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 6월 선교사역을 보고 드립니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이 되진 않았지만, 매일 한 차례씩 소나기가 내려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를 식혀 주어 다행입니다.

이곳이 뎅기모기 위험지역이라는 사실을 여기서 지내면서야 알았습니다. 지난 5월부터 뎅기모기가 극성을 부려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립병원에는 뎅기모기 환자 수십 명이 입원 중에 있습니다. 뎅기모기에 물리면 매우 치명 적입니다. 조기에 조치하지 못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댕기모기에 물리면 고열이 나고 음식을 먹지 못하여 결국엔 영양결핍으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해열제를 투여해도 도무지 열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달에는 간호사들 그리고 몇몇 관계공무원들과 각 바랑가이를 방문하며 뎅기모기 예방과 건강관리 그리고 여름철 폭우로 인한 재난 예방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후원하였습니다. 현지인들도 뎅기열이 무섭다는 것은 다 알고 있어 모두들 열심히 참여합니다. 간호사들이 강의를 하는 동안 저는 각 바랑가이 마다 있는 클리닉에서 일반 환자들을 치료해 줍니다. 각 바랑가이 클리닉에는 그 지역 간호조무사가 책임자로 근무하며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체류하는 RHU(시 보건소)에 와서 숙직을 서고 갑니다. 이들이 보건소에 올 때 마다 내 옆에서 나의 환자들에게 뜸을 떠 준 경험이 있어서, 각 바랑가이에서도 나의 치유사역을 능률적으로 잘 협력합니다.

각 바랑가이의 의료담당자 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해 주고 싶어서 나를 개인적으로 초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둘째 주 금요일에는 산 루이스 바랑가이에서 초청하여 의원 집에서 1박 하면서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습니다. 원주민들 가정에 묵게 되면 평상시 볼 수 없는 새로운 문화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가정에서는 손님으로 온 저를 특별히 대접하기 위해서 저녁 반찬으로 개구리를 삶아 놓았습니다. 평상시엔 맨 밥을 간장으로 비벼먹는 정도로 반찬도 없이 간단히 식사를 하지만, 손님이 왔다고 특별히 마련한 음식입니다. 접시에 담아 놓은 개구리를 보자마자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았지만,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조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개구리 반찬으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조금이라도 거리감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2일 보건소 직원들이 제 생일잔치를 차려 주었습니다. 보건소 전 직원이 며칠간 준비하여 시청 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시장님, 부시장님, 시의원, 경찰지서장 등이 참석하여 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으며, 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풍물패를 데리 고 와서, 참석한 모든 이들이 전통춤인 강사댄스를 함께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받아 본 거창한 생일파티였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고 하나님께서 격려해 주신 걸로 믿습니다.

생일파티 하는 날 시장님이 나보고 설교를 하라고 해서 이 지역 기관장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전하는 메시지를 통하여 내가 이곳에 오게 된 동기와 신앙 간증 그리고 저의 미션프로젝트를 소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참석한 모든 이들이 저의 선교사역에 대하여 분명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저의 치유사역을 모두들 칭찬하였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다녀간 많은 선교사들이 각 지역마다 교회를 많이 세워 지금은 깊은 산골에도 교회가 없는 지역이 없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아픈 이들을 돌보는 ‘치유센터’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데 내가 그런 제안을 해 주었다며 모두들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이 이 지역을 섬기라고 예비하신 지혜와 달란트라고 생각합니다.

염려되는 일도 하나 생겼습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의료선교사역을 할 수 있도록 만장일치로 의결하여 저의 모든 숙박시설과 봉사 장소를 제공해 주었던 시의원 들이 지난 5월 13일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 거의 모두 낙선하였습니다. 마침 시장님은 단독 출마하여 당선되어 다행입니다만, 7월 1일부터 새로 부임하는 시의회 의원들이 나의 이곳 체류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지 의문입니다. 이미 결의된 사항이니 올 해까지는 괜찮겠지만, 혹시 앞으로라도 발생할지 모를 일을 대비하여, 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 혼자서 자립선교 할 수 있는 터전을 서서히 마련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하려면 주택 겸 선교센터로 사용할 건물이 필요하고, 산악지역을 방문할 자동차가 필요하며 저를 도와줄 몇몇 도우미들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여러분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기리라 믿습니다.

쇼핑센터도 없고, 스포츠 센터도 없고, 레스토랑이나 커피점도 없고, 한국인 친구도 없는, 아무런 놀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도 없는 지루하고 삭막한 산골이지만, 아침저녁으로 하늘과 산과 안개와 구름과 햇빛이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는 풍경을 벗 삼아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형제처럼 생각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하시더라(마12:50).”

● 인간적인 생각으로 여러 번 망설이다가, 하나님을 위한 사역이므로 용기를 내어 부탁드립니다. 혹시 저의 선교사역에 관심이 있으시면 조그만 정성이라도 좋으니 아래와 같은 내용을 위하여 후원이나 기도를 좀 해 주십시오.
                                     1) 선교센터(주택 겸)용 건물 렌트를 위하여
                                     2) 자동차 구입을 위하여(산악용 4x4)
                                     3) 현지인 협력자를 위하여

                                                                       필리핀, 일로코스 수르, 세르반테스에서
                                                                                                    이 강 무 선교사 올림