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비어공동체-가난한 이웃의 삶에 녹아있는 거룩한 성체


“모든 교회에서 교인들이 교회생활을 통하여 기초적인 훈련을 날마다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응답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이비어교회의 설립자인 고든 코스비의 이 말을 한국교회가 목회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값비싼 은혜의 공동체

본훼퍼는 「나를 따르라」에서 <값싼 은혜>와 <값비싼 은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아담스 모르간의 빈민지역 콜롬비아 거리에서 있는 노숙인 의료사역을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집> 앞에는 늘 노숙인들이 붐볐다. / 사진 / 남재영 목사

값싼 은혜는 교회의 철천지원수입니다. 오늘 날 우리의 투쟁은 값비싼 은총을 얻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값싼 은혜란 싸구려 상품이요 떨이로 팔아버린 사죄요 떨이로 팔아버린 위로요 떨이로 팔아버린 성례전입니다. 값싼 은혜란 교회의 창고에 무진장 쌓여있어서 언제나 손쉽게 무제한으로 제공될 수 있는 은혜입니다. 한마디로 그런 은혜는 아무런 대가나 노력 없이 얻는 은혜를 말합니다. 이미 계산이 끝났기 때문에 영수증만 제시하면 모든 것을 언제든지 공짜로 가져올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이 은혜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제공된 대가가 무한하기 때문에 사용과 낭비의 가능성도 무한히 큰 그런 은혜입니다.…값싼 은혜란 참회가 없는 사죄요, 교회의 치리가 없는 세례요, 죄의 고백이 없는 성만찬이요, 개인적인 참회가 없는 사죄를 말합니다. 또 값싼 은혜란 뒤따름이 없는 은혜요, 인간이 되시고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은혜입니다.

값비싼 은혜란 밭에 숨겨져 있는 보물과 같습니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서 기쁨으로 이를 삽니다. 또 값비싼 은혜란 값비싼 보석과 같습니다. 이를 본 상인은 모든 물건을 주고 이를 얻습니다. 값비싼 은혜란 그리스도의 통치입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죄를 짓게 하는 눈을 뽑아버립니다. 값비싼 은혜란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입니다. 이를 위해 제자들은 그물을 버리고 그분을 따릅니다(막1:16-20). 값비싼 은혜란 언제나 다시 추구해야할 복음이요, 언제나 다시 간구해야할 할 은사요, 언제나 두드려야할 문입니다…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따르기를 촉구하기 때문이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를 촉구하기 때문입니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인간의 생명을 댓가로 치르기 때문이요, 인간에게 생명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본 훼퍼의 「나를 따르라」는 책에는 값비싼 은혜에 관한 정의가 있다. 값싼 은혜가 판을 치는 오늘 신앙의 현실에서 본 훼퍼가 말한 가장 값비싼 은혜, 값비싼 신앙, 값비싼 영성의 모범이 세이비어교회이다. <값비싼 은혜>라는 신학적인 개념은 세이비어교회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세이비어는 <값비싼 은혜의 공동체>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내가 목회를 하는 빈들공동체에서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응답>하도록 하는데 지금까지는 실패한 목회를 하고 있다. 교인들이 싸구려 값싼 은혜를 붙잡고 살아가도록 만들고 있다는 반성을 세이비어를 통해서 하게 된다. 그런데 세이비어 교회의 소그룹 사역공동체와 사역자들은 본 훼퍼의 값비싼 은혜를 그들의 삶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 노숙인들을 위해 사역하는 그리스도의집 전면에는 이 사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 사진 남재영 목사

 
교회는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희생과 헌신이 없이는 소비문화에 중독된 우리가 거듭날 수 없다.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말씀은 십자가를 억지로 지우는 말씀이 아니다. 기꺼이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값비싼 은총의 사람이다.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세이비어교회는 고도의 영적훈련을 통해서 자신을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값비싼 은총의 사람들로 세워간 이 사람들이 성령의 손에 사로잡히게 되고-그 사람들을 통해서 성령은 세상을 구원의 길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래서 “모든 교회에서 교인들이 교회생활을 통하여 기초적인 훈련을 날마다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응답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세이비어교회의 설립자인 고든 코스비의 이 말을 나는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세이비어⦁빈들 그리고 노숙인 사역

