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는 역사서? 문학서?

복음서는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서를 대할 때에는 역사서나, 위인전, 혹은 자서전이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관점을 갖고 읽어야 할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대하고 읽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야 합니다. 따라서 복음서를 “읽을 때”에는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안목을 갖고 읽어야 합니다.

바로 이때 “그러면.... 복음서의 예수 이야기는 소설이란 말이야?”라는 자기 멋대로의 반문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 반응한다는 것이 기껏해야 “문학=소설”, 그러므로 ‘복음서의 예수 이야기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창작소설(?)’이라는 개념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학이란 ‘모든 종류의 글들을 학술적으로 상대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문학=소설”이라는 속 좁은 개념인식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복음서의 예수 이야기를 문학으로 읽을 때의 두 가지 장점

복음서를 대할 때 이와 같은 시각을 갖고 읽으면 적어도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흥미에 의한 관심도의 상승’입니다. 복음서를 역사적 예수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습득의 차원에서 대하고 거기서 하나님의 말씀을 얻으려고 할 때 그것은 고대 근동사, 고대 팔레스틴사를 공부하는 것 정도에서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복음서를 통해 예수 시대의 고대근동사 속에서 예수의 일대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복음서 저자를 통해 전달되는 ‘말씀’을 받으려는 목적을 갖고 복음서를 읽고 공부합니다. 따라서 복음서는 ‘교과서 같은 역사서’로 인식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에 대한 역사를 익히고 공부하는 것은 지극히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역사=말씀’이라는 도식은 참으로 균형맞추기 힘든 일입니다. 님들은 역사 속에서 생명을 주시는 구원의 말씀을 발견합니까? 어느 나라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런 일을 경험하십니까?

결코 “역사=구원의 말씀”일 수 없기에 복음서를 예수에 관한 역사서로 보는 안목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시다시피 “복음서=역사서”가 아닐 뿐만이 아니라 복음서 저자들도 자신들이 기록한 복음서를 역사서를 기술하는 차원에서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음서를 읽을 때에는 ‘말씀’으로 읽어야 하므로 문학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복음서를 마치 ‘이야기 한국사’와 같은 안목을 갖고 ‘문학으로 읽을 때’의 효과는 복음서 저자가 전하길 원하는 핵심 메세지를 찾아가는 ‘모험적 말씀 탐구’의 열정이 자극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복음서 저자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예수에 관한 역사"로 기술하지 않고 예수를 향한 믿음을 고양시키기 위한 믿음의 책으로 저술했습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 저자의 이와 같은 목적에 합류하는 측면에서 ‘어떤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하여 이 내용을 여기에 기록했는지를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서를 문학으로 읽는 가장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 이야기를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의 뜻

복음서를 읽을 때에는 바로 이와 같은 문학적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서의 저자들이 기획한 복음서의 저술목적은 고대 팔레스틴을 살았던 예수에 관한 일대기나 위인전적 활동상을 보도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복음서 저자들은 인간의 지성에 바탕을 두고 예수에 관한 믿음, 예수를 향한 신앙고백을 하도록 인도하기 위해 감성적, 심리적, 정서적 차원을 망라한 차원에서 문학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학적 관점을 충분히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더구나 복음서는 글로 되어 있으나 학술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도의 문학적 재능이 발휘된 말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나아가 복음서들은 하나님의 뜻과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저자들의 문학적 재능을 한껏 발휘해서 기록한 글이기 때문에 더욱 더 문학으로 읽고 해석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환자 치유이적 사건을 역사의 안목으로 읽을 때의 난점

나환자 치유이적 사건은 예수께서 실제로 행하신 역사적 발생사실이라는 시각에 묶여 있으면 나환자가 예수께 나온 과정 자체를 납득할 수 없게 되므로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 문제가 지성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더 이상 ‘말씀과의 만남’을 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상황에서 볼 때 유대인 무리 속에 나환자가 홀로 나타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나환자가 수많은 무리들을 뚫고 예수께 나왔다는 기술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환자 치유이적 사건을 역사적 실제 발생 사건으로 읽으려는 믿음 좋은 관점을 갖고 이 내용 속에서 마태복음 저자의 신학을 찾으려고 시도하면 본문에 없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내야 하는 등의 무모하고 가여운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복음서를 문학으로 읽지 않고 역사로 읽을 때에 독자들은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본문은 말도 되지 않는 방법으로 나환자가 예수께 나온 과정을 설명하느라고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됩니다.

