다.

6. 추수감사주일 예배의 모델

    1993년 추수감사주일 예배순서

예배의 부름

  인도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살피시는 하나님께

    감사절을 맞이하여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립시다.

  회  중: 주님! 오늘의 이 예배가 거룩

    한 산제사가 되게 하옵소서.

묵도와 기원 ------------------------ 다함께 

찬       송 ---------  53장 -------- 다함께

공 동 기 도 ------------------------ 다함께

    하나님, 오늘 저희들 일년동안 온갖

    은총을 베풀어 주심을 감사하여 추수

    감사예배를 드리옵나이다. 그러나 또

    한편 저희들은 하나님의 많은 사람을

    받았으면서도 주님의 온전한 뜻을 찾

    지도 않았으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

    랑하지도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들의 이기와 탐욕과 게으름을 용서하

    여 주시고 예배를 통하여 하나님 나

    라와 그 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

    심을 갖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용서의 말씀 -------시 34:18 -------- 사회자

    하나님께서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

    까이 하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십니다.

성 시 교 독 -거둔 열매를 바치나이다- 다같이

  사회자: 억압받던 히브리인들이 출애굽

    하여 가나안땅에 정착했습니다.

  회  중: 그들은 그 땅에 심고 가꾸고

          거둔 것의 각종 햇 곡식을 따

          서 광주리에 담아 가지고 여호

          와께 감사제를 올렸습니다.

  사회자: 우리 또한 올해의 결실을 주님

          께 바치나이다.

  회  중: 그러나 우리의 광주리는 빈약

          하고, 땀흘려 추수했건만 우리

          에게 돌아오는 것은 많은 빚더

          미와 무관심과 한숨 뿐입니다.

  사회자: 한 알의 쌀이 열매 맺기까지

          온갖 시련과 사악한 병충들의

          위협속에서도 꿋꿋이 견디어

          내고서 고개를 숙이듯이

  회  중: 예수를 통해 우리가 새 힘을

          얻어 이 땅의 불의와 부조리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위해 꿋꿋이 싸워 나가게 하

          옵소서.

  다같이: 우리가 기쁨으로 거두어 들인

          이 곡식들을 우리의 이웃과 이

          땅에서 아무것도 거둘 수 없는

          자들과 더불어 나눌 수 있게

          하옵소서.

영  광  송 --------- 2장 ----------- 다같이

기      도 ------------------대표기도담당자

성 경 봉 독------------------------- 사회자

말 씀 선 포 ------------------------ 설교자

찬       송 -------- 311장 --------- 다같이

봉       헌 --- 71장 1절을 부르며 -- 다같이

    (일반 감사헌금과는 별도로 개교회내

     의 특별히 고난받는 자나 어려움을

     당한 자를 위한 특별 헌금 시간을

     갖는다면 좋을 것이다)

봉 헌 기 도 ------------------------ 다같이

나눔의 시간(광고,새신자 소개,인사) - 다같이

결단과 파송 ----------------------- 다같이

    사회자: 너희는 온 세상에 나가 만민

            에게 복음을 전파하라

    회  중: 주여, 우리를 보내주옵소서.

    사회자: 은혜받은 너희들은 이제 온

            세상에 나가 하나님의 사랑

            을 전하라

    회  중: 주여, 명령대로 따르겠사오

            니 믿음을 더하여 주옵소서.

    사회자: 너희는 가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회  중: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끝까

            지 따르겠습니다.

    모두 다함께 큰소리로: 아멘! 아멘! 아멘!

결단, 헌신의 찬송 ------ 547장 ----- 다같이

축      도 ------------------------- 담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