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힐에서 본 일출>

다즐링(Darjeeling) 차의 원산지인 동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도시인 인도 다즐링.
마더 테레사가 리트릿 중에 회심을 하고 인도선교사로 평생을 헌신하기로 작정을 했던 이곳에서 지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인도선교 포럼과 함께 제3회 감리교인도선교사회(KMI : Korean Methodist Missionary of India) 정기총회가 열렸다.

뉴델리에서 세시간 비행기를 타고 실리구리 박도그라 공항에 내려 차로 3시간가량 험한 산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히말라야 고산도시인 다즐링에는 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 ‘바이두즈’(여성들이 남자형제들을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꽃을 걸어주는 날) 축제라 모든 가게와 식당이 문을 닫아서 진행팀은 허기진 참가자들의 배를 달래느라 동분서주 했다. 그러나 올라가는 산길에서 보이는 히말라야의 야생화들과 오래된 침엽수들, 축제 분위기에 한껏 젖어 있는 현지인들, 안개와 구름에 덮인 고산도시가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면서 육신의 허기는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영국이 식민지 시절 캘커타의 더위를 피해 총독부를 이곳으로 옮겼던 곳이라 그때 영국귀족들이 사용했던 건물들이 아직도 고풍스럽게 고산도시 안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고, 포럼이 열리기로 한 숙소 Elgin역시 그런 역사를 가진 헤리티지 호텔이었다. 모든 가구와 층계, 카페트, 가구, 욕조와 문의 손잡이 하나하나까지 사뭇 유럽식 우아함과 고풍이 그대로 느껴졌다.

<개회예배 말씀을 전하시는 윤석일 목사님>

 남부연회 인도선교회와 선교국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몇 달 전부터 준비모임을 갖고 대회 한달전에 ‘인도선교 가이드북’이라는 300여 페이지의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선교사대회가 단지 모였다가 흩어지는 친교적인 모임이 아니라 인도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앞으로 인도에 올 선교사 후보들과 보내는 선교사인 후원교회에게 상세하게 선교영역별로 도움이 되고 안내해 드리기 위한 목적의 포럼으로 준비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남부연회 인도선교회 회장님이신 윤석일 목사님의 말씀으로 포럼이 바로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선교사대회는 풍족한 환경에서 선교사들을 위로하고 휴식하는 시간으로 또한 한국에서 오신 강사님들의 강의와 부흥집회로 가득 채웠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선교사대회는 선교사들이 준비하여 발표하고 한국에서 오신 열세분의 손님들과 함께 동료선교사들의 발표를 들으며 후원교회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유래 없는 시간이 되었다.

포럼의 사회는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통찰력을 얻기 위해 인도선교회의 김태석 목사님이 진행을 하셨고, 한국의 목사님들은 논찬자로 참여하셨다. 

포럼 1부는 ‘한국 감리교의 인도선교와 그의 역사와 전망’이라는 주제와 ‘인도 선교의 초기정착과 일반정보’라는 주제로 박진균, 차명철, 임재모, 윤혜영 선교사가 발표하였고, 포럼 2부에서는 ‘교육과 선교’를 주제로 조동욱, 김대균, 오영희, 이용완, 조용식 선교사가 발표를 하였다. 포럼 3부는 ‘창의적인 선교대상과 방법’을 주제로 박낙수, 조남중, 정향범 선교사가, 포럼 4부에서는 ‘교회개척과 사역’, ‘사회복지와 선교’를 주제로 이경환, 오세혁, 임현필, 유영자 선교사가 발표를 하였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주제를 다루고 대부분의 선교사들의 발표와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유익했다. 또한 시간상의 제약으로 토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포럼 발표 중이신 실리구리 조동욱 목사님>

