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국가정보원 첩자’라며 체포해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51) 목사를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문제를 두고 안티기독교세력의 조직적인 인터넷 공격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반 기독교정서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최근 이집트에서 발생한 국내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버스 폭탄테러 사건과 결부돼 필요이상의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김 목사의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촉구한 가운데 향후 이 문제를 둘러싼 남북 당국간 교섭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 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선교사는 이날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들어간 다음 날인 작년 10월 8일 체포됐으며 반국가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 북한당국이 억류돼 있는 침례교 소속의 김정욱 목사의 기자회견 보도영상을 27일 공개했다. KBS 보도영상 캡처.

한국 정부는 김 목사가 지난 해 11월 북한이 억류했다고 공개했던 한국 선교사와 동일 인물로 파악했다. 북한은 당시 평양에 잠입한 정체불명의 남조선 첩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신원 확인과 함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내려고 했지만 북한 측이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교사는 기자회견 보도 영상에서 중국 단둥(丹東)에서 성경과 기독교 교재, 영화 등을 가지고 평양에 들어갔으며 북한에 잠입하기 전 국정원 관계자와 여러 차례 만나 수천 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에서 “북한을 종교적 국가로 바꾸고 현 북한 정부와 정치 체제를 파괴할 생각이었다”면서 “국정원에서 돈을 받고 그들의 지시를 따랐으며 북한 사람들의 스파이 활동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 자신을 ‘범죄자’로 칭했으나 억류 기간 학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에는 그가 접촉했다는 북한 사람들의 자백 영상도 상영됐다.

기자회견을 한 이유에 대해 김 선교사는 “가족들에게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자회견을 요청했다”며 북한 당국이 ‘자비’를 베풀어 석방해주기를 호소했다.

김정욱 목사는 침례교 소속이지만 침례회총회가 파송한 것이 아닌 지방회 파송 선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한 교회의 목회자는 “5년 전 중국 여행을 갔다가 김 선교사를 처음 만나 후원하기 시작했다”며 “김 선교사는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탈북자 선교를 공격적으로 해서 부담이 돼 지난해 후원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부인과 함께 단둥에서 2∼3곳의 쉼터를 운영하면서 자그마한 국수공장 사업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기독교를 전도하고 성경공부를 시켰으며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 국수나 의료, 약품 등과 돈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을 조속히 석방해 송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북한이 정부의 신원 확인 요구에 묵묵부답하다가 김 선교사 체포 4개월여 만에 신원을 공개한 것에 대해 “인도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정원은 김 목사가 국정원의 지시로 북한에 들어갔다고 밝힌 기자회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정원과 김 목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2012년 11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선교사를 체포해 1년 이상 억류 중이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배 선교사는 지난달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이달 중순에는 호주인 존 쇼트 선교사가 북한 관광 중 기독교 관련 인쇄물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돼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