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기 제6차 총회를 열면서  / 조헌정 상임대표의장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 5장 10절) 

멸망할 사람들에게는 십자가의 이치가 한낱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구원받을 우리에게는 곧 하느님의 힘입니다. (고린도전서 1:18)

우리가 ‘예수믿기’를 넘어 ‘예수살기’로 다짐한지 벌써 7년째가 됩니다. 예수 이름으로 우리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의 신앙을 접고 이 땅의 고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실천 신앙을 다짐하고 나선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며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죄인의 모습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패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주님과 더불어 바닥을 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더 이상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죽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흩어진 예수의 제자들이 갈릴리 해변가에 함께 모여 주님께서 주시는 물고기와 떡을 먹으며 로마의 불의한 체제를 뒤집어엎는 하느님 나라의 꿈을 꾸었듯이 우리 또한 함께 모여 이 땅의 불의한 체제를 뒤집어엎는 꿈을 함께 꾸는 미련한 짓입니다.
‘바보들의 합창’ 네! 맞습니다.
예수살기 총회는 예수 때문에 바보된 사람들이 모여
함께 부르는 하늘 메아리 합창입니다.

김남주 시인 20주기를 맞이하며

[나의 칼 나의 피]

만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와도 같은 것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만인의 만인의 만인의 가슴 위에 내리는
눈과도 햇살과도 같은 것

토지여!
나는 심는다 살찐 그대 가슴 위에 언덕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자유의 나무를

그러나 누가 키우랴 이 나무를
이 나무를 누가 누가 와서 지켜주랴
신이 와서 신의 입김으로 키우랴
바람이 와서 키워주랴
누가 지키랴, 왕이 와서 왕의 군대가 와서 지켜주랴
부자가 와서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법이, 판검사가 와서 지켜주랴

천만에! 나는 놓는다
토지여, 토지 위에 사는 형제들이여
나는 놓는다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 나는 놓는다
바위로 험한 산길 위에
파도로 험한 사나운 뱃길 위에
고개 넘어 평지길 황토길 위에
사래 긴 밭의 이랑 위에 가르마 같은 논둑길 위에 나는 놓는다
나 또한 놓는다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 위에
매일처럼 오르는 그대 밥상 위에
모래 위에 미끄러지는 입술 그대 입맞춤 위에
물결처럼 포개지는 그대 잠자리 위에
구석기의 돌 옛무기 위에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오, 자유여! 자유의 나무여!

함석헌과 예수살기 / 강사 : 문 대 골 님(고문)

희한한 백수(白手)

함석헌은 아무런 직명이 없이 세상을 살고 갔다. 오산중학 역사교사 10년, 해방 후 북한의 인민자치위원회 문교부장 3개월이 그가 세상에서 소위 직명이라는 것을 가지고 산 전부이다. 서른여덟에 오산에서 사임한 후 농산고등공민학교의 몇 개월 교장을 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학원 이었다. 함석헌, 그는 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언론인이니, 종교인이니, 철학자니 하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먹고 사는 이를 ‘백수’라고 한다면 함석헌은 분명히 백수였다. 함석헌이 민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1956년 1월 사상계에 ‘한국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발표하면서 부터인데, 1960년 4·19 학생혁명, 5·16 박정희의 군사반란을 거치면서 함석헌에겐 상반되는 별명이 수없이 붙는다. 예언자, 한국의 간디, 민족 정신의 지도자, 야인, 사상가, 종교인…… 심지어 어떤 언론에서는 그의 글에 반드시 함석헌 옹(翁) 이라는 필명을 붙였다. 함석헌을 비난하는 이름도 적지 않았다. 험구가, 반동자, 정신이상자, 유아독존, 자칭천자, 지가 뭔데 등 부지기수였다. 그에 대한 친·반의 칭호가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일정한 직업이 없이 그럭저럭, 그런대로 남이 주는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백수라 한다면, 함석헌은 분명한 백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함석헌은 특이한 백수였다. 어떤 수입이나 보수가 약속된 것도, 보장된 것도 아닌데도 그는 그가 당하는 일을 아주 헌신적으로 수행했다는데서 하는 말이다. 함석헌은 당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주신 일’로 믿었다. 때문에 그 당하는 일 때문에 한숨을 쉰다든가, 또 당해냈다해서 후련해하거나 당당해하지 않았다. 그는 삶(生) 보다 더 중하고 고귀한 가치를 믿지 않았다. 살아서 무엇을 한다든가, 이룬다든가 하는 따위는 없었다. 함석헌에게 있어 생(生)은 모든 것의 모든 것이었다. ‘한국의 간디’라 불리어진 자신이 그 간디를 말하면서
“간디의 위대함이 비폭력 저항이었다. 간디는 이것을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로 실행해냈는데 그는 이를 ‘진리의 실험’이라 했다. 비폭력이란 단순히 주먹이나 무기를 안 쓴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너, 나의 대립을 초월한 것이다. 모든 차별상(差別相)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서 버릴 사람이 없다. 그것 비폭력은 모든 사람 속에서 불멸의 영성(靈性)을 보는 것이요, 그것을 불러내자는 운동이다” 라고 말했다.