협성대학교 교목실장인 유성준 목사가 쓴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공동체-세이비어교회>를 처음 읽었을 때 그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책이 내게 심어준 세이미어교회에 대한 인상은 <진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 책을 읽은 다음에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 빈들공동체의 목회는 많이 달라졌다. 우리 교회 교우들 모두 세이비어 세미나를 가지기도 하고, 유성준 목사를 직접 초청하여 2박3일간 세이비어 교회를 주제로 영성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또 지금도-올해 새롭게 입교하는 7명의 입교예비자들에게도 입교를 위한 교육과정에 세이비어교회가 필독서이다. 이렇게 빈들공동체를 섬기는 내 목회의 초점과 지향이 한권의 책 <세이비어교회>가 완전히 바뀌어 놓았다. 그 책을 읽고 난 다음 나는 기회가 되면 꼭 세이비어를 직접 찾아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미쉬공동체를 방문하는 기회에, 내친 김에 세이비어까지 둘러서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짜게 되었다. 세이비어공동체에 대한 느낀 남다른 감동은 오늘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 빈들공동체의 현실 때문이다. 노숙인들과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사역은 세이비어교회가 세이비어교회 되게 하는 현실적인 여건이기도 했다. 우리 빈들공동체도 주일예배시간에 벧엘의집 노숙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오랜 세월 빈들공동체는 벧엘의집 노숙인들과 함께 <거룩한 동행>을 함께 해오고 있다. 빈들공동체가 벧엘의집 노숙인 형제들과 함께 하게 된 까닭은 설명이 필요하다. 98년 IMF사태로 단군 이래 최초의 국가 부도를 겪는다. 우리나라가 당시에 겪은 IMF사태에 대해서 <위키백과사전>에서는 핵심을 잘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은 이렇다.

대한민국의 IMF 구제금융 요청은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이 외환위기(국가부도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에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건이다. IMF 경제 위기, IMF 외환 위기, IMF 환란, IMF 관리체제, IMF 시대, IMF 사태 등으로 불린다.…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김영삼은 11월 10일 홍재형 부총리와의 통화 이전까지 외환위기의 심각성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큰 위기를 겪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통화기금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수행해야 했으며 이 시기에 신자유주의 논리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의 부도 및 경영 위기를 초래하였고, 대량 해고와 경기 악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 그리스도의집-Christ House의 전경 사진(왼쪽)과 입구

▲ 노숙인 사역센터인 그리스도의 집에서는 불과 50거리에 있는 앤드류하우스는 세이비어의 게스트하우스이다. 세이비어교회 방문기간 동안에 내가 머물렀던 숙소이다. / 사진 남재영 목사

2년 동안 한 푼도 사례비나 급여가 없는 상태에서 가끔씩 선배들이 가져다주는 성미로 근근히 연명을 하며 지내야 했다. 당시 생활고와 관련된 우리 가족의 아픔은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주택이 금산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봄/여름/가을까지는 지천에 널린 나물들이 있어 견딜만했고, 천만 다행히도 가족들 모두가 건강해서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그 때 나는 그 어려움을 이기는 길은 날마다 감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날마다 감사의 제목들을 헤아리는 놀이를 했고, 그렇게 해서 얻은 하루의 감사꺼리들을 붙잡고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46일의 노숙 그리고 벧엘의집 설립

그렇게 지내던 그 때, TV를 통해서 서울역 지하도에는 노숙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느 날이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며 기업체를 운영하던 어느 중소기업사장은 노모와 처자식을 태운 승용차를 벼랑 아래 강물로 몰아서 가족이 집단자살을 했다 하는 우울하고 슬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 날 그 TV뉴스를 시청하면서 불현듯 내 속에서-‘목사 실업자는 없는 줄 알았던 내가 실직자가 되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믿었던 내 믿음으로 나를 실직자로 만드신 하나님의 섭리가 뭘까’하는 질문이 생겼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에 하나님께서 나를 쓰시기로 원하신다는 확신이 생겼다.