천사가 보호해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상상의 나래일 뿐입니다. 아니면 자신이 나환자임을 속이고 무리를 뚫고 예수 앞으로 나왔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예수께 나온 사람은 비도덕적인 인물로 처리됩니다. 그러면서 방법을 무론하고 예수께 오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등의 위험천만한 상상의 말씀을 내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과연 마태복음 저자의 신학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무리들이 나환자를 위해 그가 예수께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서 예수께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설명은 당시의 일반적인 유대인들의 관습을 한 방에 무시해 버리는 ‘믿음 좋은’, 그러나 비지성적인 가여운 상상일 뿐입니다.

이렇듯 복음서의 스토리를 역사로 읽을 때에는 지성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상상을 붙여대기 쉽습니다. 역사로 읽을 때에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문이 말하지도 않는 내용으로 설명을 하려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의 스토리를 역사로 읽을 때에는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하기보다는 지성적 난해함만 더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학으로 읽을 때

그래서 복음서의 사건을 읽을 때에는 역사로 읽지 말고 문학으로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글로 되어 있으니 문학적으로 읽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단순한 역사상의 발생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한 다큐멘터리식의 역사서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글을 학술적으로 대한다’ 문학의 관점을 갖고 읽어야 나환자가 어떻게 예수께 나왔다는 것인지, 대체 그가 어떻게 수많은 무리들을 뚫고 나왔다는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태복음 저자 역시 어떻게 나환자가 수많은 무리를 뚫고 예수께 나왔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학적으로 처리해 버렸습니다. 저자가 이 치유이적 이야기를 여기에 놓고 전해주고 싶은 핵심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환자가 대체 어떻게 수많은 무리를 뚫고 예수께 나올 수 있었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유대의 역사 속에서 나환자가 수많은 무리를 뚫고 예수께 나아와 절했다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나환자에게 정상인이 무의식적으로 접근해오기만 해도 ‘부정하다’를 외쳐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학으로 읽을 때 마태복음 저자의 신학적 의도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예수께 나온 나환자는 부정한 자였습니다. 그는 예수께 예배드렸습니다. 나아와 절했다는 것은 부정한 자가 하나님께 예배드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를 구원자로 고백했습니다. 예수께 ‘주’라고 했다는 것은 예수를 구원자로 고백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간구했습니다. 주께서 원하시면 자신을 깨끗하게 하실 수 있다고....

이 대목에 이르면 처절한 나환자의 심정과 독자의 심정이 일치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역사로 읽으면 나환자의 심정과 독자의 심정이 일치되는 일은 도무지 있을 수 없습니다. 원천적으로 정상인이 나환자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스스로 부정해지는 일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역사입니다.

그러나 문학으로 읽으면 매우 간단합니다. 예수께서 인간의 부정함에 접촉되어 더럽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예수의 신령한 기운에 의해 인간의 부정함이 깨끗해졌습니다! 부정한 나환자는 바로 이것을 바라고 애절한 심정으로 자신의 처절한 상황 속에서 예수께 불가능할 것 같은 구원을 요청했던 겁니다. 마침내 그는 구원자 예수의 허락을 받아 구약의 나아만 장군처럼 깨끗하게 치료되었습니다! 부정함이 정결해졌습니다. 예수로 인해!


마태복음 저자의 명백한 신학

그러므로 마태복음 저자의 예수에 대한 믿음, 예수의 정체를 기술하는 신학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요약될 수 있습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부정한 자를 깨끗하고 정결하게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처절하고 애절한 사연의 나환자의 예배를 받으시고 부정하고 더러운 세력을 벗겨주셨습니다. 그 결과 그는 예수로 말미암아 정결해졌고 나아가 율법을 이룬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정해진 대로 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갖는 이적 스토리는 계속되는 이적 스토리들로 이어져 가다가 마침내 바람과 바다를 잔잔케 하신 예수 스토리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이적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적 스토리들을 제외하고 바람과 바다를 잔잔케 하신 이적 스토리를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학적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마태복음 저자가 나누길 원하는 하나님의 말씀과 만나도록 시도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문학으로 읽는 예수 스토리.... 여러분의 믿음을 증강, 보강, 성장시키기 위해 주신 마태복음 저자의 은혜로운 말씀을 통해 큰 믿음을 갖는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