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호수가 인격체인가? 바람과 바다를 꾸짖다니?
마8:23~27

복음서들이 말씀하는 내용은 ‘문학적 구도 속에 놓여 있는 신학’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서들이 말씀하는 이적사건들의 내용이 역사적 발생사건 그 자체라고 우기면 ‘손오공 구름타고 다니는 소리’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이제는 손오공도 구름타고 다니는 것 포기했습니다. 유치원 애들도 비과학적이라고 할 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손오공은 이제 로켓 엔진이 장착된 보드를 타고 날아다닙니다. 구름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그나마 과학적 그림입니다.

마찬가지로 복음서에 나타나는 이적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현대의 과학적 지성에 걸 맞는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런 작업 중의 하나가 이적 이야기들에 대한 문학적 읽기와 그에 따른 신학적 해석입니다.

▲ 렘브란트, 풍랑이는 갈릴리바다

이적사건들을 역사적 발생사건 자체로 읽어서는 안 되는 문학적 이유들

바람과 바다를 잔잔케 하신 이적 이야기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 및 누가복음에 공통적으로 다 나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문맥이 서로 다릅니다. 복음서들 중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마가복음에는 비유교훈이 끝난 후에 발생한 사건으로 되어 있습니다(4:35~41). 그리고 곧 이어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도달하여 돼지 떼가 몰사하는 이적을 일으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누가복음에는 바람과 바다를 잔잔케 하신 이적 이야기가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예수를 찾아 온 이야기 뒤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마가복음의 순서에 따라 거라사인의 땅에 이르러 돼지 떼를 몰살시키는 이적을 행하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학적 읽기에 따른 신학적 의도 캐내기

자청해서 예수의 제자가 되겠다는 두 사람과의 대화가 끝난 후에 무리들이 예수를 에워쌌을 때 건너편으로 가자는 말씀이(18절) 비로소 실행되었습니다(23절). 예수께서 배에 오르시자 제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배가 얼마쯤이나 갔는지 모르지만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큰 놀’은 ‘큰 지진’이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놀’로 번역된 헬라어는 ‘지진’이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24:7; 27:54; 28:2). 그렇다면 이것은 예수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위기가 닥쳤다는 그림이 그려지게 하는 문학적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에게 엄청난 위기가 닥친 겁니다. 그것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4:1~11)’이라고 말하면서 예수를 시험했을 때의 사탄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상하게 해 줍니다. 예수를 직접 시험했던 사탄의 세력이 예수와 함께 있는 제자들이라고 해서 위협을 가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제자들이 예수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있는 중에 지진이 일어나 흔들리는 것처럼 엄청난 놀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덮이게 되었습니다. 넘실대며 흔들리는 엄청난 세력에 흡수되어 그대로 수장될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기에 넉넉합니다.

[1]그 와중에 주무시는 예수는 대체 누구냐?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와중에 예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는 점입니다. 주무시다니요....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그렇게 뒤흔들리며 물이 덮쳐 들어오는 상황에서 대체 무슨 잠이 온단 말입니까?

하지만 마태복음이 내세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에 마태복음에다 대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예수께서 주무셨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와중에도 잠을 잘 수 있는 분이 대체 누구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뒤흔들리며 물결에 덮일 지경이 된 그 상황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평안히 잠자는 모습을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집니까?

[2]요나보다 더 큰 분

먼저 요나서에 나타나는 요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습니다. 요나가 타고 있는 배가 바다 가운데 이르자 큰 폭풍이 일어나 배가 거의 깨질 지경이 되었습니다(1:4). 그런데 그 상황 속에서 그는 배 밑층에 내려가 누워 깊이 잠이 들었습니다.

이쯤에 이르면 한 폭의 그림이 눈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을 만났을 때 배가 깨지면 요나는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나가 죽으면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맡기신 사명이 이루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요나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원들이 모조리 수장될 판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말씀을 전하고 나누어야 하는 요나서의 분위기에 적절하지 않지요. 그러므로 요나는 살아나야 합니다. 더불어 요나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뱃사람들에게도 경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요나서 초반에 나타나는 위기상황은 뒷부분에 가서 드러나게 될 하나님의 은총을 가리키는 복선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나서의 요나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었던 요나와는 다릅니다. 역사적 실존인물이었던 요나는 기원전 8세기 북왕국 여로보암 시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왕하14:25참조). 여로보암 시대에 니느웨성에 찾아가 이방인들에게 야웨 하나님의 회개 명령을 전달한 예언자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요나서의 내용은 에스라-느헤미아의 개혁작업으로 말미암아 유발된 유대의 고립주의적이고 배타주의적인 자민족중심주의 정책에 맞서 야웨 하나님의 탈 민족주의적-보편주의적 및 세계주의적 구원의 은총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요나서는 기원전 6세기 이후에 작성된 종교문학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험악하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사람은 결코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는 주제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과연 요나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을 견뎌낸 후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기 위해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처음에 받았던 말씀대로 니느웨를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큰 물고기에게 삼켜지면 당장 물고기의 위액이 나와 요나는 그 위액 때문에 녹을 수밖에 없고, 또한 큰 물고기의 위 안에는 산고공급이 전혀 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삼일 동안 살아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생물학적 차원의 과학적 의문점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요나서의 내용은 이방인도 유대인 못지 않게 사랑하시는 야웨 하나님의 보편구원론을 전달하는 종교문학이기 때문입니다.

