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과시하는 은사 집회가 성황을 이루고, 이른바 은사주의자들이 당당히(?) '신사도'를 자처하면서 교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성령체험'이라는 솔깃한 명분을 내걸고 온갖 질병을 고치거나 입신, 방언은 기본이고, 심지어 전파에 금이빨 소동까지 벌어지는 등, 신기한 요술을 보는 것처럼 신사도 운동은 현란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은 은사라는 이름의 초능력을 빌미로, 초대교회 이후에 기독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도라는 이름을 제멋대로 '신사도'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성령시대의 주역인양 자신들의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령집회에서 선보이는 숱한 은사쇼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영성을 체험하지도,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도 못한다. 다만, 신기한 초능력에 취해서 모두 어안이 벙벙한 채 순간적인 황홀경에 사로잡힌다.

은사집회가 뜨거운 열기로 불붙지만, 그곳에서 진정한 영적 감동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다만 심적인 흥분을 느낄 뿐이다. 왜 그럴까? 성령집회를 통해서 교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영적인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채, 그저 심적인 자극과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언컨대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은 초능력의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수 영성의 근본은 신기한 초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바쳐 타인을 구원한 거룩한 사랑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초능력은 뛰어난 요술일 수는 있어도 그리스도의 성령이 역사하는 진정한 은사가 아니다.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굳이 성경을 인용하자면, 초능력과 신비는 결코 그리스도 신앙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종교, 나아가 무속신앙에서도 초능력은 흔히 목격할 수 있으며, 때가 되면 심지어 사탄의 종들에게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세상 종교의 '일반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에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이며, 할 수만 있다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 마24:23-24

도대체 무슨 뜻인가? 매우 충격적인 말씀이다! 스스로 신사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거짓 사도'로서, 그리스도의 은사를 가장해서 이단의 표적과 기사를 보일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가 아닌가!

그렇다면, 자극적인 은사 쇼에 열광하는 기독교인들의 내면적인 동기는 무엇일까? 자신의 신앙에 분명한 확신이 없는 무지한 교인들이 육신의 눈을 통해서 믿음의 증거를 잡으려는 타락한 의도에서 비롯되는, 불신앙의 증거일 뿐이다. 요컨대 그들은 '보기 때문에 믿는' 표적신앙에 사로잡힌 것이다.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요20:29

표적신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의미를 알기 위해서 신학사전을 뒤지며 애써 머리 싸 맬 필요가 없다. 주께서 표적신앙의 의미와 동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신다!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원한다" 마16:4

주께서 말씀하시는 '악하고 음란한 세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죄의 본뜻이 하나님의 의도에서 어긋나는 것을 말하듯이, 성경에서 말하는 악하고 음란한 세대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이거나, 이방신을 믿는 이교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즉, 불신앙이나 이교 또는 이단의 일탈된 신앙에 빠진 자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 동안에 표적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물론 예수는 공생애 동안에 쉴새없이 병을 고치고, 귀신을 내쫓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기적을 행사하셨다. 그러나 예수는 그런 행위들, 이를테면 신사도운동을 주장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사도성을 입증하는 표적인양 보란듯이 내세우는 신기한 현상들을 결코 그리스도 신앙의 표적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다시말해 예수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세상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기적을 베푼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자를 '불쌍히 여기셔서' 기적을 베푸셨고, 표적을 보지 않고는 도무지 믿지 않는 완악한 유대인들에게 그가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기 위해서 기적을 행사하신 것이다. 신사도가 그리스도인가? 그래서 세상에 표적을 보여야 하는가? 신사도주의자들... 교만하고 악하기 이를 데 없이 참담한 악인들이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는 유일한 표적은 하나뿐이다.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여 줄 표적이 없느니라! 마16:4

익히 알고있듯이, 큰 물고기의 배에서 사흘 밤낮을 갇혀있다가 은혜로 말미암아 다시 살아난 요나의 표적은 예수의 죽으심과 부활의 상징이 아니던가?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믿는 자에게 필요한 표적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세상의 죄인들, 다시말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오롯이 믿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지 못한 채 신기한 눈요기에 몰입하는 자들, 자칭 신사도주의자들의 사사로운 집회는 그리스도의 성령이 임재하는 모임이 아니다.

요컨대, 부활을 온전히 믿는 자에게 신사도주의자들의 요란한 성령 체험은 그리스도 신앙에 근거한 성령의 은사가 아니라, 종교 코메디의 허튼 눈요기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