함석헌은 사람 속에 있는 그 영성을 불러내는 것을 생(生·살림)으로 보았다. 그래서 ‘생에 대한 절대의 존경’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 도덕의 절대토대인 생이란 곧, 지금 당한 일(주신 일) 치룸이다. 그래서 함석헌은 순간순간을 몸으로 살 수 밖에는 없었다.

함석헌은 함석헌의 하나님을 모시고 있었다. ‘함석헌은 함석헌의 하나님을 모시고 있었다’는 말은 기존 기독교회의 하나님과는 다른 하나님을 찾고,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을 절대의 종교로 믿는 함석헌에게 전수(傳受)신앙이 달가울 수는 없었다. 대대로 믿는 신앙을 그가 거부한 적은 없었지만 3대니, 4대니 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함석헌의 사상, 철학, 종교의 핵심이 ‘스스로 함’ 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는 없었다. 함석헌은 예수를 주(主)라 부른적이 거의 없었다. 더러 따르는 제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기도를 하는 경우(그런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에도 그저, ‘하나님’할 뿐, 거기에 일체의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함석헌의 ‘씨ᄋᆞᆯ('ᄋᆞᆯ'은 모음 아래아를 쓴 '알'로 컴퓨터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과 서남동의 ‘민중’

장기려는 함석헌을 떠받치는 일에 거의 자신을 드린 사람이다. 그는 1911년 8월 14일(음) 생으로 함석헌보다 꼭 10년 늦게 세상에 온 사람이다. 1940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정동에 위치한 김교신의 집에서 있었던 <무교회동계강좌>에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이를 계기로 나라에나 함석헌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아 만났고, 만날 때마다 장기려의 함석헌에 대한 존숭감이 더해갔다. 그는 1950년 12월 평양을 떠나 군의관으로 부산에 도착, 제3육군병원에 있으면서, 주일날이면 고신파 소속인 한상동 목사가 시무하는 초량교회에 출석하던 중 6·25 전란으로 피난 내려온 함석헌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후 매주 1회 혹은 2회씩 장기려의 주도로 제3육군병원 강당에서 말씀모임을 갖게 되었다. 1953년 함석헌이 부산 피난살이를 끝내고 다시 상경하게 되면서 이 모임은 중단되는데, 1957년 장기려가 부산의과대학 외과과장에 취임하면서 함석헌의 30년 부산 말씀모임이 시작되었다. 이 말씀모임은 매월 둘째 주일 정기모임으로, 함석헌이 부득불 외국에 체류하는 기간을 빼고는 1983년까지 장장 26년 동안 계속되었다.

