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감독회장 당선무효판결을 전후해서 감리회를 들끓게 한 이슈는 부끄럽게도 ‘금권선거’였다.

교권을 가운데 두고 무려 네 번의 감독회장 선거판과 세 번의 감독선거판이 벌어졌던 감리회의 잃어버린 5년이 실은 ‘돈선거판’의 황금기였고 어제 오늘의 일만도 아니어서 십수년 동안 수백억원은 족히 집어 삼켰을 감리회의 ‘돈트릭스’ 생태계가 단 30만원에 의해 깨져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쨌든 예상치 못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고 총특재의 당선무효 판결후 절차적 하자나 결정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두고 시비가 붙어 전용재 원고가 임준택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오는 30일에 첫 심리를 가진 후 11월 초쯤에 양단간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적 다툼이 언제나 진실을 가려낸다고 믿지는 않지만 양측의 실제 당사자들은 말 그대로의 100% 승리를 서로 장담하고 있어서 이게 정말 진실을 가리는 게임인지, 같은 사안을 놓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서로 다른 확신을 하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총특재 판결의 무효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의 향방보다 돈으로 감리회를 사려던 선거판의 실상이 폭로되고 이웃들에게 까지 알려져 온 동네에 망신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다.

교권의 향배가 감리회 외부에서 결정될 일이라면 그건 외부에 그대로 맡겨두고 내부에서는 이 동네망신을 어떻게 극복해 낼지를 고민하는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 장정개정위원회가 내어 놓은 개정법안에 만족해 하기 때문일까 누군가 나서서 뭔가 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일까 지금 감리회는 조용하기만 하다.  

▲ 삼남연회 부산 영진교회의 조창식 목사가 22일부터 본부앞에서 일인금식기도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저 멀리 삼남연회 부산에서 목회하는 조창식 목사(진영교회)가 22일 오전 6시부터 3일간 광화문 본부앞에서 금식기도를 하겠다고 홀로 나섰다. 일년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제야 회개금식기도를 하게된 것이 무척이나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였다.

목원대학교 71학번으로서 삼남연회 목원신학동문회 회장인 조창식 목사는 “지금의 혼란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회개, 정화, 회복을 요구하시는 경종이라고 생각해서 제단이 무너지는 징조로 받아 들이고 통분히 여기는 마음으로 일인 회개 금식기도를 결심했다”고 금식기도 하려는 이유를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의 친구이기도 한 장병선 목사가 감리교 자유게시판을 통해 하루 먼저 밝힌 이 성명서에 의하면 조창식 목사의 금식기도 목적은 △한국 감리교회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회개하고 △목회자로서 사명과 영성을 회복하며 △학연과 정파를 떠나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과 △목회자와 평신도가 새롭게 하나 됨을 이루고 △감리교회의 제도개혁과 악법개정을 이루도록 한다는데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연신 드나드는 광화문 감리회본부 앞에서 두꺼운 스티로폴에 담요를 깔고 개량한복 차림으로 무릎기도를 하고 있는 조창식 목사를 만나 긴시간 대화를 나눴다. 어깨에는 ‘금식기도’라고 적힌 노란 띠를 두르고 저만치 앞에는 ‘금식기도. 주여 감리교회를 살려주소서’라고 쓰인 배너를 세워두어 누구라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작심하고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는 것이어서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드리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왜 그러는 것일까?

“지금 감리교가 너무 조용합니다. 개혁의 적기인데 누가 나설거란 기대감만 있지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금 줄줄이 여기에 와서 무릎꿇고 울부짖어 기도하는 목회자들이 내 깔려 있어야 합니다. 저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나섰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작금의 감리회 현실을 보고 울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쯤되면 각처에서 돈선거를 규탄하고 전국교회마다 기도회가 열리며 회개의 물결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금권선거의 실상이 전에 없이 낱낱이 폭로되는 와중에 아무도 회개하는 사람이 없어서 하나님께나 사람들에게 민망해서 나 먼저 이자리까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소 요란스런 이 금식기도는 감리회 대중을 향해 함께 기도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회개 금식기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분이 제안하기를 삼남연회에서 있었던 금권선거 부분을 확실하게 고백해야 진정한 회개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얘기하면 그 이야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유·불리가 생겨나게 될 것이 염려됩니다. 어떤 후보는 발등을 찍고 어떤 후보는 만세를 부르게 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고백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더 심화될 것입니다. 폭로나 소송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문제가 풀린다면 천번만번이라도 더 하겠지만 그리 되지 않을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는 이야기 안하려 합니다.”