노숙자들을 위한 선교를 하려면 먼저 노숙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지극히 단순한 원리 때문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전역으로 노숙을 하러 나갔다. 그때가 1998년 10월이었다. 정확하게 46일을 대전역에서 노숙을 했다. 때는 이맘때쯤이라고 생각된다. 노숙인들 사이에 섞여서,-어떤 날은 오래 동안 세탁과 목욕을 하지 않아 악취 때문에 밤새 몸을 뒤척이기도 했다. 이렇게 노숙을 하고 며칠 만에 한 번씩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숙자’랑 바람나서 집에도 안 들어온다고-농담을 하면서 갈아입을 새 옷을 내어주었다.

▲ 페스티발센터에 걸려 있는 세이비어 사역을 상징하는 그림 / 사진 남재영 목사

노숙을 끝내고, 나는 대전역에서 내가 했던 노숙을 토대로 대전역 노숙인 사역에 대한 <벧엘의집 설립 계획서>를 작성했다. 그 계획서를 당시 빈들공동체 담임목사였던 정지강목사(현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에게 드렸다. 그 계획서를 받아든 정목사는 새롭게 선임된 남부연회 이유식 감독과 대전시장을 찾아가 건넨다. 이렇게 해서 남부연회에서 3천만원을, 대전시장이 3천만원을 지원하여 남부연회사회선교센터로 벧엘의집을 설립하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99년 한해 동안 벧엘의집을 설립하고 노숙인 사역을 막 시작하려고 하던 그 때, 나는 감리교 본부 기독교타임즈에 부름을 받고 2000년 1월부로 편집부장으로 가게 된다. 그동안 내가 준비하던 벧엘의집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가야했다. 그래서 주변의 동료 목회자들에게 벧엘의집 사역을 맡아 줄 것을 찾아다니면서 부탁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본인이 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가까운 대전에서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울산에서 목회를 하던 원용철 목사에게 벧엘의집 이야기를 했을 때 흔쾌하게 그 사역을 하겠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원목사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내가 살던 금산 옆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사 온 그 다음 날 나는 원목사에게 대전역으로 노숙을 하러 갈 것을 권했다. 원목사도 한동안 노숙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설립된 벧엘의집은 노숙인들의 보금자리였다. 처음엔 단순히 노숙인 쉼터로 시작했다. 원목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벧엘의집이 무료진료소와 쪽방상담소 그리고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벧엘의집은 노숙인사업과 쪽방의 빈민들을 위한 사역기관으로, 세이비어공동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가난한 이웃들을 위하여 사역을 하고 있다. 벧엘의집이 설립된 다음 쉼터의 노숙인들은 처음부터 빈들공동체에서 함께 예배를 드려왔다. 그 세월이 벌써 15년이 되었다.

▲ 마약자유구역(?)-이 거리에서는 마약을 절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어가 짧은 나는 처음에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인가하고 의아했다. / 사진 남재영 목사

장황해진 벧엘의집 이야기를 통해서-왜 내가 처음 유성준 목사의 <세이비어교회>를 읽고 감격했으며, 왜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 빈들공동체에서 벧엘의집 사역을 하는 목사들과 교회공동체 임원들에게 <세이비어교회>에 관한 세미나를 필수과정으로 거치게 했으며, 또 유성준목사를 직접 초청하여 세이비어교회를 주제로 영성부흥회를 개최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빈들공동체는 벧엘의집과 관련한 노숙인과 빈민사역을 <세이비어사역>으로 부르고 있다.

주류 교회가 망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망하셔야할 판

나는 사회복지가 우리 사회의 빈곤층을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을 만들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하여 절실하게 필요함을 잘 알고 있다. 사회복지는 국가의 정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장로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부자 감세로 매년 20조원에 달하는 혜택을 부자들에게 베풀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명박장로가 군사작전을 하듯이 4대강에 들이부은 사업비가 20조가 넘는다. 제대로 된 정부였다면 이 돈들은 어려운 국민들의 복지로 돌려졌어야할 재원이었다. 최근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대통령선거에서 약속한 공약들이 공약(空約)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국민들을 기망하는 이런 행태에 대해서 적어도 교회는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해서-국민과의 약속은 똑바로 지키고 제대로 이행하라고 국가 지도자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늘 교회는 스스로 그럴 깜냥이 못 된다는 사실 조차도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 토기장이집과 콜롬비아로드 진료소는 붙어있다. 왼쪽에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토기장이집이고 오른쪽 건물이 콜롬비아로드 진료소이다. 토기장이집과 콜롬비아로드 진료소는 가장 오래된 세이비어 사역기관에 속한다. / 사진 남재영 목사

