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개정위원회는 제30회 총회 임시입법의회를 앞두고 감독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교회를 담임해야 하며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공고했다. 장정개정위원회는 전임 감독회장제를 교회를 담임하는 겸임 감독회장제로 변경해야 하는 이유를 영성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공고된 헌법 개정안은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가?

첫째 감리회 본부 행정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업무쯤으로 아는 개정안
감독회장은 6000교회와 160만 명의 신자를 거느린 감리회라는 거대한 함선의 함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함장은 항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오직 함선의 운항에만 집중해 함선이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회장은 다른 일 하다가 시간이 나면 쉬엄쉬엄 해도 되는 그런 직책이 아니다.

그런데 헌법 개정안은 감리회라는 거대 함선의 함장에게 함선을 뒤따르는 수천 개의 작은 돛단배 중 하나의 선장을 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체교회 담임역시 마찬가지다. 감리회는 목사의 겸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목사는 목회나 파송기관의 업무를 전임으로 사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개정안은 감리회본부 행정 혹은 담임목회를 다른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할 수도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거나, 감리회본부 행정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창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감리회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게 할 개정안
작은 친목회도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큰 조직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감리회는 어떤 조직인가? 감리회는 160만 신자와 6000교회가 속해있는 거대 조직이다. 그리고 감리회본부는 조직의 심장이랄 수 있다. 때문에 감리회 본부는 언제나 힘차게 살아 숨 쉬고, 감리회의 동맥이랄 수 있는 연회와 지방회 또 감리회의 실핏줄이랄 수 있는 개체교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조직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감독회장이다. 만약 감독회장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로 하여금 반드시 그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거대 조직을 책임질 사람을 모두 없애버렸다. 개정안대로라면 앞으로 감리회에는 본부행정을 총괄할 사람은 없다.

개정안은 이전의 겸임 감독회장제나 타 교단의 총회장을 염두에 두고 안을 마련한 모양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했다. 이전의 겸임 감독회장제는 감리회 본부의 국과 원을 총무와 원장이 책임지는 구조 아래서 운영돼 왔다. 타 교단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경우 총회장은 임기가 1년인 명예직이고 그 직무는 “총회장은 본회를 대표하며, 헌법 정치 제12장 제87조에 규정된 총회의 직무를 통할한다.”는 것 하나다. 또 이 규정에서 말하는 제87조 총회의 직무는 총회장 개인이 수행해야 할 직무가 아니라 매년 모이는 총회의 직무일 뿐이다. 또 교단이 설립한 모든 법인의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할 뿐 총회장이 맡는 일은 없다. 오히려 총회장은 교단 내 다른 위원회의 위원도 겸하지 못한다.

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임기 4년의 교단 총무가 교단의 행정과 사업, 정책을 총괄한다. 또 교단 총무가 산하 법인의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총회장제를 운영하는 교단의 경우 총무가 상근하며 교단 행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총회장은 교회를 담임하는 명예직으로 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리회가 겸임 감독회장제를 도입하려면 감독회장을 명예직으로 전환하고 교단의 행정을 총괄할 교단 총무제도 도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그것이 없다. 이 개정안이 감리회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함선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감리회의 미래에 대한 조금의 염려라도 있다면 이번 헌법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셋째 어느 교단에서도 없는 기형적인 제도를 담은 개정안
감독회장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감리회의 행정수반으로서 본부 행정과 사업을 총괄하는 것이다. 때문에 감독회장이 그 직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장정은 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감독회장에게 교회 담임을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감독회장은 감독회장의 직무에 충실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규정은 어느 교단에도 기형적인 규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장 자격을 “각 노회에서 교회, 노회, 총회, 기관에 10년 이상 근속하고, 임직 20년 이상을 봉사한 총대”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다. 감독회장의 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개인의 영성이 목회를 통해서만 유지된다는 것은 허황된 말장난에 불과하다.

또 개정안대로라면 담임목사가 아니면 감독회장에 출마할 자격은 물론 감독회장 재임 중 담임을 사임할 경우 감독회장직도 자동 상실된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가 감독회장을 쫓아낼 생각이라면 교회재판이나 사회재판에 갈 것 없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서 쫓아내면 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기이한 이 조항은 교권과 담임목사직을 모두 차지하고 싶은 이들의 개인적인 욕심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정안은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

* 흘러간 물을 다시 되돌리자는 것인가?
감리회는 1930년 창립 이후 47년 동안은 1인 전임 감독제를, 1978년부터 26년 동안은 겸임 감독회장제를, 2004년부터 현재까지는 전임 감독회장제를 운영해 왔다. 감리회의 감독제도가 이런 변화과정을 거쳐 온 데는 이유가 있다.