  포럼을 통해서 그동안 선교대상에서 등한시 되었던 한인디아스포라 선교의 중요성과 그와 더불어 선교사 자녀사역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을 공감했고, 인도에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한 선교의 중요성, 신학교 사역을 통해 인도사회에 핵심적인 제자를 양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 사회복지 선교는 열악한 인도에서 빼놓을수 없는 선교의 영역이고 방법 또한 고아원, 직업훈련원, 나환자 사역, 걸인 및 노숙자 구제사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났다. 교회개척에 있어서는 인도의 토지분할과 마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주권에 대한 선이해를 통해 교회가 세워지지 않은 지역에 더 많은 교회개척과 건축이 일어나야 할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날 새벽에는 다질링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타이거 힐에서 해 뜨는 것을 보려고 새벽3시에 호텔을 나섰다. 30분쯤 어둠을 뚫고 지프차는 히말라야 산길을 계속 오르기만 하더니 우리를 타이거 힐에 떨어 뜨려놓았다. 네시도 되지 않아 해가 뜨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은하수의 별들이 우수수 쏟아 질 것 같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별들이 점점 더 밝게 보이고 마치 우주선을 타고 잠시 지구를 떠나온 것 같았다.

  해 뜨는 것을 가장 먼저 보기 위해 전망대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 약 한시간 오들오들 떨며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보인다’하는 소리에 눈을 들어보니 히말라야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칸첸중가의 봉우리가 끝에서부터 용광로처럼 붉은 빛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눈덮힌 산이 타들어 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칸첸중가의 위엄이 거의 다 드러날 무렵 그 왼쪽 옆으로 두 번째로 높은 에베레스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추위와 졸음도 모두 잊고 찰칵찰칵 인증사진의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밤을 꼬박 새고도 이날 포럼 2, 3, 4부가 하루종일 진행되었는데 신기하게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다즐링의 차밭>

   발표된 포럼은 모두 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으로 선교후보자들에게 발제물과 함께 공유하기로 하였다. 또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의 발표는 따로 준비해서 ‘인도선교 가이드북’에 있는 모든 자료를 영상화 하여 자료로 공유하기로 하였다. 

   발표자들 가운데는 2년차 된 분들부터 20년차 된 분들까지 초임을 제외한 모든 선교사들이 참여하였는데 그 이유는 모든 선교사에게 선교에 대한 안목이 있고 특히 초기 정착과 같은 부분은 오히려 온지 얼마 안 되는 선교사들이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고, 인도선교회 목사님들의 논찬과 피드백으로 포럼이 다각도로 이루어 질수 있었다.

<신임원 좌측부터 : 총무 조남중 목사, 회장 이경환 목사, 부회장 유영자 목사>

   마지막 날 총회는 2대 회장인 박진균 목사의 진행으로 열렸다. 초임선교사 오리엔테이션과 권역별 대표자 회의를 통한 회원들의 유대감과 정보공유를 강화하고, 인턴쉽 제도에 대한 오해와 한계를 극복하는 시행세칙을 만들어 초임선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길라잡이가 될수 있도록 체계를 잡기로 하였다. 회칙개정에 이어 신임선출에는 푸네의 이경환 선교사가 3대 회장으로, 부회장으로 뉴델리 유영자 선교사가 선출되었으며 총무에는 신임회장의 자벽으로 뭄바이 조남중 목사가 맡게 되었다. 마지막 닫는 예배로 윤석일 목사님의 말씀 및 선교사들에게 대한 당부의 말씀으로 선교사대회가 모두 마쳤다.