허나 정말 놀라운 것은 함석헌과 장기려의 인간적인 관계이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대로 함석헌은 하나님까지도 ‘미완성’이라 하는 이 인데, 장기려는 예수의 재림까지도 글자 그래도 믿는 축자신앙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함석헌이 문제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으로 꼭 붙들고 있으면서도 선생님의 그 점만은 몹시도 아쉬웠다. 선생님 입에서 ‘주님 예수’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함석헌은 ‘주님’이라는 말이나 ‘대속’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함석헌은 그 같은 말들이 인격의 자주가 없던 노예시대의 것이었다고 확신하는 터였다. 민중은 없고 통치만 있던 때의 용어라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인류의 대대의 유산으로 보전될 ‘씨ᄋᆞᆯ’이 창도(創道)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까지(1957) ‘민중’이라는 말을 써오던 함석헌이 ‘씨ᄋᆞᆯ’이라는 말로 바꿔 쓰기 시작한 것은 그의 스승 유영모를 통해서였다. (함석헌은 유영모를 성(姓) 마저도 쓰지 않고 그저 ‘선생님’ 이라 불렀다.) 1957년 YMCA 강당에서 개최된 유영모의 금요강좌에서였다. 유교의 경전인 사서(四書) 중 대학(大學)의 첫머리에 나오는 대학지도(大學之道)를 풀어 밝히는데서 재친민(在親民)의 민(民)을 ‘씨ᄋᆞᆯ’이라 옮긴데서이다. 강좌에 참석했던 한 참석자의 “선생님, 민(民)이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순수히 우리말로 옮긴다면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하는 질문에 “민(民)? ‘씨ᄋᆞᆯ’이라 하면 되지” 했다. 유영모의 ‘씨ᄋᆞᆯ’은 그것으로 끝났지만, 함석헌은 그 이후 그 말을 두고두고 새김질했다. 그러면서 함석헌은 의도적으로 ‘민중’ 대신 ‘씨ᄋᆞᆯ’이라는 말을 써 갔다. 함석헌의 ‘씨ᄋᆞᆯ’ 이라는 말은 유영모에게서 받은 것이 분명하나, 유영모는 ‘씨ᄋᆞᆯ’을 정치·사회학적인 용어로 사용한 적이 없다. 61년 이후 군사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면서 함석헌이 이 말 ‘씨ᄋᆞᆯ’을 철학화 한다.
“민중이 뭐냐? ‘씨ᄋᆞᆯ’이 뭐냐? 곧 ‘나’. 나다. ‘나’대로 있는 사람이다. 모든 옷을 벗은 사람. 곧 ‘사람’이다. ‘ᄋᆞᆯ’은 ‘실(實)’, 참, real이다.
임금도, 대통령도, 장관도, 학자도, 목사도, 신부도, 군인도, 관리도, 장사꾼도, 죄수도 다 ‘ᄋᆞᆯ’은 아니다. 실재(實在)는 아니다. …… 그런 것은 다 허망한 욕심의 만신당(萬紳堂) 속에 있는 우상들이다.…… 정말 있는 것은 ‘ᄋᆞᆯ’. ‘ᄋᆞᆯ’은 ‘한 ᄋᆞᆯ’ 뿐이다. ‘ᄋᆞᆯ’ 혹은 ‘얼’이다. 그 ‘한 ᄋᆞᆯ’이 이 끝에서는 ‘나’로 알려져 있고, 저 끝에서는 하늘, 하나님, 브라만으로 알려져 있다. 민(民)이란 곧 그러한 모든 우연적·일시적인 제한, 꾸밈을 벗고 바탈대로 있는 인격이다. 옷으로 말미암아 즉, 밖에서 오는 것을 덧붙임으로 말미암아 있던 모든 우상들은 없어지고야 마는 날이 와도 이 ‘ᄋᆞᆯ 사람’, ‘ᄋᆞᆯ 생명’은 없어지는 날이 없다. 사람, 곧 난대로 있는 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전체다. 그것이 민(民)이다.“

서남동 교수가 1980년 씨알소리 창간 10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민중(씨ᄋᆞᆯ)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말을 했는데 거기 이런 말이 있다.
“민중이란 귀족적이라든지, 교양이 있다든지, 지식이 있다든지 그런 가치의 척도나 기준이 아니고, 소박하고, 소탈하고, 단순하고, 솔직하고, 인정미 있고, 생겨진 그대로, 태어난 그대로의 그런 것이 민중적이다. 그런 것이 가치와 미의 표준이 된다는 말입니다. 부모덕에 공부도 많이 하고, 속해 있는 계급덕에 무슨, 귀족 바람도 피울 수 있고 하는 그런거 말고…… 그건 오히려 퇴폐적입니다. 그래서 사람 혹은 인간을 말하는 경우에 말을 조금 고쳐봐야 되지 않느냐 해서 민중이다, 민중적이다. 그렇게 나는 쓰고 있습니다.
둘째로 내가 대조하고 싶은 점은 <백성과 민중의 대조>입니다. 이건 봉건주의 사회에서 인간을 백성이라고 그랬습니다. 한 사람만이 임금이고, 주인이고, 그 외의 모든 사람은 다 백성입니다. 백성은 순종하고, 복종하는 자세가 본래 정해진 인간의 길입니다. 그런데 ‘민중이다’ 그럴때는 우리는 백성이 아니다. 그 말입니다. 백성과 대조가 되죠. 백성의 시대는 지났고, 백성의 굴레는 벗었다고 하는 그런 자각에서 우리가 ‘민중이다’ 하는 그런 말을 쓰게 됩니다.“
유동식 교수의 설명으로는, 서남동이 민중을 신학논문의 형태로 드러내게 되는 것은 1975년 이후부터였다고 말한다. “1975년도 <기독교사상>에 발표된 서남동의 세편의 논문이 그것이다. 곧 ‘예수·교회사·한국교회(2월호)’, ‘민중의 신학(4월호)’, ‘성령의 제3시대(10월호)’등이다.

