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에 드리는 편지

언제까지 우리는 이 진흙 구덩이 속에 빠져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감리교는 또 다시 직무대행체제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생중계를 통해서 보여준 이번 입법총회 모습은 수치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직무대행 선출 과정과 입법의회의 합법성을 두고 시비가 일며 하루를 허비하더니 끝내 마치지 못하고 산회되었습니다. 감리교의 지도자들이 모였다는 그곳에는 모든 사람이 승복할 법해석도, 진실한 권위도, 교회로서의 질서도, 어느 하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부끄러움이 도를 넘어 성도들과 세상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들고 설교조차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성도들과 함께 총회 실행부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본부에서 금권선거 방지와 총대 제도 개혁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패배감에 굴복당하는 것이 싫어서 한 걸음에 달려 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감독회장 직무 대행을 뽑는 일에만 관심을 가질 뿐 감리교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 감리교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개혁에는 관심이 없는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부르짖고 돌아 왔습니다. 돌아와서 조용히 기도하며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운 5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상황들. 우리는 왜 이것을 넘어서지 못할까? 그 순간 선명히 다가오는 우리의 자화상이 있습니다. 욕심에 가득차서 더 높은 자리를 탐하는 모습들. 수십 년 목회의 완성이 감독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모습을 닮아가려는 우리들. 결국 감리교회 문제의 해결은 나부터 내려놓아야만 해결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높은 자리 하나를 만들어 놓고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작금의 감독제와 학연과 금권으로 물들 수밖에 없는 선거제는 주님의 가르침에 반하는 탐욕의 상징일 뿐입니다. 그리고 한 번 총대가 되면 은퇴할 때까지 계속되는 총대제도는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진리를 여실히 보여 줄 뿐입니다. 탐욕을 부추기는 감독제도와 경쟁과 파벌을 조장하는 선거제도 또한 이것을 유지하게 해주는 총대제가 존속하는 한, 금권선거와 학연으로 얼룩진 우리의 모습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감리교선거는 돈 안 쓰고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죄악과 수치를 반복해야만 합니까? 근본구조를 고치지 않고 사람만 바꿔보아야 그 사람마저 망쳐 놓을 뿐이고 절망의 반복일 뿐입니다.

이제 저는 지금의 감독제도, 선거제도 그리고 총대제도가 계속되는 한 모든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스스로 내려놓습니다. 동시에 우리 교회는 이와 관련한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오직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의 신앙 저항 운동입니다. 앞으로 저에게 감독, 혹은 감독회장 등 일체의 지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 호칭을 부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단지 존경하는 선배 목사, 동역자, 그리고 사랑스런 후배 목사, 곧 ‘목사’라는 주님이 주신 성직만 있을 뿐입니다.

성도들과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는 굴욕과 수치의 지난 세월을 이제 정말 마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일체의 자리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결단만 한다면 감리교회는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여전히 자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면 이 수치스러운 상황을 결코 끊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다 내려놓아야 부끄러운 세월을 뒤로하고 새롭게 출발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함을 뽐내던 산들이 이제 겸손하게 다 그 잎들을 떨구고 순백의 산으로 돌아가는 계절입니다. 그 순수함의 능선에서 역시 깨끗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산에 올라 호연지기로 지난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감리교회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2013. 11. 20.

한마음교회(서울연회 중구용산지방)
담임목사 최형근 외 성도일동

▲ 지난 10월 16일 있었던 총실위 현장에서 금권선거방지와 총대제도 개혁을 외치며 기도회를 연 한마음교회 성도들과 최형근 목사

서울연회 중구용산지방 한마음교회의 최형근 목사가 감리회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부담금 납부거부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최 목사는 "현재의 감리회 감독제도 선거제도 총대제도로는 희망이 없다"고 했으며 "입법총회를 지켜보면서 마지막 가졌던 개혁의 희망마저도 꺼졌다"고 절망하고는 교회와 공동으로 작성한 '감리교회에 드리는 편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부담금 납부를 거부하는 저항운동을 통해 제도개혁에 대한 감리회의 자각과 감리회 지도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려 한다"며 "자신과 교회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주지 말 것"을 요청했다.

최목사는 감리회의 근본적인 문제의 중심에 ‘총대제도’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감리회의 '연급제 폐지'와 '연령비례제의 총대제도'를 주장했다. 금권선거는 '제도와 탐욕이 빚어낸 산물이므로 민주적인 제도인 선거와 제비뽑기를 적절히 조화시킨 제도를 만들어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기도 설교 축도를 하고 금품을 받지 말자'는 등의 감리사나 감독 그리고 감독회장의 직무와 관련한 최소한의 '성직윤리강령'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아래는 최형근 목사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1. ‘지금의 감독제도, 선거제도 그리고 총대제도가 계속되는 한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것이 눈에 띄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분명히 개인적인 불이익을 받을 텐데 감수 할 만큼 심각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리고 이 행동을 ‘저항운동’이라고 하셨는데 무엇에 대한 저항입니까?

- 지난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수치와 무기력입니다. 이미 이번 입법총회를 당당뉴스의 생방송을 통해 보았습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개혁을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혁의지가 없는 감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지금 혼란의 상태를 모면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뿐입니다. 아마 지금도 다음 차례 감독회장은 누구인가 감독은 누구인가 하는 것에만 관심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침묵은 방조입니다.

‘개인적인 불이익’이라고 하셨는데 일체의 자리에 대한 미련만 없으면 불이익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저희 교회를 섬기는 세분의 장로님들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항운동이라는 의미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저와 우리교회 장로님들 그리고 성도들은 금권과 학연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선거제도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선언입니다. 선거권 피선거권 다 내려놓는데 왜 부담금을 내야합니까? 그리고 이것은 타락한 선거제도 감독제도 총대제도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리고 감리교가 연급제로 젊은 사람들을 줄 세우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리에 대한 미련만 버리면 용기는 저절로 생깁니다.


2.결국 ‘감독’이라는 자리 다툼이 오늘 감리회 문제를 야기했다고 보시는 거군요. 그래서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사태‘라고 까지 이름 붙여졌지요. 이 사태 왜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 탐욕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감독회장으로 상징되는 교권이 있는 한 이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게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려 했던 것 아닙니까. 지난 6년 동안 감독회장에 나선 사람들은 예외 없이 다 망가졌습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감독회장문제에 가려져서 그렇지 연회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을 막고 물어보십시오. 감리회 감독이 영적인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이렇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 본지와 최형근 목사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