   대회를 마치고 시간을 내서 다즐링 번화가에 있는 차 전문점으로 향했다. 차의 본고장이여서 그런지 차의 종류가 정말 많았다. 흑차, 홍차, 녹차, 백차... 이 네가지 차 안에도 수십가지 종류의 차들이 있었다. 차 전문점에 가면 구입을 조건으로 이모든 차를 시음해 볼수 있다. 가장 가격이 비싼 차는 아무래도 백차(White Tea)였고 홍차 또한 품질에 따라 백차보다 고가품 이었다. 흑차는 우려내면 이름대로 검정색에 가까운 차여서 우유를 넣어야 했고, 홍차는 붉은 사과쥬스 같은 색을 띄었는데 레몬과 어울릴 것 같았고, 녹차는 그보다 약한 와인색, 백차는 색이 전혀 나지 않고 맛 또한 은은했다. 다량재배가 안되고 야생에서만 자란다는 백차는 그 희소성 때문인지 모든 차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밭위를 운행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즐거워하는 회원님들>

   다음날 돌아가는 길은 대부분 선교사들이 하루 이틀 실리구리에서 묵었는데 그곳에 계신 감리교선교사님들이 조동욱 목사님댁에 모여서 회원들이 돌아가는 날까지 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대접해 주셨다. 실리구리에서 만 먹을수 있는 총각김치와 떡, 홍사과, 쇠갈비와 오장향육은 그야말로 인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음식과 맞을 느끼게 해주었다. 총회기간 부족했던 교제를 마음껏 나눌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떠나는 모든 분들 손에 한가방씩 총각김치와 청국장 가루를 안겨주신 김은영 사모님에게서 친정어머니와 같은 따듯함을 느낄수 있었다. 총회는 2박3일이었지만 거리상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5박 6일의 길고 긴 일정이었다. 공항 픽업, 드럽과 다즐링에 오르는 길까지 차량봉사로 수고해 주신 차명철 목사님과 실리구리 선교사님들의 헌신이 모든 선교사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이번 포럼과 총회는 인도선교회의 후원으로 풍족하였지만 위치가 인도 북동쪽 끝자락이라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여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인도 평지의 오염된 공기 속에 살다가 청정한 히말라야 산에서 심신을 편하게 쉬고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히말라야 눈덮힌 산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회원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세분의 귀한 MK 봉사자들이 푸네 한인교회에서 오셔서 모든 회원들이 집중하여 포럼과 총회에 참여할수 있었다. 

  앞으로 인도 선교사회는 36가정의 회원들에게 선교지 정착 및 선교사간의 갈등, 그리고 선교사간의 협력과 동역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문의할 수 있는 창구를 더 많이 마련하고 열어주어야 하겠다. 특히 이제 막 인도로 몰려오고 있는 신임 선교사들과 선교사 후보생들에게 길안내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조적인 체계는 물론 정보력 또한 갖추어야 하겠다. 

  뱅골만에서 떠올라 히말라야 산을 붉게 물들이던 그 뜨거운 태양처럼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비추고 물들일 수 있는 감리교선교사회(KMI)가 되기를 소망한다.

<타이거 힐에서 뱅골만의 해를 맞으며 단체사진>

2013년 11월 15일

사진 : 조용식
글 : 뉴델리 유영자

<구임원 인사 : 임현필 총무, 박진균 회장, 유영자 부회장>

<다즐링 타이거 힐에서 본 히말라야 칸첸중가 봉우리>

<대자연과 하나가 되어>

<1843년에 지어진 세인트 엔드류교회>

<타이거 힐에서 본 Ihotse, Everest, Makalu>

<올해 회갑을 맞으신 최연장자 박낙수 목사님>

<조용식, 조미희 목사님 그리고 은별이>

<다즐링에 가장 많이 와보신 조동욱 목사님과 김은영 사모님>

<웅장한 칸첸중가와 산위의 마을>

<포럼 발표중인 임현필 선교사>

<포럼 발표중인 오세혁 선교사>

<하이드라바드의 정향범 선교사>

<뱅갈로르의 오영희 페르난데스 선교사 부부>

<막강동안 부부 실리구리 조선미, 차명철 선교사>

<프리마돈나 뱅갈로르 장월방 선교사>

<신임회장 이경환 선교사>

<히말라야 산에서 배우다>

<포럼 발표하는 뉴델리 유영자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