예수는 자기를 가난한 자, 눌린 자, 멸시받는 자, 병든 자와 동일시 했다는 것이다.(마 25) 곧 고난받고 억압당하는 민중과의 동일성을 확인하고, 그 민중의 해방을 선포했다.(눅 4:18) “그러므로 예수의 출현은 인간의 구원과 해방의 선포, 곧 투쟁이었다. 그리고 그 해방은 ‘개개인의 해방’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정치적인 구원이다. 따라서 그 해방은 사회적·정치적 해방일 수 밖에 없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정치적으로 당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에 관한 역사적 연구는 종교사적인(Religio-historical) 각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인(Socio-Political) 각도에서 보아야 할 것” 이라는 것이 기독교 사상을 통해 발표한 서남동의 예수·민중의 핵심이었다. 5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함석헌의 ‘씨ᄋᆞᆯ’과 70년대, 80년대의 서남동의 민중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굳이 약간의 다른점을 말한다면 서남동의 ‘민중’은 정치·사회적인 측면이, 함석헌의 ‘씨ᄋᆞᆯ’이 종교적 측면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함석헌의 대속론(代贖論)

다시 장기려와의 이야기로 돌아가기로 한다.
함석헌에게서 ‘주님 예수’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장기려는 ‘그렇다면 선생님은 예수를 주님으로 믿지는 않으시는 걸까?’하고 고민했다. 함석헌이 ‘주님’이니, ‘대속’이니 하는 말을 왜 쓰지 않았는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장기려는 그렇듯 함석헌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으면서도 또 이상스럽게 누군가가 함석헌을 비판하는 것을 못 참아 했다. 장기려에겐 함석헌에 대한 비판은 곧 비방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산정현 교회 목사가 심방을 왔다. 목사는 말씀을 전하던 중 ‘무교회는 이단이다.’라고 했다. 장기려는 목사의 말을 가로막으며 영어로 ‘NO!' 했다. 그저 조용하기만 하던 장기려의 입에서 그렇게 단호한 단언이 나올 수 있다니…… 모두가 놀랐다.