이 글을 쓰는 중에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나들목교회에서 제1회 박정희추모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그 예배의 강대상에서 어떤 목사는 <한국은 독재를 좀 해야 한다>고 했다지. 이런 교회, 이런 목사는 한국사회의 해악이다. 목사들의 이런 의식수준과 역사적인 안목으로는 오늘 내리막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멈출 수 없다. 추도예배를 연 자들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자들이었다면-독재를 하다 비명횡사한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그 독재자의 딸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고-왜 그런 말은 한마디도 못했을까. 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라 했거늘-신비다. 정말 내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다.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부자감세조치를 철회해서라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도리이다. 정부는 이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장로 대통령시절에도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가난한 국민들을 위한 복지 예산은 동결 내지는 삭감했다. 그리고 지금 대통령이 된 독재자의 딸도 그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 독재자의 딸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가난한 국민들의 아픔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1년이 안되어 그의 수첩에는 가난하고 버림받고 소외된 국민들을 다 지워버렸다. 이 독재자의 딸에게 똑바로 하라고 눈에 불을 켜야 할 교회 지도자들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독재를 해야 한다고 대놓고 떠드는 한국교회가 망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망하시게 될 판이 오늘 교회의 절통한 현실이다.

가난한 이웃들의 문제도 영성의 문제이다

국가차원에서 충분하게 사회복지가 실현된다고 해도 우리사회의 현실에서는, 사회복지를 통해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난한 이웃들이 주저 앉아있는 절망의 자리에서 그들을 희망으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사회복지는 우선 일용할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그 필요를 채워 주는 것이다. 최소한의 필요를 위한 사회복지로는 결코 절망에서 희망으로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더하여 절망의 자리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이웃들을 희망으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사회복지로는 결코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좌절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려운 절망의 현실을 이기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교우들과 함께 대전역 급식을 할 때면-빈곤의 문제로만 다 설명할 수 없는 가난한 이웃들의 안타까운 문제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어쩌다 기름진 반찬을 배식하게 될 때 그것을 더 요구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배식을 하는 입장에서 일차로 긴 줄을 서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배식을 하고 난 다음 남으면 더 주겠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너도나도 더 주다보면 결국 못 먹는 사람이 생기게 되고-그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배식을 하는 사람은 형평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달라는 사람들 가운데 종종 이런 걸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하여-배식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식판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배식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이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는 모습들도 목격하게 된다.

▲ 노인들을 위한 주거사역기관인 <사라의 사이클>도 콜롬비아 거리와 인접해 있다. 사진 / 남재영 목사

나는 이 행태를 내 나름대로 <얻어먹는 권력자>라고 말한다. 이 <얻어먹는 권력자들>은 물론 어쩌다 만나게 되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얻어먹는 권력자>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구걸의 관성>이다. 사회복지가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다는 명분에 빠져서 가난한 이웃들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구걸의 관성>을 고착화시키고 체질이 되도록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복지는 이 문제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가난에 노출된 이웃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체질화된 이 구걸의 관성은 가난이 가져다준 또 다른 악마이고 병적인 현상이다. 사회복지가 결코 이 문제를 치유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과 관련된 문제이다. 가진 자들만이 이기심이라는 악마에 포섭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이들도 생존에 대한 절절한 이유로 쉽게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다고 내가 가난한 이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고, 그들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문제를 외면한 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만 나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모든 습관과 사고와 행태들이 다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서 보고있을 뿐이다. 가난하다고 병을 병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말로, 가난한 이웃들의 인간다움 삶을 방치하고 그들이 가진 인간의 존엄성=하나님의 형상을 스스로 보지 못하도록 기만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한 이웃들의 이 문제를 영성의 문제로 볼 때 제대로 사람이 변화되는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을 가장 제대로 정확하게 본 사람이 세이비어공동체를 설립한 <고든 코스비> 목사였다.

