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총회특별재판위원회가 전용재 감독회장의 당선이 무효라고 판결한 후 감리회가 또 다시 깊은 혼란으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던 5년 전, 감리회는 회의 소집권자도, 본부 업무 집행자도 없는 상황에서 산소 호흡기에 기대어 생명을 연장하는 시한부 환자처럼 국가의 법원으로부터 직무대행자 혹은 임시감독회장을 임명 받고서야 기초적인 행정을 정상화 할 수 있었다. 지금 감리회는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위기를 만날 경우 위기 극복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지도력이다. 지금의 감리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감리회의 지도자들이 사심없는 헌신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여 위기에 처한 감리회를 이끌고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감리회가 과연 그런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회의한다. 오히려 5년 전의 전철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견이 앞선다.

5년 전 감리회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우리는 사심 없이 감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내놓는 헌심적인 지도자를 갈망했지만 그 한 사람dl 없었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썩은 고기를 두고 싸우는 하이에나처럼 거창한 감투를 쓰고 거들먹거리거나 거룩한 교회가 맞고 있는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이나 챙기려는 자들만 널려있었을 뿐이었다.

오늘은 어떤가? 교계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이 있은 후인 지난 27일 김영헌 감독을 비롯한 고신일, 박계화, 이철, 한양수, 안병수 감독 등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전용재 감독회장 당선무효 판결로 인하여 발생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감리회 지도자라면 당장 문제 수습을 위하여 모여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길을 묻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때문에 비록 4일이나 지체해서 모였지만 감독들이 긴급히 회동한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감독들이 모여서 내놓은 결과는 말 그대로 기대 이하였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감독들이 모였다면 우선 감리회 신자와 교회를 안심시키고 이후 감리회의 안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감리회 신자들을 다독이는 한 마디의 말도 감독들의 다짐도 없었다. 또 이런 때일수록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여 이후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감독들은 장정이나 감리회 내의 여론은 상관없이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자기들 뜻대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결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6인의 감독들이 긴급 간담회 후 내놓은 결과를 접하면서 과연 이들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최고위 성직자인 감독들이며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또 불법으로 인하여 감리회가 수습이 어려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감독들이 불법을 행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6인의 감독들은 간담회 후 세 개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세 개의 성명이 오늘 감리회의 현주소와 감독들의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그 내용이 머리를 들 수 없을만큼 창피하다.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을 보고> 성명에 대하여

6인의 감독들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을 보고>라는 성명에서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재판 절차를 문제삼는 것은 물론, 판결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재심까지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월권이자 명백한 사법권 간섭이다. 감리회 장정은 행정과 입법 그리고 사법권을 분리하고 있다. 의회법에서 의회의 장이 각 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재결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위원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심은 재판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증거가 나타는 등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의 당사자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이번 재판의 당사자도 아닌 감독들이 판결 재고는 물론 재심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장정 위반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말 그대로 직권남용이다.

또한 6인의 감독들은 당일 모임을 버젓이 <감독협의회>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감리회에 <감독회의>가 있을 뿐 <감독협의회>라는 조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들 6인의 감독이 말하는 <감독협의회>가 장정의 <감독회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 회의를 <감독회의>라고 보기 어렵다. <교리와 장정> <조직과 행정법> 제162조(감독회의의 소집)는 “감독회의는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감독회장이 소집한다. 또는 감독 3인 이상이 요청하면 감독회장이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소집권자가 아닌 자에 의하여 소집된 회의는 회의로서의 법적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따라서 지난 27일 6인의 감독의 모임은 소집권자가 소집하지 않은 회의로서 개인적인 회합일 뿐 <감독회의> 회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인의 감독들은 소집권자가 소집하지도 않은 모임을 갖고 실체불명의 <감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성명까지 발표했다.