금권선거와 관련하여 ‘어떤 사실’을 알고 있거나 자신이 그 당사자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금권선거 사례를 금식기도중에 폭로하라는 조언도 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조창식 목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의중은 현재 금권선거 시비가 걸린 소송에 영향을 주어선 안된다는 것에 있었다. 금식기도의 순수한 의도를 지켜내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이어 자신이 목원대학 출신이라서 “학연으로 인한 선입관이 개입되어 미리 재단되는게 제일 두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시비가 붙은 이가 감신출신이어서 목원출신의 금식기도는 무언가 의도가 있을것이라는 오해가 염려된다며 “금식기도가 특정인에게 유불리로 작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순수하게 금권선거의 폐해를 지적하고 개혁을 촉구하려는 금식기도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염려는 금식기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개혁그룹과 연합하기로 한 계획이 취소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조창식 목사는 당초 개혁그룹과 연합을 고려했다가 동문들과 논의끝에 색이 어떻게 입혀질지 확신이 들지 않아 연합기도회를 취소하고 혼자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하다보니 그와 연합을 논의 하던 개혁그룹이 특정인에게 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개혁그룹도 같은 이유로 난색을 표했던 사실을 알고 있던터라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협의과정에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가 보다며 깊게 소통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5년의 혼란을 지나면서 학연간, 정파간 갈등이 남겨놓은 트라우마가 남긴 결과문이 아닐까 싶었다.

“진보와 보수, 학연이나 지연, 정파를 떠나 모두가 함께 기도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파나 학연으로 구분지어지는 때가 아니라 의와 불의라는 큰 싸움을 벌이는 때가 왔습니다. 정파가 무너지고 학연이 무지는 기회가 왔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무너지는 기회입니다. 사실 그런 뜻입니다. 동문회에도 밝혔습니다. 사탄마귀와의 싸움인데 우리끼지 갈라졌다가는 결국 다 죽는다. 일본사람들도 내분이 일어났을 때 전쟁을 일으켜 대동단결했듯이 지금의 감리교회도 난국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때라고 말입니다.”

폭로는 이만하면 됐고, 진영논리로 구분하는 것도 이만하면 됐고, 이 혼란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놀음도 이만큼에서 멈추고 이제는 감리회 모두가 하나님께 일대일로 나서서 난국을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서로를 정죄하는 방식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사람을 상대로 싸우지 말고 금권선거를 부추긴 제도와 싸우는 선과 악, 의와 불의의 프레임으로 현 사태를 극복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6시에 와서 배너를 세우고 기도자리를 준비하는데 어떤 청소하는 여자분이 다가와서 배너를 보고 하는 말씀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감리교가 죽은게 아니고 목사가 죽고 부패했는데 왜 감리교회를 살려달라고 하느냐. 감리교 목회자를 살려달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리교가 썩었다고 핑게해서는 안되고 우리 목회자가 잘못해서 발생한 사태인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청소하는 사람도 알고있는 것을 애써 모른체 하려던게 아니었나 싶어 부끄러웠다"는 조창식 목사는 "오늘의 감리교회가 이렇게 되도록 만든 책임에 대해 목회자들이 먼저 인정하고 회개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자신에게 더욱 책임을 묻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아간다면 이 세상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나 싸울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창식 목사는 마지막으로 "통합적 사고방식과 리더십을 통해 누구 의견이던 새로운 의견으로 창출될 수 있는 위대한 감리교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그런 일 할 수 있는 교단은 감리교 밖에 없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교권지향적인 이런 감리회 제도로는교권을 통해 무언가 이루려는 야심때문에 파국을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개혁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자 "밝히면 또 유불리를 따지며 판단할까봐 말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감리교인들의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도출해 내도록 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