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함박웃음
(2014년 1월 19일 주일)

주일 예배를 드리고 쉬고 있는데,
오후 2시경 꾸보의 임신한 며느리 조안이
나의 도우미인 두마이(Dumay)와 함께 찾아왔다.
꾸보네 가족과 말이 잘 안 통하여 그들을 만나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도우미를 통하여 말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두마이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작가와 기자로 활동하는 이 지역의 젊고 유능한 여인이다.
이 지역에서 비교적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알려져
시장과 부시장은 물론 모든 시의원들도 잘 아는 사람이다.
보건소 의사는 그녀에 대하여 매우 ‘브라이트’ 한 사람이라 말하였고
사무원 체리 양은 매우 ‘인텔리전스’ 한 사람이라 소개하였다.
그녀의 부친은 시청 공무원이고, 모친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와 침구의술을 공부하겠다하여
지금 내 치유사역의 수련생 겸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침구의술을 대충 며칠만 배우면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 온 모양이다.
물론 그렇게도 침을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침이나 뜸은 놓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다.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요령은 단 일분이면 마스트 할 수 있다.
그러나 침과 뜸을 인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술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오장육부를 감싸고도는 경락경혈학과 해부학 그리고 병인병기학과
사람의 몸에 발생한 병을 진단하는 진단학 등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우주의 생성과 변화 현상, 인체의 구성 원리와 생리 구조의 변화.
우주와 인체 그리고 몸과 마음의 유기적 관계 등을 이해해야 하며
전인치료를 위한 이원적 사고의 세계관을 철학적 사유를 통하여 극복해야
사상과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의 순수내면을 바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의 성과들을 실제적인 임상실습을 통하여
몸으로 체득해야 사람의 몸속에 있는 질병을 밝혀내고 치료할 수 있다.

나는 이를 위하여 대학생활 8년 동안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침뜸의술 수련기간 3년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를 연구하며 임상에 임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잘 모른다.
사람의 생명(영, 육, 혼)을 다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부하며 한 가지 발견한 점은
침뜸의술이나 성경이나 동일하게 말하는 것은
사람에게 생기는 질병의 70%는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병이 생길수도 있고, 치유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침뜸 의술은 치료라고 말하기보다는
몸의 균형을 맞춰주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로서
면역요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이다.

서양의술과 동양의술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본다.
서양의술은 병의 원인을 세균으로 봄으로
세균의술(Bacteria medicine)이다.
그러나 동양의술에선 병의 원인을 몸의 균형이 깨어진 것으로 본다.
하여 몸의 균형을 잘 맞추어 주면 병이 회복되는 것으로 봄으로
균형의술(Balance medicine)이라 말할 수 있다.

침뜸의술 역시 기계에 의존하여 사람을 진단하는 게 아니고
만져보고, 바라보고, 들어보고, 냄새 맡아보고, 대화해 봄으로 진단한다.
서양의술이 과학적이고 기계적이라면,
침뜸의술은 영감적이고 인격적이다.
서양의술은 급변하는 과학의 영향으로 발전된 의술이고
동양의술은 수천 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진 의술이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서도 안 되고
양쪽의 치료방법을 존중하여 환자를 대해야 할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성경이나 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도 말솜씨가 유능하여
여기저기 들은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설교를 기차게 잘 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침도 원리를 모르고 어깨너머로 놓는 자리만 익혀
침을 잘 놓는다고 소문 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수단이 좋아 사람들도 잘 모으고 돈도 잘 번다.

두마이가 환자를 치료하려 한다면
단순히 침뜸의술의 테크닉을 배우려고만 할 게 아니라,
아직 젊고 철학공부도 하였으니 이왕이면
생리심리학(physiological psychology)에 관한
공부도 열심히 하였으면 좋겠다.
그녀는 요즈음 나를 만난 후 침뜸의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음양사상과 오행사상을 공부하며 심취하고 있다.