변화시키는 일은 주님을 닮아가는 일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고든 코스비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빵의 소중함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난의 사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악마의 실체를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런 한편 가난한 이웃들이 가난으로 인해서 굴절되고 왜곡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문제도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난으로 생긴 <구걸의 관성>을 지속시키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의 문제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었다. 세이비어교회가 관상기도공동체였다는 사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그들의 사역에서 영성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이다. 세이비어교회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사역하는 사역자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영성의 문제를 강조한다. 왜 그랬을까? 영적으로 피폐해지고 병든 이웃들을 위하여 일하는 사역자들의 건강하고 풍부한 영성이야말로 가난한 이웃들을 치유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세이비어공동체는 세상의 지식과 경험과 과학적 사유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단순한 믿음과 헌신을 더 가치 있게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세이비어가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회과학적인 사유를 부정했던 것은 아니다. 고든 코스비는 다만 이것들을 부차적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사역과 영성의 조화를 끊임없이 강조한 고든 코스비는 진정으로 이웃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사회과학적인 사유나 인문학적인 소양보다는 사역자들의 영성을 더 중요하게 보았다. 그래서 고든 코스비는 고도의 영적훈련을 받은 사역자들이 그리스도 앞에서 자신을 전면적으로 헌신하는 사역소그룹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코스비에게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주님을 닮아가는 일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 토기장이집은 지역주민을 위한 북카폐이다. 점심 때는 식사도 판매를 한다. 내가 방문을 했을 때 토기장이집은 문이 잠겨있었다. 나중에 정삼희목사를 통해서 알아본 결과 영상 시설과 공연 등을 포함한 공간을 새로 만들어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 휴업중이라고 했다. / 사진 남재영 목사

 
그래서 세이비어의 모든 사역은 관상기도를 통한 <안으로의 여정(The Inward Journey)>과 사역실천을 통한 <밖으로의 여정((The Outward Journey)>이 철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세이비어교회공동체가 지향하는 이 두 가지 핵심가치 가운데 더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은 <안으로의 여정> 즉 영적인 여정이다. <안으로의 여정>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사역을 중단하고 기도만 하면서 하나님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 페스티발센터의 기도실은 정오기도회가 매일 열린다. 누구든지 정오기도회에는 참석할 수 있다. / 사진 남재영 목사

이렇게 세이비어교회공동체가 영성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역자들은 단순히 그들을 돕는 사람이기보다는 그들을 치유하는 치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빵을 주는 사회복지 문제를 간과하지 않은 체, 그들의 영적인 변화에 더 큰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빈들공동체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며 거룩한 동행을 같이하고 있는 벧엘의집 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복음의 능력으로 변화되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빈들공동체의 세이비어사역에서 신앙과 영성이 핵심문제이기도 하다.

세이비어교회는 없다-그러나 실재하고 있다.

위싱턴에서 첫날 세이비어교회를 둘러보는 데는 정삼희 목사의 도움이 컷다. 둘러보기 전, 내가 묵고 있던 세이비어공동체의 게스트하우스인 앤드류하우스에서 정 목사는 세이비어교회에 대한 내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줬다. 정 목사의 첫 말은-한국의 목사들이 세이비어에 대한 오해는 세이비어를 한국교회식으로 이해하려는 데서 생긴다고 했다. 교회가 중앙에 센터로 자리 잡고 있고, 그 다음에 사역현장을 관리하고, 지원하고, 통제하는 한국교회의 방식으로 이해를 하면 셀은 교회가 성장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눈으로 세이비어공동체를 찾아와 보면 거기 <세이비어교회는 없다.> 그러나 워싱턴의 북쪽 아담스 모르간의 빈민지역주민들의 삶의 자리에는 대형교회 마인드로 무장된 주류 한국교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이비어공동체는 여전히 실재하고 있다. 그 곳에서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세이비어의 사역기관들은 모두 다 실재하고 있는 세이비어교회이다. 나는 정목사의 이 세이비어교회에 대한 설명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목사의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이비교회는 철저하게 셀(Sell)교회이다. 그러나 주류 한국교회가 생각하는 셀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세이비어의 모든 사역기관은 그 자제가 철저하게 독립적인-사역공동체이자 셀(Sell)이고 교회이다.