6인의 감독들은 “나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을 준수하고 감리회의 부흥과 발전을 도모하며 감독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하나님과 온 성도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고 감독에 취임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장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감리회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중하면 중할수록 원칙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6인의 감독들의 행동을 매우 위험하다. 이들이 감리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강문호 목사의 총회특별재판위원회 증언에 대하여>라는 성명에 대하여

6인의 감독들은 지난 27일 <강문호 목사의 총회특별재판위원회 증언에 대하여>라는 성명에서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서 금권선거에 관하여 증언한 강문호 목사의 증언을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버렸다.”고 비판하고, “자신의 의를 위해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모두를 쓰레기통에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기막힌(?) 눈물을 흘렸다.”며 강문호 목사를 조롱했다. 그리고 강문호 목사에게 증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6인의 감독들이 낸 성명을 접하면서 두 가지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나는 감독들의 의식 수준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때문이다. 감리회의 감독선거가 금권선거로 얼룩져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때문에 감독선거를 치른 후 대부분의 감독이나 감독회장들이 감리회가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 왔다. 6인의 감독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 감독으로 당선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감리회 감독선거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인의 감독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듯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폭로한 강문호 목사를 힐란한다. 협박하듯 내용을 공개하라며 강문호 목사를 향해 을러대고 있다. 하지만 강문호 목사가 말하지 않았는가? 감리회가 금권선거 관행을 고칠 의사가 있다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감독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감리회 신자들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강문호 목사를 향해서는 제도를 혁신할테니 자료를 공개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6인의 감독들은 도둑이 제발 저려서인지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버렸다.”고 다짜고짜 비난하고 을러댄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감리회의 오랜 관행인 금권선거라는 쓴 뿌리를 철저하게 뿌리뽑을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감독들은 이 점에 관심해야 한다.

둘째, 글은 본래 글 쓰는 이의 수준을 나타내는 법이다. 때문에 160만 명의 신자를 자랑하는 감리회의 고위성직자들의 성명이라면 사용하는 단어도 표현도 160만 명의 신자들이 존경할 수 있도록 품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7일 6인의 감독들이 낸 성명에서 내용이야 어떻든 그런 품위를 찾아보기 어렵다. 6인의 감독들은 강문호 목사를 향하여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모두를 쓰레기통에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기막힌(?) 눈물을 흘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성직자다운 어떤 고민이나 품격도 이 성명은 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실망이다.

∙<기독교 언론기관에 대하여>라는 성명에 대하여

6인의 감독들은 <기독교 언론기관에 대하여>라는 성명에서 “강문호 목사가 밝힌 ‘8억 요구’건에 대한 것에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한 조금의 노력도 없이 그것이 사실인양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문호 목사의 증언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게 유감을 표명한다. 또 해당 언론에게 “유감의 뜻을 담은 보도를 다시하고 앞으로도 각 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체가 당하고 있는 부끄러움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작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성명을 보고 수치심과 아울러 감리회의 내일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게 됐다. 이 성명을 보며 6인의 감독들이 언론의 기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사실 보도와 여론형성 그리고 정보제공이 그 기능이고 '언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감시견이어야 한다'는 말에서 보듯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언론이 증인이 직접 재판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이를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이번 재판에서 '사실'은 강문호 목사가 증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 증언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언론의 보도는 기자가 재판정에서 증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또 증언내용을 녹음했다는 점에서 사실 확인이 된 것을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6인의 감독들은 해당 언론이 증언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증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서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강문호 목사가 재판정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기자가 사실을 모른다고 비난할 문제인가? 그런 점에서 6인의 감독들은 언론의 보도원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문호 목사의 증언을 보도했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감리회의 감독들이 이런 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이 부끄럽다.

5년 만에 다시 감리교회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오직 감리교회만을 생각하면서 이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리회 최고위 성직자인 감독들의 사심없는 지도력이 요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5년 전 그리고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현 감독들이 이 상황에서 감리교회가 아니라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에 접근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감리회의 지도자는 물론 성직자가 아니라 썩은 고기를 두고 싸우는 하이에나 중 하나일 뿐이다. 위기에 처한 감리교회를 구할 감독을 간절히 소망한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버려서 감리회를 구하려는 감독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