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워도 추워도 그곳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대나무가 소리친다. 나도 더 이상 휘지만은 않겠다. 나도 한번 꺾여지겠다 라고.

말없던 대나무도 변해보겠다 아우성인데 높게 둘러쳐진 담벽들은 점점 낮아질 줄을 모른다. 담벼락이 높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높을수록 소통이 안 되니 볼 수 없는 곳에 대한 질투와 불안은 더 심해진다. 그래서 점점 더 괴물들이 되어간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람을 살피는 매력 있는 인간이 좋아진다. 깔끔하고 절도 있는 취향에서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일상이 훨씬 더 멋스러워 보임은 아마도 철이 든 증거이리라.

2.
지구에는 5대양 6대주가 있다. 이중에서 절반의 나라가 교육비에 시달리고 절반의 나라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이 무상이다. 그중에서 박사까지 학비가 없는 나라의 대학입학시험문제를 공개해본다.

프랑스편인데, 대학을 가기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어느 대학이든 선택해서 갈수 있다. 대학입시는 없는 것이다.
다음은 6개 분야의 졸업고사 시험문제인데 주관식 해설방식으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면 된다.

1장 인간(Human)
Q2-꿈은 인간에게 왜 필요한가?
Q3-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Q9-죽음은 인간에게서 존재 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Q10-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Q11-행복은 인간에게 도달 불가능한 것인가?

2장 인문학(Humanities)
Q3-철학자는 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Q10-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3장 예술(Arts)
Q4-예술 작품은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가?
Q5-예술이 인간과 현실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4장 과학(Sciences)
Q9-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5장 정치와 권리(Politics&Rights)
Q4-여론이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가?
Q5-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6장 윤리(Ethics)
Q2-우리는 좋다고 하는 것만을 해야하는가?
Q4-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말하는가?
Q11-진리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에 진리 대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추구해도 좋은가?

위 사항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답할수 있는 시험문제다.

3.

* 선미라 (기호학 박사)
파리 제8대학교에서 기호학(원형기호학) 전공,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전 객원연구위원,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기호학
기호의 존재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학문. 기호학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마련한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학이란 글자 그대로 기호에 관한 학문이며, 따라서 '기호'라는 어떤 현상이 주요한 학문적 대상이 된다. 즉 자연/사회현상의 모든 국면들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 의미의 궤적을 추적하고 발견하는 것이 기호학이라는 과학의 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