고든 코스비 목사가 소천하고 난 다음-세이비어교회는 정신적인 지주가 사라진 이후에 혼란을 겪다 안으로부터 무너지는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든 코스비 목사는 말년에 철저하게 자신이 떠나고 없는 세이비어공동체를 위한 준비를 했다. 이미 고든 코스비가 생존해 있던 당시부터 세이비어교회의 소그룹 사역공동체는 각각의 독립성을 가진 교회 내의 교회로 독립성을 유지하게 했다. 그 결과 세이비어공동체라 부르는 여러 사역공동체는 요즘 한국교회에서 유행하는 셀이면서도, 모(母) 교회에 종속된 사역팀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교회이고 독립적인 사역공동체이다. 교회에 종속된 사역팀이 아닌-교회에서 양육되어 세상에 완전하게 녹아있는 교회가 세이비어공동체의 셀교회이다.

▲ 세이비어공동체의 인큐베이트라고 할 수 있는 페스티발센터 / 사진 남재영 목사

그래서 한국교회와 같은 발상으로 모든 사역기관을 다 아우르고, 품고 있는 그런 세이비교회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사역공동체가 모두 다 세상과 가난한 이웃들의 삶의 자리에 녹아있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세이비어교회공동체이다. 정목사가 뽑아 온 세이비어공동체의 자료에는 이러한 의미의 셀교회가 38개나 되었다. 이들은 각각 가난한 이웃들의 필요를 지원하는 독립적인 사역을 하면서 세이비어공동체라는 하나의 큰 몸을 이루고 있다. 세이비어공동체의 이 사역기관들은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에서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급식과 의료사역, 그리고 주거사역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역, 노인들을 위한 사역, 직업훈련과 직업 알선사업 등 다양한 소그룹 사역공동체들이 위싱턴의 북쪽 아담스 모르간의 빈민지역주민들의 삶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모든 사역의 그룹은 가난한 이웃들의 삶의 자리에 녹아있는 교회이고, 이웃의 삶속에서 피와 살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이다.

자신의 덩치를 키우고 건물을 더 웅장하게 짓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자리를 피해가는 오늘 한국의 교회는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한 예배당을 자랑하더라도-거룩한 말씀에 비추어 세이비어 교회와 비교해보면 값싼 싸구려에 지나지 않는다. 이점을 깊이 숙고하고 성찰하지 못하면 한국 대형교회는 결코 세상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가진 교회로 희망을 논할 깜냥이 못된다. 이 행태를 멈추지 못하면 끝내 세상의 부담이나 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살렘영성센터와 세이비어교회

세이비어공동체의 사역기관이 몰려있는 콜롬버스거리에는 두 개의 예수님 동상이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집에 있는 예수님 동상이고, 또 다른 동상은 페스티벌센터의 예수님 동상이다. 그리스도의 집 앞에 있는 동상은 노숙인의 모습을 하신 예수님께서 노숙인들의 발을 씻기는 동상인데, 예수님의 손으로 물이 세면기로 흐르도록 만들었다. 그리스도의 집 앞에, 노숙인들의 휴식공간에 설치된 발을 씻기는 예수님의 동상은 노숙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예수님이다. 이 예수님 동상은 1986년 <지미루 메이슨>이라는 작가가 제작한 ‘섬기는 예수님’ 상-예수님이 세족을 하시는 형상이다.

