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뵙고 싶습니다.

아버님은 목회하면서 어느 누구와도 적을 만드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어려운 후배들에게는 발 벗고 도움을 주시려 하셨고, 감독이 되어 교단장이 되어서도 늘 겸손을 잃지 않으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입에서 당신을 감독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전화상에서도 “김지길입니다. 김지길목사입니다”라고 말하셨지 “김지길 감독입니다”라고 하시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겸손한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 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아버님의 평소 삶의 철학은 “상황판단은 정확히 하고 그 처리는 덕스럽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설교노트 첫 장에는 “설교준비는 목숨을 걸고 하고, 설교는 피를 토하는 것 같이 하라”는 문구를 적어 놓으셨습니다. 개 교회와 교단과 NCC회장도 하시며 그 바쁜 가운데도 새벽에 병원심방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제게 늘 말씀하시길 “목사는 심방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IMF로 나라가 경제적 위기에 빠졌을 때 금모으기 운동도 하셨고, 민주화를 위해 KBS시청료 거부운동, 지역감정해소를 위해 지역간 화합을 위해 일하시고 나아가 국민의식개혁 운동도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은퇴하실 때 오랫동안 한 교회를 섬기셨던 후배를 위해 2년 먼저 은퇴하시며 교회를 물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해에 미국에 있는 후배목사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아버님추모예배를 드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아버님의 삶이 후배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자라오면서 화려하거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이 없이 자라왔습니다. 제가 필요한 것은 언제나 아버님이 해주셨지요. 저희 가정은 아버님 은퇴 후에 자녀들의 온 가족과 함께 20여명이나 되는 대 가족을 이끌고 셋째 아들이 사는 호주와 장남이 사는 미국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가정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가정이었습니다. 뉴욕한국일보 편집장으로 있던 선배가 취재를 나와 신문에 가족사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 선배는 이런 가정은 흔하지 않다고 하면서 부러워했습니다. 아버님은 약속시간이면 언제나 한 시간 일찍 나가시고 어디를 가도 늦게 나가시는 것을 못봤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외식을 할 때에도, 이제는 자녀들도 대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 밥값을 내려고 하면 언제 내셨는지, 그 타임을 놓치기가 일쑤였습니다. 평소 아버님은 대접하는 것이 몸에 배어 계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목회초기에 어려운 개척교회를 섬길 때에도 아버님이 곁에 계셔서 저는 언제나 부요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제 인생에 있어, 또 목회에 있어서 저의 멘토였습니다. 목회의 첫 걸음마를 할 때 저는 언제나 아버님께 물어보면서 목회를 해왔습니다. 아버님은 저의 영적인 슈퍼맨이십니다. 아버님이 곁에 계실 때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존경할 수 있는 아버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 기도는 아버님의 믿음의 유산을 잘 이어가는 아들이 되는 것입니다. 아버님! 뵙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