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행렬의 마지막에 기자가 본 것은 신라,백제 시대의 복장을 한 어떤 중년의 모습이었다. 불교는 엄연히 신라 천년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고 신라는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의 싹이 텄고 백제와 고구려 역시 불교를 먼저 받아 들였다. 최근 드라마 신돈의 방영으로 일각에서는 그 꽃을 다시 피워보려는 일반 대중들의 생각이 반영되고 있다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동양종교는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미 1세기도 전에 슈펭글러는 "서구 문명의 몰락"이란 책에서 기독교가 더 이상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동양의 신비 종교나 불교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서구문명은 금신숭배로 망했고 근 십여년 동안 기독교는 한국 사회 안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있다. 그 사이에 사람들 속에서 불교가 생활과 문화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교회의 영향력이 감퇴되면 될수록 다른 종교의 역할은 커지고 영국등 서구사회엔 이슬람과 불교가 많이 침투되어 이미 많은 개종자들이 있고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들의 참여가 돋보인 행사

가는 곳마다 만나는 다양한 인종들,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 것이 맞는가를 의심하면서 왜 서구 사람들이 한국 불교에 이다지도 관심하는가...결국은 그들의 문명이 가져다 주지 못하는 정신적 공황을 동양 종교에서 찾으려는 열정의 발로라고 본다. 교회당 건물이 문화재나 극장으로 쓰이고 있고 심지어 술먹는 카페나 바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한 서구, 그들은 '은둔과 끈기'의 나라인 '동방의 고요한 나라'가 간직한 인고와 여인들의 신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인을 위한 부처와 만인을 위한 예수

자비 광명으로 중생을 구도하기로 계획한 싯타르타는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천하를 주유하며 네 가지 삶의 고민 가운데 휩싸인다. 생과 사, 늙고 병드는 이 생-로-병-사의 이치를 불교에서는 사성제라고 부른다. 이 이치를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신이 전제되거나 신이 있지도 않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기자가 깨달은 인생의 이치 가운데 인생은 분명히 고난의 연속인데 불교는 이 진리를 재천명하며 인간들이 욕심에서 자유로와야 번뇌와 고뇌네서 벗어나 해탈에 이른다고 말한다.

극락의 하나님

시편에서도 이렇게 노래한다."그런즉 내가 하나님의 단에 나아가 나의 극락의 하나님께 이르리이다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수금으로 주를 찬양하리이다"(시편43,4) 오늘 이 행사를 하나님도 기뻐하였으면 한다. 대개의 기독교가 불교에 대해서 사탄과 마귀의 종교나 그 이상의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려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그들이 만든 우상이 결국 그 분에 의해서 모두 철폐되리라 믿는다면 우리는 부처도 예수도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이란걸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다원적 사고와 종교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자

예수 그리스도 외엔 아무 것도 받아들일 수없는 보수 기독교가 오늘 이 연등 행사가 비나 어떤 천재지변으로 중단되기라도 하면 신이 났을 터이지만 날씨는 상쾌했고 사람들은 겸허했으며 모두가 양보하고 깨끗이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어떤 像(형상)도 내 앞에 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용하고 받아들이면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과 삶이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연등제를 참관하고 느낀 소회를 나름대로 적으면서 종교간 다툼과 경쟁이 그치고 서로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세상이 극락임을 선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