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일본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어떤 이들이 있었을까? 또 초기 한국교회 신학형성과정에, 특히 감리교신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감리교신학대학교가 개교126주년을 맞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인 교수 2인을 초청하여 일본에 유학한 학생을 중심으로 본 "초기 한국감리교회 신학형성에 끼친 일본신학의 영향"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었다. 

일본 관세이가쿠인대학(関西学院大学) 신학부의 겐다겐지 교수가 <해방전 관세이가쿠인 신학부의 신학교육과 신학사상의 경향>에 대해,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 신학부의 마코토 교수가 <도시샤 대학 문학부 신학과와 한국인 유학생>에 대해 각각 논문을 발표 하고 감신대 이덕주 교수가 <초기 일본 신학교 한국인 유학생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초기 한국감리교회 신학형성에 끼친 일본신학의 영향

해방 전 한국기독교는 선교사들을 많이 파송했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 기독교의 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 신학교에서 유학을 경험했던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통하여 일본 기독교로부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 중심에 관세이가쿠인대학(関西学院大学)과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이 있었다는 게 이날 심포지움의 커다란 얼개였다.

또 이 대학 출신으로서 감리교신학과 관련된 대표적 인물이 감리교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홍현설, 윤성범, 김용옥 등인데 이 들은 1950-1980년대 감신대 교수 및 학장을 27년간 역임하면서 한국 감리교회 신학을 수립,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이다.

이 외에 한국 신학계와 교계에서 족적을 남긴 서남동, 김재준, 이호빈, 박대선, 현영학, 송창근 등이 위 학교 출신이어서 가히 한국의 신학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 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이 거듭 확인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일본 신학이 서구 신학의 소개와 번역 수준에 있었고 홍현설, 윤성범, 김용옥을 위시한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일본이라는 창을 통해 서구를 내다 보기 위해' 제2의 유학길에 오른만큼 엄밀하게는 한국의 신학은 서구신학에 더 가까이 다가서 있음도 살펴졌다.

이덕주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들이 일본 유학에서 더 의미있게 체득한 것은 신학함에 있어서의 '자유'였던거 같다.  관세이가쿠인대학(関西学院大学)과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은 신학사상과 방법에 있어서 매우 자유롭게 열려 있는 학교로 거듭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심포지움은 한국인 목회자와 신학자, 평신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무슨 동기에서 일본 유학을 하고 어떤 공부를 했으며 귀국해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일본 신학교의 학풍은 어떠했으며 그곳에서 수학한 한국인 유학생들이 돌아가 한국 감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 겐다겐지 교수(관세이가쿠인대학) - "해방 전 관세이카쿠인신학부의 신학교육과 신학사상의 경향"

관세이카쿠인신학부 - 웨슬리 전통위에 자유로운 학풍

미국 남감리회에서 파송한 램버스 선교사가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1889년에 설립한 관세이가쿠인 대학(関西学院大学)은 도시샤 대학과 함께 관서지역의 명문사립대학이다.

1901년 박영효가 11명의 조선인 학생을 신학부에서 공부시킨 이래 김춘배(장로교, 1929년 입학), 김영주(장로교, 1930년 입학), 홍현설(감리교, 1933년 입학), 이호빈(예수교회, 1936년 입학), 현영학(장로교, 1938년 입학), 김용옥(감리교, 1940년 입학), 박대선(감리교, 1940년 입학) 등 한국 신학계의 거물들이 캠퍼스가 아름다운 이 학교에서 유학했다. 또 김지환, 한석원, 송창근 등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졸업생도 있다. 이 학교에 69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공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겐다겐지 교수는 <해방 전 관세이카쿠인신학부의 신학교육과 신학사상의 경향>이라는 주제로 풀어간 강연에서 관세이가쿠인 대학이 “자유스러운 학문적 풍토의 신학, 에큐메니컬하고 사회참여적인 실천이 어우러진 학교전통을 이어왔다”면서 “이러한 지표는 존 웨슬리의 사상과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며 램버스 학장과 베이츠의 사상과 행동, 더 나아가서는 하라다노모리 캠퍼스 시대와 우에가하라 캠퍼스 시대의 신학교육과 사상에도 관철되었다”고 말했다.

신학적인 특색을 보면, 30년대 초부터 칼 바르트와 브루너 등의 변증법 신학, 또는 폴 틸리히의 저서가 소개되었고 구약학의 마쓰다와 신약학의 마쓰시타 같이 성서신학에서 역사비판적인 연구를 중요시하면서도 텍스트의 신학적 해석을 지향하는 연구방법이 유지되었는데 이는 축자영감설에 비판적인 자세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용옥 학장이 이 학교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훗날 회고했는데 “대학 분위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자유주의적이고 매우 활발했으며 로맨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했고 박대선 박사는 “한국동포도 많았고 모두가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안에는 민주적인 법이 준수되었다”고 했었다.

이덕주 교수는 이날 발표한 그의 논문 <초기 일본 신학교 한국인 유학생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들의 유학생활을 보다 상세히 소개했다.

