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자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광고가 너무 잘됐는지 예상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급히 큰 방으로 옮겼다. 그러나 장소가 넓은 탓에 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집중이 안 되고 주의가 산만해져서 애써 준비한 모임을 망친 적이 있다. 사람 숫자와 장소의 크기가 맞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매체인 마이크가 미처 준비되지 못한 탓이었다. 그 때 눈치 챈 것은 인간은 숫자에 제한되어 살 수 밖에 없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인가 매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산다는 것은 살고 있는 집, 버는 돈, 나이 등등 모든 것이 숫자놀이여서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한 번 이혼을 하려는 가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지막 남는 문제는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숫자의 문제만 남는다. 불행히도 여기에는 매개가 있을 수 없다.

숫자를 벗어나려면 도를 트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윤리, 도덕, 철학, 종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오염되기 쉬운 것은 종교이다. 왜냐하면 종교는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개신교가 동네북이 된 까닭은 간단하다. 보수적 복음주의의 특징은 빨리 많이 구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성질대로 빨리 많이 구원하려니 돈이 들어 다시금 숫자놀음에 빠져든 것이다. 거기에다 종말을 내세워서 급하게, 빨리 많이 전도를 하려고 하면 기독교가 망하는 최단기 코스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호주에는 엄청나게 커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남천사라는 비구니 절에 간 적이 있다. 아침 예불드리는 것을 보니 비구니들이 중국어 특유의 음으로 아미타 송을 합창하는 분위기가 심신 안정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것이었지만 내용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영어로 된 아미타경을 읽어 봤는데 내용이 전혀 비현실적인 몽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저 세계를 어째서 극락이라 하는 줄 아는가?
거기에 있는 중생들은 아무 괴로움도 없이 즐거운 일만 있으므로 극락이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락세계에는 일곱 겹으로 된 난간과 일곱 겹 구슬 난간과 일곱 겹 가로수가 있는데,
금. 은. 청옥. 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눈부시게 장식되어 있다.

극락세계에는 또 칠보로 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의 물로 가득 찼으며,
연못 바닥은 금모래가 깔려 있다.
연못 둘레에는 금. 은. 청옥. 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된 네 개의 층계가 있고
그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금. 은. 청옥. 수정. 적진주. 마노. 호박으로 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그 연못 속에는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피어 푸른 빛에서는 푸른 광채가 나고
누른빛에서는 누른 광채가 붉은 빛에서는 붉은 광채가 흰 빛에서는 흰 광채가 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고 정결하다.

결국은 모든 것이 숫자 타령이었다. 이러고도 어떻게 이리 큰 절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해서 대만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대만에서는 불교가 엄청난 교세를 자랑하고 수많은 복지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에서 조그만 절을 운영하는 비구니 스님이 대만의 대표적인 사찰이자 역시 비구니가 운영하는 자제(慈濟)공덕회라는 절에 갔더니, 법당이 자기 절처럼 10평도 안되어 놀랐다고 했다. 왜냐하면 빈민구제에 힘을 쏟아 엄청난 규모의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법당이 작다는 것이다. 즉 신자들로부터 돈을 걷기는 하지만 돈에다가 자기들의 신앙이라는 매개가 가해져서 그처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 동안 신자들에게서 열심히 돈을 걷어서 본전도 못 찾고 있는 여의도의 큰 목사님은 무엇을 한 것일까?

큰 목사님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마자 주일 대예배에 참석한 성도들 앞에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을 넘어 확신 하는 설교 동영상을 보았다. 맞다. 큰 목사님은 죄가 없다. 다만 성경에는 없는 ‘들키지 말라.’는 제 11계명을 못 지켰을 뿐. 

인간에게는 내적으로는 양심이라는 것이, 외적으로는 명예라는 것이 있다. 명예는 그에 합당한 행동이 있을 때만 유효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큰 목사님 자신의 양심은 떳떳할지 모르나(그러기에 그런 설교를 했겠지만) 명예는 잃어 버렸다. 큰 목사님은 교회들을 은혜롭게(?) 쓰는 것은 잘못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큰 목사님의 처남 목사는 교회를 짓고 300억 빚을 해결을 못해 큰 교회의 처분만 바라고 있다 한다. 큰 목사님의 후배인 어떤 목사는 가난한 지역에 교회를 짓고 100억 빚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빚잔치를 하고 다시 개척교회 상태로 돌아가 손가락을 빨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양심적이다. 장로교의 내 친구 목사도 100억 짜리 교회를 짓고 빚을 못 갚아 교회를 팔아넘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교회 부동산만 전문으로 하는 내가 잘 아는 어떤 장로님은 전국에 빚 못 갚아 부도나기 직전인 교회가 널려 있다며 나에게 고국으로 돌아오는 대로 연락만 달라고 한다. 원가보다 싼 값에 교회 건물 필요하신 분들, 나에게 연락하면 지체 없이 소개 해드리겠다.

지금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때이다. 더 이상 성장이니 부흥이니 하면서 풍선에 바람을 넣을 때가 아닌 것이다. 어느 교회에 갔더니 점심시간에 접시를 비닐봉지에 싸서 밥을 퍼주었다. 비닐봉지만 버리면 식사 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오염 시키면서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환경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 ‘저들이 하는 짓을 모르고 있나이다.’가 된 꼴이다.

정상적인 기독인이라면 아닌 사람보다는 가슴이 커야 한다. 유방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크기말이다. 고래로 동양에서는 마음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에고에서 우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 문제만 바라볼 것이 아니고 우주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큰 우주적 시각을 가져야 작은 내 문제도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큰 목사님의 태도처럼 내 마음, 내 가족만 생각한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기독교를 개인의 죄 문제 해결하는 수준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은 우주적 지구적 시각은 커녕 민족적, 역사적 시각도 가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사회가 나를 정죄해도 나는 떳떳하고 오히려 "고난에 감사하다" 라고 뽕 맞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큰 목사님 개인으로서는 고난에 감사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로 말미암아 한국 교회가 입은 손해는 어찌 하라 말인가? 이런 신앙고백이야말로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아야할 새가슴 신앙인 것이다. 이 점이 한국 교회가 매튜 폭스의 창조 영성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