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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09월 26일 (목) 12:08:02
최종편집 : 2013년 09월 27일 (금) 17:22:26 [조회수 : 30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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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1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며칠 전에 시카고에 살고 있는 벗이 간단한 근황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온 김현승의 詩 '가을의 祈禱' 다.
9월 초에 P 선배가 보내준 이브 몽땅의
노래 '고엽'에 이어 두 번째로 받은 올 가을
특별선물인 셈이다.
가을은 역시 풍성한 나눔의 계절이다.
그래도 그렇지. 가을이 뭐가 그리 좋길래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애들 처럼
마음이 이토록 설레이는 것일까?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이별가를 부르고,
가을이 아직 오기도 전에 샴페인 을 터뜨리며.
한국인들의 조급한 성격은 미대륙도
못 말린다.
어제밤 숲 속에 예고도 없이 들어닥친
심술궂은 폭우도 조급하기는 예외가 아니다.
이틀간 한가위 보름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애써 쏟아 놓은 달빛들을 난폭하게 다 쓸어 가 버렸으니.
그래서 그럴까? 오늘 밤 내 귓가를 스치는 풀벌레 소리들이
이토록 騷然하게 들려오는 것은...
2
나의 가을은 잔인한 살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도 어리고 어린 생쥐 한 마리의 살해였다.
이 사건을 두고 에덴동산 아담과 이브 처럼
"네 탓이다" 는 비겁한 변명 게임을 케롤과
벌리고 싶지는 않다.
생쥐의 죽음은 모두 내탓이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도 내가 질 것이다.
아내 케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러나 사건의 자초지종만은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 밤에
정체미상의 침입자가 있었다.
거실 책상 위에 놓인 군고구마를 싼 알리미늄 포장지에
작은 구멍들이 총총하게 뚫려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침입자를 두고 케롤과 나는
갑론을박을 벌이며 며칠간 다투었다.
나는 개미라고 주장했고,
케롤은 틀림없이 쥐라고 우겼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부스럭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침실에서 함께 자는 15살 난
개 재만이도 밤잠을 못 이루고 거실에서 어스렁거렸다.
케롤은 "어떠한 생명체도 죽일 수 없다"는 나의
숲 속 생활 수칙에 가까스로 동의을 한 기인에 속한다.
모기, 벌, 나방이, 거미,새, 개구리, 두꺼비, 뱀, .....온갖
것들이 집에 들어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려서 내 보내려는 나를 방관해 준다.
그러나 쥐에 대한 그녀의 공포와 두려움 만큼은
예외였다.
자신이 쥐띠여서 그럴까? 암튼, 쥐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한다고 나에게 협박성 으름장을 놓은 지가
벌써 수십 번이 넘는다.
나에게 선택이 가능한 세 가지 옵션이 있었다.
첫 번째; 그녀의 의사를 따라 쥐들을 완전 소탕한다.
두 번째;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다.
세 번째; 케롤과 이혼을 하고 나의 생명사랑에 대한
원칙을 고수한다.
이 셋 중에 가장 쉽고 안전한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나는 정의나 종교적 신념 때문에
가정을 희생시킬만 한 모진 위인은 못된다.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속전속결이 나의 생활철학이다.
그 뒷날밤부터 거실에 살림을 차려놓고
잠복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날 밤;
정확히 밤 12시 15분에 생쥐 한 마리기가 내 컴퓨터 자판 왼쪽에
눈을 반짝거리며 나타났다.
깜짝 놀라 "요놈!" 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눈을 깜빡거리며 사라지더니
잠시 후 자판 우편으로 나타나 다시 얼굴 내밀었다.
아주 겁도 없이 맹랑한 놈이었다.
첫 작전은 나의 일방적 패배로 끝났다. .
둘째 날 밤;
생쥐는 어젯 밤과 아주 정확한 시간에 같은 장소, 컴퓨터 자판 왼편에
모습을 나타냈다. 어제밤보다 총총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는 듯 했다.
" 제발 우리 집에서 사라질 수 없겠니? 그렇지 않으면 네 생명이 당장 위험하다"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생쥐는 자판 뒤를
돌아
오른쪽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엉겁결에 책 한 권을 손에 집어 들었다. 후려칠 심사였다.
생쥐는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잽싸게 몸을 피해
내 눈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셋째 날;
드디어 생쥐를 살해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른 아침에 직장에 있는 케롤에게 전화를 걸어
퇴근길에 그로서리에 들려 가장 강력한 쥐덫 몇 개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최소한 살해용 쥐덫의 선택만큼은 케롤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그녀는 퇴근 후 4개의 바테리 작동용 쥐덫이 담긴 쇼핑 봉지를
의기 양양하게 내 손에 건냈다.
"하루 더 생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자"
자신이 없었다. 케롤의 동의를 얻어 최종작전을 하루 연기했다.
넷째 날 밤;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쥐덫에 치즈와 피넛을 넣는 것은 케롤 몫이었다.
맹세코 나는 인간들의 그 교활한 미끼작전에 손을
더럽히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단순 살해청부업자일 뿐이다.
나는 컴퓨터 책상 위에 쥐덫을 올려 놓고
애써 일찍 잠을 청했다.
잠결에 '덜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작전에 성공했구나!" 눈을 번득 뜨고 벽시계를
쳐다 봤다. 정확히 밤 12시 15분.
마침내 우리들은 생쥐 한 마리의 살해작전에
성공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쥐덫을 챙겨,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케롤에게 보여 주었다.
죄책감이었을까? 그녀의 얼굴이사색으로 변해갔다.
이유가 어떻든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범죄 행위다.
케롤이 집을 떠난 후
정원 큰 나무 밑에 땅을 파고 생쥐의 시체를 안장했다.
돌덩이로 비석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를 무덤 앞에 세워 두었다.
미안하다! 생쥐야! 다음 세상에서 보자.
에필로그
신이여! 부디 나를 용서해 주소서.
나는 결코 당신의 포근한 숨결과
따사한 손길로 창조한 생명들의 살해를 즐기는
악한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창조한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을
당신처럼 사랑합니다.
어제밤 생쥐의 살해는 내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모든 일들이 내 탓입니다. 케롤의 잘못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낙엽을 밟으며
영혼처럼 울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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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멘
(183.109.98.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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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의 가을날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
가을날
지은이‥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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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Ray
(220.118.20.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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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예수님만 믿습니다.
우리 교회를 사랑 합니다.
우리 목사님을 사랑 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을 사랑 합니다.
그런데 왜 나는 뼈가 마르는 고통이 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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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돌
(218.38.16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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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끼님의 삼위일체보다 삼 배 쯤 더 위대한 |
단편입니다.
문단에 추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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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ip Im
(70.62.4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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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요. |
| 한국의 섹스피어가 울고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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