▲ 페스티발센터의 예수님 동상(왼쪽)과 그리스도의 집 앞에 예수님 동산 / 사진 남재영 목사

또 하나의 예수님 동산은 역시 지미르가 제작한 페스티벌센터 앞의 동상이다 이 동산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님의 상이다. 비유(the parable) 제목의 이 동상은 <예수-구세주, 교사, 친구>라는 설명이 함께 붙어있다.(페스티벌센터의 기도실에는 이 동상을 똑같은 배율로 아주 작게 축소한 동상이 십자가 곁에 놓여있었다.) 나는 이 두 동상이 세이비어공동체의 모든 영성과 정신과 실천을 대변하고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이비어공동체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세계적인 영성운동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살렘영성센터이다. 살렘영성센터는 세이비어교회와 같은 위싱턴에 있다. 정목사의 안내로 살렘영성센터를 방문했다. 고든 코스비목사도 살렘영성센터 설립초기에서부터 중요한 지도력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살렘영성센터는 세이비어교회 사역자들을 영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비공식적인 부분에서 세이비어공동체와 살렘영성센터는 동역을 하고 있다. 세이비어공동체의 영성은 처음부터 살렘영성센터로부터 왔다. 살렘영성센터의 영적인 지도력을 가진 고든 코스비는 세이비어공동체를 영성적으로는 철저하게 관상기도공동체로 세워왔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일하는 이들일수록 더 생명 있는 영성공동체가 절실하다. 우리는 누구든지 약하고 쉬 깨어지기 쉬운 존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다 부족하고 허물이 있고 약한 구석이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려는 열망은 있지만, 그 열망들은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쉬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서로를 세워주면서 나도 설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인 교회이다. 나는 우리 빈들공동체가 이런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로 존재하기를 목회적으로 갈망한다.

▲ 살렘영성센터를 방문했을 때-살렘영성센터의 수석 프로그램 디렉트인 Carole Crumley와 함께 찍은 사진 / 사진 정삼희 목사

비슷한 생각, 비숫한 비전 그리고 비슷한 환경과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같은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이비어와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 빈들공동체는 여러 가지 여건에서 비슷한 점이 많지만 우리는 세이비어를 따라 갈 수도 없고,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 이유가 뭘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영성의 문제이다. 하루 1시간의 침묵기도, 하루 한 시간의 말씀묵상을 실천하며 사역공동체를 위하여 기꺼이 기쁨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며 이웃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의 능력이 우리 빈들공동체에서 세이비어 만큼 나타나지 않는 까닭이 우리의 영성의 부실함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세이비어교회의 사역자들은 자신들의 사역소그룹이 반드시 1년에 3박4일간의 침묵기도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양관을 찾는다. 철저하게 침묵과 고요 가운데서 자신을 비우고 주님을 만나는 피정기도가 그들의 사역에서 능력을 드러나게 만드는 은총이다. 이 영적인 내공이 우리 빈들공동체에게는 없다는 사실은 위싱턴에서 만난 세이비어공동체가 오늘 내 목회를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며 반성하게 해준 것이 세이비어를 돌아보며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세이비어교회공동체를 통해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이런 저런 제도가 아니고 영성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각인시키게 되었다.

마무리를 하며

이번 미국 여행에서 아미쉬를 통해서는 세상을 본받지 않고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과연 어떤 것이고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했다. 세이비어를 통해서는 주님의 일은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의 몫이 아닌 맑은 영성이 준비된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맑은 영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훈련을 통해서 성령께서 지어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회공동체를 통해서 개인의 부족이 메꾸어지면서 모두가 성숙한 그리스도인이요 사역자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교회공동체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되었다. 아미쉬와 세이비어 공동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하신 주님과 우리 빈들공동체 교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세이비어공동체를 방문하게 된 것은 유성준목사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위싱턴에 도착해서부터 위싱턴을 떠나 귀국하는 날까지 내 모든 일정을 유성준 목사가 다 디자인하고 관리해주셨다. 영어가 짧은 나는 아마도 유성준목사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성준목사는 내가 세이비어교회를 알 수 있게 해줬고, 가슴에 품고 목회를 할 수 있게 해줬고, 또 세이비어를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다. 그렇게 세이비어를 만난 나는 세이비어를 통하여 새로운 목회적인 성찰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성준 목사를 통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적인 연을 떠나서-나는 세이비어에 대한 유목사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비상구를 찾는 한국교회와 내 어머니 감리교회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는 마음을 이 글을 전한다.

▲ 페스티발센터의 정오예배 인도자(왼쪽)와 방주를 상징하는 퀼트 아래 프로그램 소개 전단 / 사진 남재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