침뜸의술은 음양오행사상을 인체의 오장육부에 적용하여 발전시킨 학문으로
약 7천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동양의 전통의술이다.
우주의 원리인 음양오행사상을 인체에 적용하여
인체의 변화 상태를 깨닫는 것이다.
우주를 알면 소우주인 몸(사람의 신체)을 알게 되고,
몸을 알면 또한 우주를 알게 된다.
우주와 몸은 별개의 것이 아니고 유기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또한 죽음을 알면 생명을 알게 되고,
생명을 알면 죽음을 알게 된다.
예수는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참 생명을 알려 주셨다.
사랑을 알면 생명과 죽음 모두를 알게 된다.
하여 사랑은 모든 진리의 핵심이며 종착점이다.
사랑을 말로만 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으면, 득도 하게 된다.
그러면 ‘내 안에 하나님이 거하고,
하나님이 내 안에 거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두마이는 그동안 공부한 것이 있어 동양사상도 이해가 빠르고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며 나의 치유사역을 돕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늘 필요할 때 마다 필요한 사람을 붙여 주신다.

임신부 조안과 그녀의 남편이 꾸보의 벽 틈으로 들어오는
샛바람을 막기 위하여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최종적으로 베니어판으로 결정을 하다.
맨 처음엔 원형대로 나뭇잎으로 교체해 달래다가
욕심이 생겨 대나무로 하는 게 튼튼하고 오래 쓴다고
대나무로 교체해 달래다가
하루가 지난 후 다시 대나무 보다는 이왕 하는 것
베니아 판으로 해 달라고 부탁하다.
다음엔 아예 시멘트로 집을 지어 달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기 전에 얼른 고쳐 주어야겠다.

꾸보 하우수는 개울가의 낮은 지역에 있고 내가 있는 보건소는
시청사 건물과 함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만삭이 된 조안이 불룩 솟아나온 배 위에
두 살 된 아기를 앉혀 가지고, 뜨거운 땡볕을 받으며
십리는 되는 길을 양산도 없이 걸어 올라왔다.
남편은 논에 품 팔러 가서 자기가 대신 온 거였다.

잠시 들어오라 하여 땀을 식히게 한 후
두마이와 함께 건설자재 파는 곳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베니아 판을 사서 오토바이에 실려 보내다.

조안이 이틀 후면 수리가 완성될 것이라고 좋아하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얼마나 그동안 추위에 고생하였으면 그렇게 좋아할까!
베니아판을 실은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는 조안과 그의 아기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지켜 서서 바라보다.

2014년 1월 26일 주일.

임신부가 밤마다 너무 춥다고 호소하여
서둘러 샛바람을 막아 주려고 베니어판을 사 보냈건만
매일 아침 조깅시간에 가서 확인해 봐도 벽을 수리하지 않고
베니어판만 낡은 꾸보 벽에 기대어져 있다.
조안의 남편이 매일 논에 품 팔러 가느라 시간이 없어 그런다지만
밤마다 추워하는 부인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베니어판을 보내고 일주일이 되는 주일 예배 후
혹시나 하고 가 보았더니 꼭 일주일 만에 벽을 수리해 놓았다.
이제 벽에서 들어오는 샛바람은 해결되었다.
부인이 만족해하며 방바닥은 화요일 경에 수리한다고.
먼저 번 바닥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는다고, 빈 박스를 좀 구해 달라하여
한국에서 보내온 옷을 비우고 남은 박스를 주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못하여 시중에서 돗자리를 사서 보냈더니
시어머니가 탐을 내서 종이 박스는 시어머니를 드렸다고!
추워서 떠는 임신부가 불쌍해서 구해 준 것인데
시어머니가 탐을 내다니!
자기는 열 세 명이나 자식을 낳으며 고생을 해 보지 않았는가!
정말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다.
남도 불쌍해서 도와주는데
추워서 떠는 임신한 며느리의 것을 뺏어 가다니!
아! 얼마나 가난하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가난이 원수다.
다음 목요장터엔 돗자리를 여러 장 사서
각 꾸보 마다 나눠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