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양인 남녀 두 사람이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남자가 영어로 인사를 하는데 발음이 어쩐지 수상(?)해서 한국인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나도 한국인임을 밝히고 한국말로 대화를 했다. 그들이 전도를 다니는 중이라기에 소속이 어디냐고 물으니까 '하나님의 교회'란다. 그래서 내가 “안상홍 증인회이군요?”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아느냐기에 신학을 전공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이 많이 살고 있지 않는 시드니 변두리 지역에서 무작위로 찾아온 집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일단 집 안으로 맞이해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정체를 알았기에 궁금할 것이 없는데 오히려 그들이 내게 궁금한 것이 많은 상황이 된 셈이다.

목회를 하느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했더니 신학을 혼자 공부하느냐 학교에서 배웠느냐고 물었다. 정식으로 배웠다니까 즉시 논쟁 모드로 들어가려고 했다. 성경을 들먹이며 자꾸 설명을 하려 하기에 "나는 당신들의 신앙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신앙의 형태에 관심이 있다" 고 했더니 시간이 없다면서 서둘러 가버렸다.

대화는 처음부터 서로 배우려는 자세로 시작해야 하는 법인데 그들은 상대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작정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나와는 긴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나는 누구를 향하여 이단이니 어쩌니 하는 선입관이 전혀 없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보고 이단이라고 규정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직하게 교회사를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소위 ‘이단시비’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정치논리에 의하여 좌우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른 종교'가 있을 뿐 '틀린 종교'라는 것은 없는 법이라는게 내 소신이다. 만일에 '틀린 종교‘가 있다면 남을 함부로 '이단'으로 규정하는 종교가 '틀린 종교'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가고 난 다음에 인터넷에서 ‘하나님의 교회’를 검색해 보고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그들의 하나님이 안상홍이었는데 그동안에 그의 부인 '장길자'로 바뀌어 있었다.

내 주변에 존경할만 사람으로 여호와 증인인 유 선생이란 분이 있다. 이 분에게는 어머니가 여호와 증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변의 기독교인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을 해결해보겠다는 갸륵한 뜻으로 희랍어를 혼자서 공부해서 신약성경을 가지고 기독교인이나 목사들을 만나면 논쟁을 하는 기특한 아들이 있었다.

한 번은 자기 어머니가 나를 존경하고 있는데 나도 여호와 증인을 이단으로 생각하는지를 희랍어 성경을 들고와서 물었다. 그래서 나는 희랍어가 아니라 예수가 직접 말한 아람어로 성경을 읽는다고 정확히 이해 할 수가 있는 일이 아니니 우선 ‘성경을 읽기’ 전에 ‘성경에 관한 책’을 읽어서 성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점잖게 물리쳤다. 그랬더니 자신만만한 자기의 공세를 의외로 비껴나가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 그는 어의가 없어 했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기독교가 모세가 시내 산에서 돌 판을 들고 내려온 것에 기초하고 있다면 지금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실리콘 벨리에서 태블릿을 들고 올라 온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성령 보다 구글신이 훨씬 더 유용하고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시대이다.

사실 책이란 것이 보편화되고 보통사람들이 아는 언어로 쓰이기 전까지는 성경을 전부 다 읽은 사람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을 전부 모아서 책으로 엮어 놓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어떤 한 평범하지 않은, 예를 들면 어거스틴 같은 사람들이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을 하면 믿지 않을 도리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책이 보편화되고 지식이 한 곳에 모이고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게 되면서 세상은 달라졌다.

무협소설의 세계는 신비한 도술을 부리고 자기만의 비법을 알고 있는 도사들이 많이 나온다. 이러한 도교문화는 문맹률이 지극히 높은 시대에 마술과 신화가 어우러지는 중국의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지식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책의 출간이 보편화되자 상황은 달라져서 이제는 무협의 스토리는 오직 소설과 영화 속에서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나는 가끔 한국의 기독교가 아직도 무협지 수준에 머믈러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 가 보니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게 정말로 신비롭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믿고 있는 신앙이 아니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조차 힘든 이민생활에서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백인들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한국의 신흥종교를 전파하는 것이었다.

아무쪼록 그들의 전도가 효과가 있어서 호주인들이 많이 한국의 신흥종교에 빠져들어 한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로 한국 신자들이 헌금한 돈으로 허접한 외국인들 불러다가 먹이고 재우고 하면서 전시효과를 나타내는 일에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런 방법은 과거에 김일성이 가난한 공산권이나 아프리카인들을 데려다가 외국에서 자기가 인정 받고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릴 때 써먹었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