[3]발견되는 하나님의 모습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은 어떤 위기에 처해진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보호를 받아 사명을 완수하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요나서에 나타나는 ‘풍랑 속에서도 깊이 잠든 요나의 모습’은 우리의 마태복음 본문에 나타나는 ‘풍랑 속에서도 주무시는 예수의 모습’과 겹쳐지게 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이 보호하신다는 주제와 더불어 하나님이 보호하시는 사람은 마침내 그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의 ‘주무시는 예수’의 모습은 ‘예수가 대체 누구이길래’ 이런 상황 속에서 요나처럼 잠을 잘 수가 있었던 것이냐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요나보다 더 큰 분입니다(12:41).

[4]위기상황 속에서도 단잠을 잘 수 있는 믿음

다음으로 우리는 ‘주무시는 예수’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아울러 ‘사람의 아들’을 행복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배에 오르시기 전에 서기관에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인자’의 육신적인 삶을 강조한 표현이지요. 그런데 예수께서는 바다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되어 바다물결이 배를 집어 삼킬 것 같은 상황이 되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와중에도 평안하게 주무신 겁니다.

머리 둘 곳이 없으나 어디엔가 누워 무언가에 머리만 대면 어떤 위험 속에 있을지라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놀랍고도 엄청난 육신의 행복.... 이런 단잠은 어떤 두려움이 엄습할지라도 그것을 두려움으로 느끼지 못할 때 가능합니다(욥11:19; 시3:6).

이와 같은 단잠은 하나님의 절대 보호하심에 대한 깊은 신뢰와 그에 바탕한 평안함이 없을 때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잠입니다(시3:6; 4:8; 잠3:24). 그렇기 때문에 풍랑 속에서도 평안히 잠을 잘 수 있다면 그런 잠을 자는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에 기반을 둔 꿀 같은 잠을 자는 것이므로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 완벽한 평화 속에 있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타나는 예수께서는 바로 그런 잠을 주무신 겁니다. 그러니 예수께서 갖고 계신 ‘인자’의 상태가 어떤 것이겠습니까? ‘사람의 아들’은 육신적인 삶의 환경에 지배를 받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가 뒤집혀 수장될 위기상황 속에서 예수는 꿀 같은 단잠을 주무신 겁니다.

이 모습은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뢰가 어떤 것인지를 평안한 잠을 주무셨다는 묘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따라서 마태복음은 도대체 그런 위기상황 속에서 이런 잠을 잘 수 있는 ‘인자’가 대체 누구냐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서 예수 따르미들이 가져야 할 ‘큰 믿음’이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이지요(29절참조). 하나님의 아들이 탄 배를 하나님이 보호하지 않으시면 누가 보호합니까? 하나님의 아들을 하나님이 지키시지 않으면 누가 지킵니까? 그 논리에 따라.... 예수 따르미를 예수께서 보호하지 않으시면 누가 보호합니까? 예수 따르미를 예수께서 지키지 않으시면 누가 지킵니까?

그러므로 마태복음은 이 대목을 발판으로 강력하게 예수 따르미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칩니다. ‘어떤 위기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주이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큰 평안을 누리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주께서 원하시는 믿음이 바로 그런 믿음이기 때문입니다(26절 참조).

이것을 위해 마태복음은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를 깨우며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라고 요청한 제자들의 모습을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의 모습에 대조시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깨웠을 때 즉시 일어나셔서 제자들이 요청하는 위기의 문제를 곧 해결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일어나지도 않으신 채로 제자들을 향해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26절).

죽음의 위협이 닥치자 무섭다면서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제자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느긋하게 잠에서 깨어 그들에게 ‘믿음이 작다’고 말씀하신 예수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주무시던 자리에서 ‘일어나셔서(ἐγείρω)’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므로 아주 잔잔하게 만들어 버리셨습니다(26절)!

*이때 중요한 표현을 “획”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일어나셔서(ἐγείρω)’라는 단어는 마태복음에서 ‘부활의 뜻을 갖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됩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 저자는 부활하신 예수에 대한 믿음을 고취시키기 위해 이미 50여 년 전에 발생했던 역사적 예수의 지상생애에 본문의 내용을 투영시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어야 합니다. 마태복음의 내용은 저자로부터 50여 년 전에 이미 발생했던 여러 사건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단순히 나열해 놓은 글이 아니라 특정의 신학을 담아 놓은 종교문학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본문을 통해 전하려는 마태복음 신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당장, 부활을 나타내는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에서도 이 안에 중요한 신학이 있음을 간파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서를 통해서 지금도 우리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본문의 내용 안에 들어 있는 신학찾기에 열중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본문을 통해 말씀하시고 우리는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말씀에 따라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더 본문에 담긴 '신학'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