일본 무교회 지도자로, 다까하시 사부로가 있다. 그는 일본 무교회의 학자 중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십자가의 말>의 주필이다. 그가 1991년 10월호에 ‘자기 발견의 길’ 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함석헌의 신앙비평의 글 이었는데, 이 글은 1980년 그의 글 ‘고난의 한국 민중사’와 1982년에 ‘고난의 한국 민중사’를 보충하는 글 <世界의 神學>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들을 반복해 발표한 것들이었다. 내용의 핵심은 “함석헌은 십자가를 통한 대속을 거부하는 이로, 이제 함석헌과 무교회 사이에 신관과 속죄신앙에서 일치할 수 없는 점이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장기려가 나섰다. 그 색시 같은 이가 발끈하는데 주변의 모두가 놀랐다. 장기려 왈 “누군가가 선생님을 바로 전하도록 일본 쪽의 무교회에 직언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함석헌의 종교, 신앙을 일어로 제대로 전달할 사람도 없고 또, 하려고 나서는 이도 없었다. 장기려는 스스로 붓을 들었다. 선생님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에서였다. 그 글이, 일본인들의 함석헌 저작집 간행회가 주동하여 신교출판사에서 내고 있던 세 번째 책 <씨ᄋᆞᆯ혁명의 꿈>(1992)에 실렸다. <함석헌 선생과 나>라는 글이다. 핵심은 ‘당신들은 함석헌을 모르고 있다. 말하려거든 제대로 알고 하라는 것’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나, 종교가나, 철학 사상가나 철저히 현재의 것을 부정함으로만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 함석헌과 예수의 재림도, 부활도, 성서에 기록된 어떤 기적의 기사도 고스란히 곧이 곧대로 믿는 장기려의 관계가 편할 수만은 없었다. ‘예수는 누구인가?’의 탐색으로 일생을 살고 간 안병무 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 두 사람이 주변 사람들이 시샘할 만큼 아름다운 관계를 가졌을까?’ 이상스러워했다. 그것은 정말 이상스러운 것이었다. 그 문제가 되었던 다까하시 사부로의 함석헌에 대한 비판성 평론(함석헌은 예수의 십자가와 그 구속론을 거부한다는)을 반박하기 위해 일본판 <씨ᄋᆞᆯ 혁명의 꿈>에 실은 그의 글 <함석헌과 나>에서의 ‘함석헌 선생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을 믿고 있다’는 변론이 사실은 틀린 것이었다. 함석헌에게는 십자가도, 대속도 물론 있었지만 그것은 장기려의 것이나 한국 기독교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함석헌은 우리와 다르다.’라고 한 다까하시 사부로의 말이 오히려 분명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같은 사실은 다까하시 사부로는 물론 장기려 역시 함석헌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장기려가 그렇게 좋아하는 함석헌이면서도 “왜 선생님은 예수께 대해 ‘주님’ 이라는 말씀을 도대체 하지 않는 것일까?”한 것이나 ‘이단’이라는 다까하시의 비판에 반응(反應) 했다는 사실이 그렇다.

기독교는 위대하다
그러나 참은 보다 위대하다
참을 위해 교회에 죽으리라
내 즐겨 이단자가 되리라
비웃는다 겁낼 줄 아느냐
못될까 걱정이로다
오 나로 늘 새 끗을 들게 하소서
<대선언 중(中)>
대속이라!
둘도 없는 네 인격에 대신을 뉘 하느냐?
내게 진 빚 나 모르게 너 혼자 줄치면
그 청장(淸帳)을 내 안다더냐
힘은 아니 들이고 빌어 삶
생각은 아니하고 <더라>만 외는 빎
이름을 빌 망정 삶을 어찌 빌 수 있느냐
예수는 예수요
너는 너요
멎음 없는 역사의 흐름 흐르는 언덕
저쪽에 그가 서고, 이쪽엔 네가 서고
그 흐름 그대로 굽어보면서
그 언덕 그대로 뒹굴면서
외침을 외친단들
그것이 어찌 대속이냐?
<흰손 중(中)>

함석헌의 대속은 함석헌을 이해하는데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함석헌의 대속을 이해하게 되면 함석헌 그의 일생 32,105일을 어떻게 그처럼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었는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함석헌은 ‘역사적 예수’를 믿지 않았다. 예수안에 있던, 그를 골고다로 이끌고 간 그 안의 그리스도를 믿었다.
“그리스도는 예수안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내 안에도 있다. 예수 안에 있는 그 그리스도를 내 안에서 만날 때 예수와 일체를 이루는 체험에 들게 되고 나 또한 필연적으로 같은 십자가를 지게 된다. 이때 비로소 그의 죽음은 내 육의 죽음이요, 그의 부활은 내 영(인격)의 부활이 된다. 속죄는 이렇게 해서만 성립된다.”
함석헌의 이 같은 대속론은 그의 은사였던 우찌무라의 것과도 다른 것, 따라서 한국의 무교회와도 다른 것이었다. 함석헌은 만인 속의 그리스도를 꽉 믿었다.