1930년부터 47년 동안 운영돼 온 전임 감독제는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 온 것이고, 1977년에 도입된 복수 감독제는 , 호헌파, 정동파 등 감리회 내 정치 파벌들 간 야합의 산물이었다. 그동안 감리회내 정치 파벌들은 111회를 투표한 후에야 간신히 감독을 선출하는가 하면 25번을 투표 한 후 반대 세력이 총회장을 박차고 나간 후에야 감독을 선출하는 등 교권을 두고 각축을 벌여왔다. 복수 감독제는 전임 감독제 아래서 정치 파벌들 사이에 교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과 분열이 계속되자 파벌들 간의 권력 분점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된 교회를 통합할 목적으로 탄생한 정치 파벌 간 타협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복수 감독제는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생명이 길 수 없었다. 때문에 이내 연회감독 중에서 별도로 감독회장을 선출하는 제도로 변경되었고, 이 역시 한 사람이 교회 담임과 연회 및 감리회 본부 행정을 총괄하게 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 판명되자 전임 감독회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결국 2002년 전임 감독회장제로 변경된 것이다. 

감리회가 겸임 감독회장제를 전임 감독회장제로 변경한 이유 

첫째 감리회 분열의 주요 원인인 정치 파벌의 쇠퇴에 기인한다. 감리회 창립 이후 연회와 총회는 정치 파벌들의 각축장이었다. 당시 파벌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총회대표가 소수였던 점과 총회대표를 연회에서 선출하고 연회 역시 파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8년 총회대표 선출 방식이 정회원 허입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총회대표가 되는 방식으로 변경되고, 또 총회대표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파벌의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하고 2000년 초반부터 파벌들은 연회에서조차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듯 감리회의 환경이 변하여 파벌에 의한 폐해를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된 복수 감독제 나 겸임 감독회장제는 그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둘째 겸임 감독회장제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개인이 여러 일을 할 경우 어느 일에도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감독회장과 연회감독, 교회담임자를 겸하는 겸임 감독회장제는 조직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어느 한 직책에도 충실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더구나 목사는 조직이나 행정의 전문가도 아니고, 이에 대해 특별히 훈련된 사람도 아니다. 때문에 겸임 감독회장제는 감독회장으로 하여금 어느 것에도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제도였다.

겸임 감독회장제 아래서 감독회장은 행정을 장악하지 못한 채 늘 총무들에 휘둘리기 일쑤였다. 한 일에만 집중하고, 매일 상근하며 자신의 부서를 관장하는 임기 4년인 총무와 원장을 일주일에 몇 차례 그것도 몇 시간 업무를 보는 감독회장이 지휘 감독한다는 것은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회장들은 그 원인을 제도가 가진 한계로 인식하지 않고 권한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고 입법의회 때마다 감독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이런 접근 방식이 가톨릭교회의 교황보다도 더 강력한 절대 권력을 감독회장에게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장정개정위원회, 과연 필요한가?
장정개정위원회는 감리회에서 장정 개정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위원회는 그 책임의 막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또 자신들의 권한이 감리회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인 만큼 감리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또 그 의견을 장정개정에 반영했어야 한다. 하지만 장정개정위원회는 위임받은 권한을 자신들의 것인 양 독단적으로 행사해 왔다. 현 장정개정위원회는 더욱 그랬다. 장정개정위원회는 방대한 내용의 장정 개정안을 만들면서도 설명회와 같은 공청회를 단 한 번 열었을 뿐이며 공청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무시한 채 장정개정안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주물렀다.

뿐만이 아니라 장정개정위원회는 정작 주요한 일을 하지 않았다. 현 장정은 조항 사이의 충돌로 인하여 법률로서의 기능이 정지된 내용들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런 것은 방치했다. 대표적인 예로 감리회 장정은 입법의회에서 산하 법인의 정관을 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재단과 장학재단 정관은 정관 개정을 이사회의 의결과 주무관청의 승인으로 하게 되어 있다. 사회복지재단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사회에서 정관개정안을 의결하여 장정개정위원회에 뵀지만 오히려 장정개정위원회는 이를 무시했다.   또 장정 개정안은 각 법인의 이사장을 감독회의에서 호선하도록 변경했지만 장정개정위원회는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호선하도록 한 장학재단 정관 개정안은 제출하지 않았다.  

민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은 정관에 의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법인 이사회가 장정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 감리회는 이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태화복지재단이나, 이회여자대학교, 서울예고, 예원학교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감리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기관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정개정위원회는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것은 장정개정위원회가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관철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감리회의 법을 바로 세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때문에 감리회 개혁을 위해 시급한 것은 장정개정위원회가 장정개정의 전권을 쥐고 흔드는 것을 바로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