그의 논문에서 이덕주 교수는 “홍현설은 당시의 관서학원은 일본에서도 이름난 자유주의의 학원이어서 학원의 자유가 절대로 보장되어 무슨 사건이 있어도 경찰이 학원 캠퍼스 안에는 들어오지 못했다고 회고했다”면서 “일제 식민지의 억압 상황에 비하면 자유로운 분위기의 관세이가쿠인 대학의 경험은 홍현설에게 신앙과 학문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 이덕주 교수는 장로교의 김춘배 목사가 관세이가쿠인 대학에서 감리교회 특유의 경건주의 신앙전통과 자유와 낭만을 보장하는 진보적 학문전통의 조화를 경험한 후 귀국하여 장로교에서 여자 장로안수를 허용하라고 주장하다가 이단으로 몰린 예와 보수일색의 장로교에서 진보적 신학을 이야기 했다가 이단으로 몰린 김영주 목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도시샤 대학(同志社大学) 문학부 신학과와 한국인 유학생

1875년에 세워진 도시샤 대학은 1912년 신학부를 설립하면서 1945년까지 54명의 한국인 유학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 출신을 보면, 전순득, 우익현, 윤성범, 서남동, 정대위, 옥경석, 강관흥, 이만호, 권동철, 이상순, 홍병선, 조용기 등이다. 이 중에서 41년에 졸업한 윤성범과 서남동은 토착화 신학과 민중신학이라는 독보적인 신학분야를 개척한 한국 신학계의 거두라 할 수 있다.

마코토 교수는 “도시샤 대학은 미션스쿨이 아닌듯한 미션스쿨이었다”이라는 말로 도시샤 대학의 학풍을 풍자하면서 그의 강연을 풀어갔다.

그러면서 학교설립자 니지마 죠를 소개했다. 자유주의 경향이 강했던 도시샤대학 학풍이 설립자 니지마 죠의 이념이었다는 것이다. 니지마 죠는 미국에 밀항하여 회중교회에 도움을 받아 일본인으로서 최초로 신학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그는 목사가 되어 회중교회의 파송선교사로 일본에 돌아와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 하라 마코토 교수(도시샤대학) - "도시샤 대학(同志社大学) 문학부 신학과와 한국인 유학생"

마코토 교수는 도시샤 대학의 학풍에 대해 “창립이래, 자유주의를 존중해 왔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사회의 가운데 혹은 시대의 가운데에서 성찰하는 연구태도, 연구방법에 의해 사회적 관심이 강한 신학이 되었다”다고 소개했다. 이런 사회적 관심은 일제하 군국주의 시대에 사회복지학 과목을 탄생시킨 배경이기도 했다는것을 소개할 때는 자부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도시샤 신학부의 신학교육은 이처럼 “그리스도교를 교의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학문연구의 장을 보증”하려고 했다는 게 마코토 교수의 거듭되는 강조점이었다.

이 자유주의는 양의성도 낳게 되었는데, 예를 들면 한편으로 유니테리언을 많이 배출했고, 조합교회의 ‘조선선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마코토 교수는 “도시샤 대학의 이러한 학풍이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조선전도’란 일본 조합교회의 와세타 목사가 ‘일본 기독교의 적극적인 조선인 전도를 통해 정신적 동화정책을 추진한다’며 1899년에 서울에서 펼친 전도를 말한다. 종교를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활용한 것이다. 와세타 목사는 이 ‘조선전도론’으로 교세를 펼쳐 140교회에 1만3천 신도를 얻었다고 한다.

이덕주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도시샤대학에 유학한 한국인 유학생 중 경성학당 출신이 많았는데 사실 경성학당은 도시샤대학 졸업생들이 1896년 서울에 설립한 학교로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지지를 위해 만들어진 학교였다”고 했다. 이 경성학교의 교장이 바로 와세타 목사였다. 후에 이런 배경을 알고 조합교회 와세타의 후원으로 유학길을 떠났던 유석우, 이상순, 홍병선 등 많은 이들이 조합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물론 도시샤 대학에 유학한 이들이 모두 경성학당이나 조합교회와 연관을 맺었던 것은 아니라고 이덕주 교수는 말했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사상을 바탕으로 한 조국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민족주의적 동기를 가지고 조합교회와 상관없이 도시샤대학 유학길에 오른 이도 많았으며 이들 중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들도 상당했다고 한다.

▲ 이덕주 교수(감신대)

홍현설, 윤성범, 김용옥

이덕주 교수는 그의 논문 마지막에서 해방 후 1953년부터 1980년까지 연이어 감리교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홍현설과 윤성범, 김용옥의 일본 유학경험당을 들려주면서 이들이 일본에서 배운 신학, 그리고 강의를 들은 신학교수들의 삶과 학문이 감리교신학대학 학풍과 교육전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결론적으로 말했다.

이들이 감리교신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덕주 교수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 학문의 자유를 배우고 적용했으며,
둘째, 서구 신학으로 나가기 위한 예비 학습의 기회로 삼았고,
셋째, 극단을 지향하며 다양성속에서 조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중도신학을 배우고 적용했다는 점 등.

이덕주 교수는 “비록 일본 신학이 독창성이나 특징 없이 서구신학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한국도 그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적 결론을 이끌어 내면서도 ‘주체적인’ 토착화신학의 단초를 발견한 윤성범의 신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성서와 이성, 체험과 전통의 조화라는 웨슬리 전통을 따랐던 관세이가쿠인 대학과, 신학 이론과 전통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 비판할 수 있는 도시샤 대학의 에큐메니컬한 학풍을 감리교신학대학에 조성함으로 감리교 신학은 진보와 보수, 경건과 실천, 학문과 현장을 연결하고 보완하는 가교의 신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조경철 교수(감신대)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이치만 교수(장신대)와 조영철 목사(오사카 북부교회)가 통역을 맡았다. 심포지움에는 일본 유학생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여 한국 신학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