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뉴스를 운영하시는 이필완 목사님께서 자리를 내주셨습니다.

습기 먹어 눅눅한 벽에, 자르지 않고 통으로 조각한
기도책상 위의 십자가가 묘하게 배합되어서 .
왠지 저는 영화 시작 전에 시야가 아득해져오는 것 같더군요. (곰팡이 때문인가? )

카페 운영자이신 '살구나무'님은 문화일보 기자이신데 방대한 양의 생태영상물 자료를 소장하고 계시다는..

이 날 상영된 영화 <다윈의 악몽>은 대개 영어로 이루어졌지만 자막이 불어였기에 관람의 편의를 위해 불어번역 작업을 해서 한글 자막이 나오도록 했어요.

자막 번역은 살구나무님 아시는 불어전공하신 분께서 도와주셨습니다.

허름한 공항에서는 이 비행기의 안전착륙을 돕습니다.
재밌는 건 벌이 창문에서 계속 윙윙~대는데요
관제탑에 있던 흑인이 비행기와 교신하다가 자꾸 소리가 신경쓰이니까 내장이 터지도록 벌을 유리에 쳐죽이면서 영화가 시작되지요.

카메라는 앵글을 마을 안으로 좁혀서 흙먼지나고 열악한 가난한 마을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 마을에서 제일 좋은 건축물은 코카콜라 병 모양의 선전물입니다.

사람이 살 수도 없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건축물에 이렇게 써 있습니다. Life tastes good.

나는 입에 텁텁함을 담고 영화감상을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큰 시스템의 일부이다"

생선을 가공하는 공장을 보는 카메라의 눈은 차갑습니다.|
카메라는 흰 마스크를 쓴 흑인의 눈과, 생선의 살을 도려내는 칼을 주목하는데|
흑백 대비 속에 보는 시퍼런 칼과 흑인의 눈은 이 공장 바깥에서 더러운 진흙을 밟으며 사는
마을 사람들의 뭉툭하고 느린 삶과는 대조되는 것이지요.

모순은 간단합니다.
생선포는 공장에 많은데, 가난은 심화됩니다. "poverty under the lake"

그 많은 생선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빅토리아의 농어는 식량이 아니라, 자본과 시스템을 남겼습니다.
그 시스템은 아프리카에 관심이 없습니다.

생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생선이 가공되면서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가공은 편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품 가치를 높히기 위한 조치입니다.
그 조치는 생선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시켰습니다.

"제게 뭘 기대하시나요,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카메라를 보고 어떤 아낙네가 말했죠.

처음은 마을의 신부와 인터뷰하는 장면입니다.
이 신부는 마을의 사망율을 묻는 질문에 비교적 매우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합니다.
전체 주민이 고작 300명인 이 마을의 사망율은 한달에 10~15명으로서 모두 바이러스, 즉 HIV/AIDS로 인한 사망자입니다. 이 수치대로라면 6개월 이내에 마을 인원은 30~40명이 되겠지요.

재미 있는 것은 (가톨릭 교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콘돔의 사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죄이기 때문에 안되고, 콘돔에 대해서 말하지도 않는다.' 고 난색을 표하지요.

 두 번째 장면은 아프리카의 열성적인 전도사에 관한 이야기로서
어부 마을에 찾아온 부흥사인 이 남성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이크와 영상시설을 동원해서
예수가 베드로를 불렀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
"배가 생선으로 가득차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어부 마을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종교적 심성이야 탓할 필요가 전혀 없지만
문제는 이 영화에서 이 장면 이후에 전개하는 상황은 이 전도사의 설교와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깊은데서 던질 필요도 없이 호수에는 나일강 농어만 넘쳐나고
배가 아니라 비행기가 생선을 과적으로 싣고 가다가 추락할 정도로 생산은 과다이므로 분명히 신의 축복인데 이상하게 마을에는 의사 한 명 없고, 아이들은 쌀 한 줌 때문에 피가 터지게 싸우지요.

종교 메세지가 거짓이 되는 경우는 없으나 대상과 상황에 따라 종교가 기만적이 되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아편이라고 칭한 종교의 폭력성은 의미심장합니다.

"배가 생선으로 가득 차서.. "

영화는 기회가 될 때마다 공장 사장에게, 마을 주민에게, 기자에게, 경비원에게 묻습니다.
'비행기가 올 때는 뭘 가지고 오나요?"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They come empty."

비었다니요, 집채만한 농어를 유럽 국가에 깨끗히 가공해서 주고 돌아오는 비행기의 창고에는
반대 급부로 실려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니요. 사실 없는 게 다행이죠.

비행기 조종사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자신이 유럽으로부터 아프리카 내전을 지원할 무기를 싣고 온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프리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착취하는 유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대신에 조종사의 입을 빌어 영화는 네덜란드로 포도를 날랐고, 아프리카에 돌아오는 비행기에 군수품.. 탱크 같은.. 것들을 실었으니까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맛있는 포도를,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네.

세상 아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방법은 잘 모르겠다..

이 심오한 명제는 아프리카에서 매우 첨예한 대립을 낳았습니다.

아프리카에게 우리는 기독교 변증론으로 "신이 제한된 자원과 서로 다른 능력과 부와 기회를 주신 것은 우리는 연단케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자유의지론에 입각해 변호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유럽과 기타 부유한 나라들의 자원은 과잉이기 때문에, 자원을 제한시킨 것은 신이 아니라 과잉인 우리들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구더기를 밟아서 모은 암모니아 가스로 가득찬 쓰레기 생선 더비가 80불이기 때문에 우리는 열렬하고 착하고 경건한 신앙으로만은 아프리카를 바라볼 염치가 없습니다.

나일강 농어의 풍요로움과 코카콜라가 약속한 삶의 맛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프리카인이 말합니다.  "뼈는 탄자니아인이 먹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What is to get, what is to miss." 너무나 비참한 말입니다.

즐거웠다고 저는 소감을 밝혔으나 즐겁고 슬픈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나눔에 가슴이 벅차기도 하네요.

다음 영화도 기대합니다.

관련 사이트

: 나비야, 청산가자 http://cafe.daum.net/nbychungsan
  서울비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haiseop/130004248767

▲ 서울비님은 이화외고 교사라고 소개하셨다(이슬비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