함석헌이 말하는 남북문제

“절반은 산 것이 아니더라”
“나는 38선은 넘어왔다. 인제 또 다시 넘어가야 한다. 꿈을 꾸면 지금도 여전히 사는 내 고향을 가야한다. 고향을 잃고 떠도는 임시 살림, 살림이 아니다. 절반이라도 살까? 솔로몬 앞에 송사하던 계집 모양으로 절반이라도 갈라가지려 했으나 절반은 산 것이 아니더라. 링컨의 말이 옳지. 하나되면 선다. 갈라지면 거꾸러진다. 밤에 몰래 넘어온 것은 비겁이었다. 대낮에 버젓이 넘어가야지 죽음의 무서움을 등에 지고 넘었던 이 선을 이번에는 생명의 영광을 안고 넘어야 한다.
자유 찾아 왔던 선, 정말 자유 얻었으면 자유로 넘겠지. 있는 것을 빼앗기고 울며 넘었던 선을 몸 까지 바치는 기쁨으로 넘지. 올 때는 목숨이 문제였으나, 갈 때는 혼이 문제다. 혼은 해방되서만 뚫어지는 선이다. 올 때는 친구에게 끌려 단 둘이 넘어 왔으나 갈 때는 모든 사람 손을 잡고 가야한다.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 넘어온 길, 우리발로 앞서가며 님의 오실 길을 닦아놓자. 빈들에 한 길을 내자. 그 길이 만국 백성이 님 앞에 선물을 가지고 오는 길일 것이다.
아세아 큰 길거리 꽃동산 열어 놓고 서편 형, 동편 아우 다 끌어 손목 쥐고 세목이 한데 어울려 울어보면 어떠리.“

2014년 예수살기 총회 결의문 ‘예수살기로 민주주의를 완성하자’

인도자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복음 5장 48절)

회 중 : 우리는 시방 겨울을 지나 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는 물을 내고 식물들은 물을 길어 올려 생명운동을 시작합니다.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우리네 사회는 온통 비리와 부정, 몰상식과 폭력이 난무합니다. 민주주의는 오간데 없어지고 왕조시대가 군림했고 권력기관들은 정부의 시녀가 되어 충복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정론을 버렸고 전문가 집단들은 보신주의에 매몰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1년을 돌아보면 기만과 배신의 정치로 얼룩졌습니다. 18대 대선은 국정원, 경찰청, 국방부, 청와대 등 정부권력기관이 총 동원 개입하여 조작되었고 개표부정도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인도자 :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1년을 지켜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공약을 파기하였고 정치권과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민대통합을 약속했지만 진보진영을 숙청하는 등 야당을 무시한 정치행위로 이념적, 지역적,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사회혼란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불법대선개입은 국민의 선거권을 빼앗은 중대선거사범임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물론 입장 표명 없이 함구하고 있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이요, 직무유기이며, 국민을 기만함이며,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행위로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회 중 :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행하는 것이 하나님에게 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분은 주님이십니다. 예수살기는 이 말씀 위에 서 있습니다. 늘 현장에 계셨던 예수처럼 예수살기는 고난받는 이들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울었고 아파했고 손잡았고 일어났습니다. 예수살기에게 현장은 꽃이었습니다. 현장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뜻을 펼치고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성소였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용산참사현장,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현장, 4대강 현장, 한진중공업현장, 쌍용자동차해고현장, 밀양송전탑현장 등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 함께 했습니다. 예수살기는 고통당하는 이웃들의 삶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였고 억울한 사람들과 함께 했으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좋은 정치구조를 세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예수살기는 기독교적 영성 운동과 대안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인도자 : 기독교 영성이라 함은 내면을 살펴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을 실현함이며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예수의 길을 걸어감입니다. 예수살기는 기독교 영성의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토대위에서 공동체적 대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자립적 마을운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순환사회 실현이 그 목표가 될 것입니다.

회 중 : 2007년 5월 시대적 요청으로 모임을 시작한 예수살기는 2008년 3월에 창립되었고 오늘 제 6차 종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간에 숙성된 경험을 토대로 모든 생명이 존귀히 여김을 받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평등세상을 건설에 매진할 것입니다. 예수살기는 국가권력의 문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문제, 양극화의 문제, 환경생태계의 문제, 남북통일의 문제에 책임 있게 응답할 것입니다. 특히 독재 권력에 저항할 것이고 교회 개혁에도 동참할 것입니다. 평화협정을 통해 평화적 남북통일을 이루는데 헌신하고. 노동문제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권익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대안교회, 대안사회, 대안문명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 일에 마음을 모아 전진합시다.

다함께 : 하나님이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신 예수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하나님 나라가 실현될 때까지 전진합시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